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시는 길

내가 힘이 들고 지쳐서 메말라 가고 있을 때,
영상 통화로 나와 연결된 할머니는 세상 내가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나에게 뽀뽀를 마구 해주셨다. 그때 나락으로 가던 나의 마음은, ‘그래 나는 그냥 마땅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건져냈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마당에서 구름 가는 것만 바라보고 계신다던 할머니는
구름이 되어서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나는 그때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많이 보이는 놀이터에서 아이를 놀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짐을 싸고, 짐을 풀고.
집집마다 떠돌고, 집을 얻고.
그러는 동안 할머니를 다시 찾아가는 일은 늦혀져갔다.
때때로 어느 밤에 할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개학, 3월, 새시작의 시간들을 앞두고서
비가 내리는 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땅 속에 할머니가 계시다는 투박한 설명으로 허무하게 인사가 끝났다.
그래도 생각보다 실감이 안나서,
그냥 너무나도 익숙하고, 할머니와 동일한 의미인 할머니의 집 마당에 앉아서 위로를 받았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은 아마 또 어딘가 내 안에 맺혔다가
어느 취약해진 밤에 끌어 올려지리라.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고,
떠나지 않는 사람도 없고,
떠나서 가는 곳은 알 길이 없고.
다만 아직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가 남아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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