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제 그만 올게요, 다시 오지 않을게요.

반복해서 꾸는 꿈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나의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으로 돌아가는 꿈이다. 가정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었는데, 나는 자꾸 자꾸 성인이 된 모습으로 다시 그 집을 찾아가 피아노 강습권을 끊고는 ‘가야하는데, 다시 이어가야하는데’ 하면서 그 집 근처를 맴도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의 묘한 고독감과 연결되어 있어보이는, 엘레베이터 기다리기. 나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한없이 기다리던 시간들이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피아노 학원에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내 어린시절 고향 8단지의 엘레베이터들은 자꾸 꿈에 등장해서는, 내가 가는 목적지를 복잡하게 만든다. 엘레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거나, 뭔가 어려운 절차에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야한다. 분위기는 대체로 어둡고, 도착해서 내가 들어갈 곳은 미스테리다.

몇주째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내 아이가 혼자 노는 것을 본다. 아이에게는 무수히 많은 기다림의 시간과 자기 혼자의 시간이 있다. 내 아이에게는 지금부터 그 시간들이 무한하게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들 속에서 아이는 무엇을 그릴까?

나는 밤에 얕은잠을 자면서 낮에 이루지 못한 매듭을 짓고 다닌다. 어젯밤에는 어쩐지 그 자꾸 찾아가던 피아노 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이제 피아노 강습을 이어가려고 자꾸 찾아오던 것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이건 아마도 내가 깊은 잠을 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 의식이 하는 말인것 같다. 난 더 이상 어디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걸까? 정말 돌아가지 않으려는 걸까? 나에게 무엇이 생기려는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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