카테고리 보관물: 시즌3

in treatment

2018.5.10 목아침

내가 상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마법이나 판타지나 중독 같은 것은 아닐까?

고개를 저으며 하는 생각은
난 진실함을 만나는 것이 좋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가 좋다.

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연속이다.
돌보아야 행복을 느끼는 게 나라면
평생 돌볼 수 있는 일은 행운이며 감사이다.

지나간 라일락 향기

2018.5.7 월밤

스멀 스멀 들어와서는 강하게 마비시키는
달콤한 라일락 향기가 먼저 온다.

아직은 잎이 달리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향기가 날만한 것은 보라색 꽃이기에
다가갔더니 아무 향이 나지 않는다.
아직 시작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곧 라일락이 포도나무처럼 후두두 열린다.
잎이 없는 나무에 덩쿨을 휘휘 감고
주렁주렁 라일락이 열린다.
향기의 주인일 수 밖에 없게 열린다.
곳곳에 보라 나무가 서있다.

너무나 당연한 향기가 좋은 남자가 있다.
향기를 맡고, 그 정체를 찾고, 보라나무를 발견했을 그가 기특한 여자가 있다.

언제 라일락의 덩쿨은 힘차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잎이 싹트기도 전에 꽃을 피웠을까?
싱그러운 봄이 왔는데, 이제 라일락은 추억이 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18.4.26 목저녁

고집스럽고 찌질해 보이기도 한 아서는
별 캐릭터도 없이 쫓아다니고 궁시렁거리며, 때로는 듣기 싫은 것은 무시하고
그렇게 전 우주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더니, 마지막 순간에 아차하고 사라져 버렸다.

꽤나 로맨틱한 사랑도 했고
샌드위치 만들기의 기쁨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반짝 반짝 빛나거나, 본받을 만한 가치관을 가진 그런 멋쟁이로 살기보다는
그냥 사소한 사랑 하나, 사소한 재미 하나를 알고 가는 그런 귀요미이고 싶다.

지나가버린 것들

2018.4.19 목밤

몇일 전에 심심해서 몇년 전 사진을 뒤적거리다가
그 길로 바로 homesick으로 빠져들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주접을 떨었는데…
지나간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때는 내가 기억하기로, 행복하지 않았던 시간들인데.. 나는 좋아보인다.

보고싶다.
많은 것들이…

영어 말하기

2018.4.10 화아침

영어 말하기에서 단어나 문장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다.

오늘 너의 몸 상태는 어떠니?라고 질문 받았을 때,
실제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어서 I am good, ok. 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면…
돌아와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키워드로만 정리해놓아도 다음 번에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 ㅋㅋ

어느 차분한 저녁, 날씨가 따듯해지고 있을 때
상대방이 따듯한 날씨에 흠뻑 기뻐져 나에게 인사를 건내는 것을 본다.
– How are you? 오늘 날씨를 마음껏 즐겼니?
나보다 그녀가 더 기뻐보이기에, 그녀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진다.

인사를 받은 후, 내가 살짝 덧붙인 “do you?” 라는 부드러운 부가의문문이 넘 뿌듯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2018.4.7 토밤

30을 지나면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데
내 마음은 초등학교 1학년 때도, 중학교 2학년 때도, 고등학교 3학년 때도, 대학 신입생 때도
어디든 돌아갈 수 있을것 같다.

남편과 새로운 포켓몬을 찾아 포켓몬고를 켜고
산책을 할 때면, 과연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남편은 10년도 더 전에 만났는데, 난 그 이후로도 열심히 큰다고 컸는데~
이 사람이랑 아직도 놀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어젯밤에는 내가 누군가를 죽이면서, 또 내가 아끼는 사람이 죽는 꿈을 꾸었다.
죽음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 ‘이전의 삶이 가고, 새 삶이 오는’ 꿈이라는데…
도대체 어떤 삶이 온다는 것일까?

나는 나고, 나였고, 나일텐데…
어른은 어디쯤에서 끼어들어갈 수 있을까?

공간 열기

2018.4.5 목저녁

아주 중립적이고 오픈된 공간을 열어두고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쓸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하면 넘넘 즐겁다.

그런데 들여다 놓을 사람이 없다. ㅋㅋ
사람 없는 공간이 무슨 의미다냐….
그런데 내가 이사람 저사람 쉽게 들이는 사람이 아닌걸 어떻게해~~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게 신중하게 들이고 싶은걸 어떻게해~~

어느날이면 북적 북적 찰거야!
그리고 반짝 반짝 빛날 거야. 그들 각자의 꿈으로

청소하는 날

2018.3.26 월낮

무한 생성되는 집안일에 찡얼 찡얼 대면서
실제로는 뭐 하나 효과적으로 바뀌는 게 없는데
끊임없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말의 덜 쉰 찌뿌드한 기분이 남아있는
또 막상 으쌰 으쌰 하루를 살아가기는 귀찮은
그런 월요일을 밀린 청소하는 날로 정했다.

뭐 청소만 왕창 하는 날도 아니면서,
청소할꺼니까 다른건 안해도 되는 날이다.

불안의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2018.3.5 월저녁

나의 삶이라는 큰 호수에 (미국 생활이라는)무게가 큰 돌덩이가 퉁하고 떨어지고 나면,
그 여파로 생겨나는 높은 물결들을 지켜보고 있는다.
한 주, 한 주 살아갈 때에 떠오르는 감정과 가라앉는 감정이 쉴새없이 반복된다.

‘어서 이 파동이 멈추었으면…’ 그리고 나면 투명해진 수면 위로 온전한 내 모습이 보일까? 기다린다.
나올까?

바쁠 때는 온전한 내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하며, 그런 게 있으려니 하며 지냈다.
이제는 나타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나올까?

안 보여서 아껴줄 수 없었다면, 보인다고 아껴줄 수 있을까?

– 보이지 않는 문제와 아낄 수 있는지 문제 사이에서 –
 

내 심장이 시큰

2018.2.10 금낮

한파로 인해 꽁꽁 닫혔던 창문만큼이나 마음도 닫혀있었던 것 같다.
파란 하늘, 열린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이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주는 것을 보면은.

추위 때문에 움츠러서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었고, 전투복 같은 단벌 외투를 바꿔 입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가볍지만 따듯한 구스 아래에만 있었다.

우선, 여기로 온 후로 온갖 일거리들과의 연결 고리가 잘려 나간것 같은 느낌이 가장 크다.
그것들과 함께 무엇이 또 잘려나간 것인지 심장이 시큰시큰한 일이 잦다. 여기로 온 후로.

뻔한 그리움이나 불안함은 아닌것 같은데, 좋은 것을 볼 때에도 어려운 것을 볼때에도 상관없이 시큰하다. 14시간의 시차, 하루치 비행이 가져다주는 거리감이 무언가 여러가지를 끊어내긴 끊어낸것 같다.

이 시큰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