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마음챙김 육아

28편. 때로는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아도 버겁다

아이가 놀이터 한 가운데에서 울었다.
보통 아이가 울면, 그 마음이 잠잠해질 때까지 계속 계속 위로를 해주는데
눈물의 이유가 놀이터에 있는 친구들이라 나는 당황했다.
아 맞다. 혼자만의 속상함, 혼자만의 감정은 다루기가 쉬운 편이지만,
관계가 끼어들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기 시작하면 최강으로 복잡해지는거였지.

집에 돌아와, 쉬이 진정되지 않는 눈물 가운데에서 아이가 정확하게 마음을 말한다.
‘나는 혼자 있는게 제일 좋아. 방에 문잠그고 혼자 들어가서 놀 때가 제일 좋아’
‘엄마 아빠가 둘이 이야기 하는 걸 듣는 것도 싫어.’
‘사람이 많아지면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게 줄어들어.’

아이의 입에서 또박또박 나오는, 이 정확한 마음 내가 제일 잘 안다.
혼자서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다른 사람들의 왈가왈부를 듣지 않아도 된다면, 머리가 얼마나 투명해지는지.
나도 사람들의 말들 사이에서 도망쳐 내 길을 가고 싶다.

이 마음이 수많은 사람들과 여러 중요한 관계 사이에서 나를 얼마나 슬프게 했는지가 떠올려진다.
이해받기는 어렵지만, 정말 아프게 슬픈 마음이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마음을 나누고 싶으면서도
열심히 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숨어야 했던 오랜 시간이 나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이건 이번 생애 내 삶의 과제일지도 모르는데,
우리 아들도 안고 갈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 이렇게 자꾸 자꾸 무겁냐.

27편. 엄마에게서 배운다

내가 어떻게 저 아래에서 헤매이다가 위로 올라나왔는 지를 본다.
교통체증도 뚫고, 주차난도 뚫고, 유모차를 힘차게 밀고 오는 엄마 하나를 보았다.
나는 분명히 막히는 도로에서, 주차 공간이 없는 길 한 가운데에서,
울상을 지으며 도망가고 싶어했을것 같아
그 엄마가 멋졌다.

영상 통화 속에서 아이의 떠오르는 욕구를 하나씩 하나씩 망설임 없이 순서대로 받아주는 엄마 하나를 보았다. 나는 분명히 그 다음을 생각하고, 뭐가 옳고 그른지를 생각하느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만을 재고 있느라 지난했을것 같아
그 엄마가 편안했다.

나도 물흐르듯이 그냥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그렇게 해보려 위로 올라나왔다.

나는 또 다른 엄마라서,
매 순간 깊게 집중하고 파사삭 스러져 버린다. 그리고 쉬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나를 받고,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에너지의 흐름을 받고,
앞으로 나아간다.

나에게 없는 힘을 되돌려 주기 위해, 아이가 에너지 락(Rock)을 만들어왔는데도
힘이 생겨나지 않는 내가 슬펐다.
그래도 천천히, 미약하게나마 내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이에게 고마워하는 쪽으로…
내 이 얇고 쉽게 스러지는 에너지를 어떻게 보존해야하나 고민한다.

26편. 정직한 정서

아마도 깜깜한 밤을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 우리의 요즈음.
삶은 곧 고난이기 때문일까? 삶 때문에 묻어나는 정서들은 왜 이리도 거친것일까.

이전에는 울음이고 외침이던 것들에
정서가 묻어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서럽게 우앙우앙, 악에 받쳐 엉엉 울면서 ‘원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진정이 될때까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정직하게 시간이 흐르면,
정직하게 진정해서,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너를 보면서
그리고 나면 깔끔하게 상황이 종료되고, 새 기분을 찾아가는 너를 보면서
너의 정서는 아주 깔끔하구나! 군더더기 없이 정직하게 너의 마음을 향하여 있구나!

나의 정서는 너무 켜켜이 쌓여있어서,
이 정서가 어디에서 온건지, 얼마나 오랫동안 나랑 같이 엉켜있었는지, 진정이 되긴 할런지,
불러오는 2차, 3차, 4차, 정서들을 끌어안고 오래오래 앓는다.
내 마음으로 정직하게 향하는 길을 잃고, 분투(struggle)한다.

25편. 사랑의 뒷면

예쁜 것, 좋은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사랑의 마음. 키우면 키울수록 커지고 많아지고 풍부해진다. 이 가볍고 부드러운 마음이 쉬이 날아가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오래 묵으면 애잔해지는데,

응답받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친구들 하나하나가 모두 좋다고 들떠서, 그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이어지더니

친구들의 거절과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걱정을 끌어모으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에 뒷면이 있음을 본다.

도대체 어떤 슬픔이기에 밤마다 다시 꺼이꺼이 우는지, 나는 또 자괴감에 깊숙이 빠졌다가… 다시 사랑을 하기로 한다. 내가 매일 매일 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이다.

24편. 광야의 아이

내 집에서 내 눈안에, 내 규칙안에, 내 틀 안에 가두어 키우다보면
엄마에 매달려 사는 듯한 작은 아이가
광야에 내놓으면
천둥벌거숭이처럼 마음껏 내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뛰고자 하는 욕구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싶어하는 강렬함도,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다 자유로운데
그렇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데
다만, 나만 종종 거리며 아이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
가장자리에 머물러 뻘쭘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나의 좁은 틀이 아쉽다가, 한스러운 밤이다.

23편. 피로

찾아보니 벌써 2년 째인 너의 no.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든 최선의 무엇이,
너에게는 단칼의 no라서,
나는 당황하고, 속상하고, 의기소침해지고, 드러누워있다.
아, 너는 나와 달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걸까?
나의 어디부터가 잘못된걸까?
우리 사이의 이 다름을 어떻게 해야하나.
무겁고, 모르겠고, 때때로 그만하고 싶어서 푹 쳐져있네.
내려놓아야 가벼워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것 같은데…
나는 늘 이렇게나 만사가 반짝 반짝 잘하고 싶네.
내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피곤하다.
그런데 도망칠 곳은 없다ㅎㅎ 또 하루를 살아내려면.

22편. 표현하기

누군가에게는 넘 쉬운 일일지도 모르는 표현하기, expression.
그냥 자연스럽게~ 편하게~ 내놓으면 될 일일지도 모르는 일.
그런데 이건 나에겐 인생 과제다.

로빈이가 좋아하는 그림에 색칠하는 것을 보기만 좋아하더니,
엄마가 칠하라고, 엄마가 같이 해주라고 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가장 좋아하는 강렬한 빨간 색을 들고서
과감하게 색깔을 마구 마구 칠하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 색깔을 마음대로 사용하여, 마음대로 색칠하고 그리는 것에 심취했다.

로빈이의 미술활동의 시작과 평행하여서!
어린이집에서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하나하나 표현이 얼마나 망설여졌을지 잘 알아서 대견하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한 표현, 말하기는 멈출줄을 모르고 폭발적으로 나아간다.
자유를 찾아서! ^.^

21편.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것

요즘 자기 마음과 조금만 다르게 되어도 서러운 표정으로 눈물이 차오르는,
아닌건 절대 아니게 단호한,
엄마한테 딱 달라붙어서 하루에도 몇번씩 안아달라고 하는,
그리운 것도 많고, 불만족한것도 많아보이는,
금방이라도 깨어질것 같은 너를 보면서
나는 안타깝다.

그리고 왜 이렇게나 너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지 본다.
“혼자서 해내고 싶은건 많은데, 아직 그만한 능력이 없는, 여전히 늘 도움이 필요한”
이 상태를…
다 큰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해왔을까?

괜찮은데,
그냥 꼭 안아줄게.
너도 클거야.
지금은 이대로가 괜찮아.

나는 불완전함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편. 책육아

아이를 위한 나만의 동화책 컬렉션을 만드는 일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동화책은 세상의 좋은 부분, 아름다운 부분, 멋진 부분을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열면, 세상도 열립니다.
아이는 세상이 궁금해서 책을 열고, 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책을 보고 싶어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책들로 시작합니다. 그래야 재미있거든요.
읽어주고 아이의 반응을 보면, 아이가 커 감에 따라 어떤 책을 원할 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책을 빌려보고, 그 책 중에 당신이나 당신의 자녀의 삶에 의미가 되는 중요한 책이 있다면 하나씩 사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순간을 동화책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됩니다.

육아에 지쳐있을 때는.. 관심 가는 동화책 하나를 들고 있으면, 아이도 옆에서 차분히 자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면 잠시 동화책 속으로 휴식에 빠져들 수 있어요.

당신은 취향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도 취향이 있어요.
그게 반짝 반짝 드러날거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좋아하는 걸 보면 기부니가 좋아지거든요.

세상에는 다양한 개성의 동화책 작가들이 많은데, 그 작가의 시리즈들을 따라가보세요.
한 작가가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 지도요.
그리고 그게 감동적이었다면, 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보세요.
그리고 바랍니다. 나의 아이도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 하나를 찾아가기를!

이게 저의 책육아예요.


19편. 낙엽이

2023년 2월에 로빈에게 상상 친구가 찾아왔으니,
2월이 가기 전에 글을 남긴다.

낙엽이는 어느날 문득 저녁 시간에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왔다.
빈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많은 것들 중 왜 하필 낙엽일까?
로빈이가 산책을 하면서 열심히 줍고 들여다보았던 그 낙엽 중 하나일까?
낙엽은 사라지는 것인데,
사라지지만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
낙엽이는 의외로 귀엽게 냠냠 우리랑 같이 먹는다.

낙엽이가 로빈이의 마음 중 하나라면,
로빈이는 또 마음을 한 단계 키우는 중이겠다.

삶이 내 안에 나를 열심히 다독이고 가꾸는 과정이라면,
낙엽이를 만나는 것도 그 시작점과 가깝지 않을까?
내가 오로지 나만이 아닌,
내 안에 나.
그게 혹시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너는 로빈이니 낙엽을 친구로 두는 것도 참 너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