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tonalla

나의 최애 DBT (원고) 4화. 진정한 받아들임 연습(심화)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나의-최애-DBT로고.png입니다
4화. 진정한 받아들임 에피소드로 연결됩니다.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여러분들의 일상에 받아들임, 수용의 시간이 얼마나 찾아왔나요? 삶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에 빠지고, 행동하는 와중에 이 팟캐스트를 청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진지하게, 열심히 모드로 받아들임, 수용 연습을 이어나가볼까해요. 연습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끼적일만한 메모장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받아들일 대상은 “평소에 고민을 많이하고,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어떤 일” 입니다. 어려운 것, 복잡한 것, 싫은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고, 미루고 싶고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오늘은 내가 컨디션이 좋고, 혹시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제가 준비한 ‘진정한 받아들임 연습’을 해보고 싶다면, 그 어려운 것이 내 안에 천천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시게 될겁니다. 준비되셨나요? 시작하겠습니다.

  1. 가장 먼저 “평소에 고민을 많이하고,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어떤 일”을 마음 속에 떠올리고, 그 것을 떠올렸을 때 나에게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를 지켜봅니다.
  2. 이 불편한 현실은 “이미 일어나 버렸고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3.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이 현실”에는 많은 원인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나의 경험들이 지금 이렇게까지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여러 다른 사건들이 영향을 주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 고민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둘러보면서 “이런식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4. 이제 여기에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 전체를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당신의 마음과 몸, 정신 모두를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나를 받아들입니다. 심호흡을 세번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현재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받아들인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 긴장감, 거부감이 몸에서 느껴진다면 그 느껴지는 부위를 풀어주려고 해보세요. 호흡을 계속해서 느껴봅니다. 어깨를 펴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해보기도 하고, 꽉쥔 손을 부드럽게 펴보기도 합니다.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반쯤 띄워보기도 합니다. 기도가 필요하면 기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수용하기 위한 편안한 장소를 찾고, 나를 편안하게 하는 감각을 찾습니다. 보기 좋은 것, 좋아하는 향기, 위안을 주는 촉감, 좋아하는 음악이나 소리, 위안을 주는 음식 이런 것들이요. 눈을 감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머리 속에 만들어내셔도 좋습니다. 온마음, 온방법을 사용해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5. 이제 여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 일”을 받아들였다고 가정하면 당신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 몇가지 적어보세요. * 그리고 이제는 마치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을 벌써 받아들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적어놓은 행동들을 한 번 해보세요. 분명 못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연습이니까 마치 이미 다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그때의 내 모습, 나의 행동을 해버립니다.
  6. 이제 당신의 마음 속에는 자리가 조금 생겨서..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가정한채로 “그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자신을 도울 수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하는게 당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마주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
  7. 지금 이 과정을 하면서 생기는 몸의 감각을 느껴보세요.
  8. 당신 안에 실망감, 슬픔, 내가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들이 생겨나는 것도 보세요.
  9. 삶은 이렇게 고통이 있는 와중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나요?


저는 아기를 재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때, 이 연습을 했었습니다. 아기가 자지 못하고 울면 속상하고,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두렵고 또 누적되는 피로로 피곤하고 지친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친 상태에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스스로를 가혹하게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기가 쉬웠습니다. 그런데 아기는 아직 잠드는 것이 어렵고, 아기가 울면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당연하고, 너무 힘들더라도 결국에는 재워야 끝이나는 일이었습니다.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그리고 이때에 무너지는 나의 모습에는 여러가지 상황과 원인, 저의 특성들이 연관 되어있었습니다. 더 무너질 수는 없으니 정신을 붙잡고 최선을 다해 ‘아기가 쉽게 잠들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여봅니다. 끌어안아보려고 하고, 숨을 쉬어보려고 하고, 미소를 얼굴에 띄워보려고도 합니다. 아기가 어렵게 잠드는 현실은 변하지 않지만, 이를 마주하는 저의 태도가 바뀝니다.

여러분이 고민하시는 일의 내용이 무엇이든 본인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때때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피하고 싶거나,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좌절과 고통 속에 더 깊이 빠져버릴 수는 없기에 “지금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태도를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수용, 받아들임을 통해서요. 당신에게 어떤 역사가 있던,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어떤 내용이건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났을 때 생기는 여백, 여유의 공간에 당신의 가능성, 당신의 잠재력이 스며들겁니다.

이 연습은 Marsha Linehan DBT 워크북 2판 344페이지(고통감내기술 11b 유인물)에 있는 Radical acceptance 연습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저는 Radical acceptance를 “진정한 수용”으로 이해하고, 그 표현을 사용하였는데요. Radical acceptance, 진정한 수용을 더 깊이있게 체험하고 싶으신 분은 타라브렉의 책 “받아들임”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각 장마다 시리즈로 제공하는 수용 연습을 이어서 하시면 점점 확장되는 수용의 개념을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최애 DBT (원고) 3화. 받아들이는 몸의 느낌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나의-최애-DBT로고.png입니다
3화. 받아들이는 몸의 느낌 에피소드로 연결됩니다.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지난 시간에 연습했던 심호흡 몇 번 더 해보셨나요? 어떤가요? 하루의 중간에 심호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나요? 심호흡을 할때마다 삶을 재부팅 하는 효과가 있나요? 혹시 어려운 부분도 있나요? 심호흡이 여러분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주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심호흡에 대한 방송을 한 번 했더니, 조금 더 자주 심호흡을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되었어요.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수용, 받아들이는 느낌을 조금 더 알아가볼게요.

심호흡이 멈추어서서 ‘아~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구나, 존재하는구나’를 받아들이는 행동이라면, 오늘은 “구체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지금 딱 떠오르는 어떤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현실을 떠올립니다. 생각일 수도 있고, 느낌일 수도 있어요.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무거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그래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보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겠다고 입밖으로 내어 말합니다.
‘나는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만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이 문장도 입밖으로 내어 말해주세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은 나의 부족함일 수도 있고,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고, 영원히 얻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이 크고 크지만, 그냥 한 번 시험삼아 받아들여보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야기해주세요. 입밖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나에게 어떤 반응이 생기나요? 마음이 편해지나요? 도망가고 싶어지나요? 이 나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어렵고 하기 싫게 느껴진다면,
심호흡을 몇번 해보세요.

그 다음은 내 몸의 자세를 바꾸어서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주는 자세를 취해봅니다.
양 팔을 넓게펴서 안아주는듯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고, 고개를 들고 어깨를 활짝 펴서 무엇이든 품을 수 있을것 같은 자세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에서 다시 한 번 말해 보세요.
‘나는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만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심호흡과 몸의 자세를 더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보겠다는 태도로 바꿀 때 그때 생기는 몸의 느낌이 수용이 몸에 남기는 감각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겠다고 말로만 소리내어 보았는데 어떤가요? 그때의 나의 몸의 감각에 집중하니 어떤가요? 지금의 이 느낌을 기억해주세요.

그럼 저는 또 오겠습니다.

9편. 조심조심 육아

아가에게서 나를 본다.
아가는 있는 그대로 또 하나의 새로운 아기일테지만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 본다.

아기가 넘어짐없이, 실수 없이, 상처없이 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서도
여러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쳐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일단 나는 가능한 많은 사고와 변수를 막아보고 싶다.
나는 그렇게 준비하고 조심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우리 아기도 조심조심 시도한다. 여러번 관찰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조심조심 크는 아가가 고마우면서도, 앞으로 이렇게 조심조심 사는 것이 얼마나 아가에게 마음 졸이는 일일까 생각하며 마음이 흔들흔들하다.

로빈이에게 똑똑 두드려서 딱딱한것은 부딪히면 아프고, 부드러운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온갖 물건을 두드리며 다니는 그 꼴이 아주 귀엽다. 내 생각과 마음이 온갖 경우의 수를 두드리듯, 로빈이는 온갖 물건을 두드려본다.

너의 앞날이 안전하기를, 너의 앞날이 건강하기를, 그러면서도 두려워하는 시간은 짧기를.

나의 최애 DBT (원고) 2화. 수용의 시작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나의-최애-DBT로고.png입니다
2화. 수용의 시작 에피소드로 연결됩니다.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DBT 상담 이론이 수용과 변화 사이를 유연하게 왔다갔다 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수용을 가볍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수용은 가볍고 편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용으로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수용, 받아들인다는 것, 마음 편하고 좋은 것 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어떻게 시작하면 되고 무엇을 수용하면 되는걸까요? 오늘 아주 간편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인생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산다는 것은 무엇이지?
이런 질문을 어느 시점에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면 어떤 답이 떠오르시나요?
나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것인지 잘 모르겠고, 삶을 내 자신이 이끌어가고 있다기 보단 이끌려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때, 이 시점이 바로 여러분에게 멈춤과 착지가 필요하고, 그리고 수용을 연습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깊은 호흡, 심호흡으로 시작을 할겁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면? 그리고 나의 생명이 그 숨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지금 언제 어디서든 괜찮습니다. 멈추어 있을 수 있다면, 잠깐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쉽니다. 그리고는 내쉽니다. 내가 숨을 이렇게 쉬네요. 숨쉬는 방법이 따로 정해진것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한 번 멈추고 숨을 쉬어보세요.

이제 그럼 지금한것처럼 3번의 깊은 심호흡을 이어가볼것입니다. 시작합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지금 어떠세요?

저는 지금 이 느낌을 삶에 착지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끌려가고, 따라가고 하면서 둥둥 떠다니듯 있는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내가 이렇게 숨쉬며 살아있다는 사실을 만난것이지요.

조금 더 시간을 드릴게요. 한 번 더 해보시겠어요?

네. 이 느낌, 괜찮았다면, 그리고 나중에도 기억날것 같다면.. 그때마다 한번씩 해보시면 됩니다. 마치 달리기 시작선에 선것처럼 먼저 멈추어 서는 것입니다. 그렇게 매순간 다시 삶을 사는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강한 느낌을 원하신다면, 시간을 내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한 후 또는 지금 있는 곳과 공기와 분위기가 다른 장소를 찾아서 해보시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가능하다면 발의 느낌을 같이 느껴보셔도 좋아요. 내 발이 땅에 붙어있는 느낌이요. 내 마음 속은 정신없이 흔들려왔고, 지금도 흔들리고, 앞으로도 흔들리겠지만, 지금 이순간 내 발만큼은 바닥에 단단하게 착지하고 있네요. 그 단단하게 연결되고 받쳐지고 있는 느낌을 위안으로 가져가보세요.

자 그럼 지금까지의 저의 설명과, 들으시는 분의 상상력을 더해서
나만의 3번의 심호흡! 한 번 더 해볼게요.

자! 여러분 느낌이 왔나요? 이렇게 아주 작게 수용을 시작할게요.
오늘 지금 여기 내가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또 올게요.

9편. 너의 존재 의미

더 이상의 자유는 없다.
네가 잠들고나면 나는 시간이 정해진 자유시간을 가지지만, 해가 뜨면 어김없이 네 앞에 서야하니까. 쉼표도 취소도 일시정지도 없다. 너는 아침이 되면 깨어나 울면서 엄마아빠를 찾으니까.

잠깐 볼일을 보고 돌아오면, 네가 나를 본다.
마치 잃어버린 그림자를 다시 찾은 것처럼 문을 열자마자 너를 발견한다. 내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영원이고 기다릴. 이제 없어서는 안될. 돌아오면 꼭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너.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뭉클한다.

나의 최애 DBT (원고) 1화. 왜 DBT인가?

1화. 왜 DBT인가? 에피소드로 연결됩니다.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비교적 최신 상담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DBT를 제가 공부하고, 여러분이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팟캐스를 통해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간략하게 이 팟캐스트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오랫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일이면서,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지 정해져 있는 것이 없어서 조금은 떨리고 설레이는 시작입니다.

제 소개부터 하면, 저는 심리상담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상담사입니다.
그리고 현재 변증법적 행동치료, DBT를 애정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BT의 기법과 원리를 몸에 익혀 보다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고,
또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유용한 DBT 기술들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소중한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DBT 상담이론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차근 차근 애정 담아 전해드릴게요.

삶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라고 본다면,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가고 싶으세요?
저는 쉬고 싶다면 멈추어 쉬고, 보고싶은 것을 충분히 보다가, 마음도 몸도 준비가 되면 설레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새걸음을 만드는, 그런 내 속도 내가 선호하는 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DBT를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고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왜냐하면 DBT는 ‘나 자신을 받아주고 돌봐주어야 하는 시점이라면 충분히 수용에 머무르고, 이제 준비가 되어 도전할 시점이라면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두가지 상태에서의 유연한 이동, 균형을 지향하는 상담 이론 입니다.

그래서 DBT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때 떠오르면 좋은 이미지는요.
양팔 저울 한 쪽에는 수용이 다른 한쪽에는 변화가 있는 거예요.
변증법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어려워보이지만,
세상과 삶이 흑과백처럼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는것 같아도 사실 어느 하나 옳다고 정해진 것이 없고 그 사이를 수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변증법적인 삶이랍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가치, 두 가지 과제,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나요? 어떤 한쪽이 옳은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파도타듯 마음따라 왔다갔다 하는 그 순간 순간들이 모두 소중합니다. 지금 스트레스 받고 지쳐있나요? 그렇다면 깊은 호흡을 하면서 멈추어 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때예요. 아니면 지금 열정적이고 의욕이 많은가요? 그러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되려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용기있게 새로운 도전을 해볼 때 입니다.

이렇게 흔들 흔들 균형을 맞추어가는 일, 매순간 현재에 충실한 일, 그것이 DBT 상담이론을 적용한 삶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될까요? 다음 방송도 기대해주세요.

8편. 아기의 작은 세상

육아에 있어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아기에게 작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아기의 세상은 아직 아주 작다.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진다. 아기는 한 자리에만 있더니, 조금씩 꿈틀꿈틀 움직여 놀이매트에서 놀더니, 자꾸 더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한다. 설 수 있게 되면서는 아기 세상의 높이도 높아졌다.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안 구석구석에 아기의 작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면 구역, 독서 구역, 놀이 구역, 먹기 구역.

빨간색 작은 책장을 사서 동화책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태어나서 책에 관심을 가지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래도 또 어느새 커서(현재 292days)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흘긋흘긋 보고, 아주 단순한 책 몇개는 좋아하고 즐기기도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얻었는데, 그러다보니 책을 종류별로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원래있던 가구의 틈새에 작은 독서 구역을 2개 더 만들 수 있었다. 빨간색 작은 책장에는 온갖 소중한 책, 여러 난이도의 책, 지금은 너무 이르지만 언젠가 커서는 즐길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는 책들이 조용히 로빈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로빈이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교육적인 책들은 지금 내 책상 발밑 공간에, 현재 로빈이가 열심히 물고 뜯으며 재미있게 즐기는 작은 책들(보통 촉감책이나, 동물 소리, 색깔, 숫자, 개념 책 들이다.)은 거실 티비장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로빈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책들을 곁에 두는데 성공한것 같다.

로빈이는 분리수면 중이다(할많하않). 신박한 중고 크립을 장만해서, 비싼 꽈배기형 수제 범퍼를 장착하고(희한한 지출2), 침대시트를 최근에 예쁘고 오가닉한 것으로 바꾸었더니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현재 남편의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공간과 로빈이의 수면 공간이 분리되진 못했지만, 나름의 파티션과 스케쥴에 따른 공간 이동으로 커버를 해본다. 로빈이가 스스로의 침대를 어떤 공간으로 느낄지 참으로 궁금하다(왜 잘자는지? 왜 못자는지?와 관련해서도).

로빈이는 두 개의 놀이 구역을 가지고 있다. 각 구역의 스타일이 조금 다르고, 나는 한 공간에서 오래 노는 지루함을 커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 구성은 매트 하나에, 장난감 바구니 하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형태의 여러 장난감들로 되어있다. 굴러다니는 장난감들을 바구니에 넣어놓으면, 바구니를 탐색하고 장난감을 선택하는 시간도 의미있게 활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로빈이가 한 단계, 한 단계 클 때마다 장난감의 수준(너무 시시해지지는 않았는지? -> 보통 같은 장난감을 다르게 노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을 확인하고, 배치를 바꾸어 호기심을 자극해본다.

로빈이가 커가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목재 하이체어를 축하금을 받아서 샀다. 내가 로빈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먹기 구역은 가족 식사를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욕심이 살짝 지나쳐서 로빈이와 엄마 아빠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느라 진이 빠지지만 (이유식 + 우리 음식 동시 준비) 그래도 먹는 시간을 즐기는 로빈이로 크고 있다.

현실은.. 이 작은 세상들을 꾸려나가는 게 참 힘이 든다. 온 마음을 다해서 모든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역시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정성이 너무 많이 든다. 로빈이가 좋아하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때, 마치 읽어달라는 듯이 책을 가져올 때, 이전에는 관심 없던 장난감에 다시 관심 가질 때, 장난감 가지고 혼자서도 잘 놀때, 잠자리에서 푹 잠든 천사같은 얼굴을 볼때, 매일이 새로운 세상의 식재료를 오물 오물 잘도 즐길때, 나도 이 작은 세상의 일부가 되어 크게 웃는다.

글을 아무렇게나 막 쓴 것을 이해해주세요. 그렇지만 너무나도 하고 싶은 나의 육아 이야기였어요.

7편. 고군분투

한없이 피곤한 육아의 세계로 빠져들어가 버리지 않기 위해서 아무말이라도 써야겠다.
내 모든 에너지, 내 모든 무기를 다 꺼내었다.
이렇게 치열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치열하게 사는 법 밖에 몰라 이렇게나 치열하다.
단 한 번만 이렇게 하겠다.
다른 방법을 모르니 이렇게라도 해야한다.
이렇게나 작고 소중하고 모르는게 많은 아기라면,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살아남을것 같다.
온 에너지를 끌어모아 하나를 하고, 까무러치는 일상의 반복.
초보, 첫아이, 첫육아, 첫엄마.

6편. 잘 먹기

아가가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힘겹게 끌어모아 사용하고 있던 체력의 한계가 점점 느껴지고 있다.
정신이 너무 없고, 육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요리와 멀어졌다.
나는 아가가 낮잠을 자면 그동안 요리를 준비하는 평화로운 일상을 상상하고 꿈꿔왔는데,
그런 일은 아직까지 오고 있지 않다(현재 162days).

고통스러움과 소진은 내가 다 해야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것 같다. 요리도 내가, 육아도 내가, 이것을 다같이 소화하지 못하면 실패한것 처럼 느껴지는 마음.
그런데 이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에도 한계가 느껴지고, 정말 영양 보충, 식사 다운 식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배고픔이 느껴지면 나의 정신 상태는 아주 너덜너덜 해져버렸다. 곧 울것 같은 아기를 옆에 앉혀두고 식사를 하면 체하는 일이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결단을 하게되었다. 내가 제일 못하겠는 일(자기 전에 엉엉 우는 아이 재우기 -> 남편은 가능함)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시간에 요리를 해서, 아기가 잠든 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직 본격 요리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는 아기가 잠든 후에 편안한 저녁 식사로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요리한 맛있는 요리를 앞에두고 천천히 먹으며, 음료를 곁들이고, 가능하면 디저트로 마무리를 할 수도 있다.
잘 먹게 되어 좋다. 앞으로도 냉장고에는 간식이, 다음 요리 식재료가 차곡 차곡 왔다가 뱃속으로 사라지는 삶을 꿈꾸며, 또 자라나는 아기와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 시간을 꿈꾸며.

5편. 엄마는 씽어쏭롸이터

한 번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었다. singer-songwriter.
음감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느낌 아니까~ 그때 그 느낌 담아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 꿈을 엄마가 되어 작게나마 이룰 수 있다니!
자장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원래가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노래 가사를 외우지 않고 내 맘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어느날, 나의 기분이나 생각과 맞닿아 있는 가사 한구절이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그러면 맥락에 상관없이.. 내가 방금한 생각과 같은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그 노래를 줄줄 불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날, 남편이 어떤 노래의 앞구절을 흥얼흥얼 거리면 나는 연관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그 뒷구절을 자동적으로 따라 불러보는 것이다.

한 날은 엄마가 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지치고 지쳐 노동요 느낌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냥 내 생각과 마음을 아무 음에다가 붙여서 마구 불러대는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아가야 오늘 하루는 어땠니? 엄마는 이러 이런게 힘든데, 너는 왜 그럴까?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그래도 잘 해줄게, 재워줄게, 잘자라 안녕 안녕’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아무 음에다 붙여서 오래 오래 부르고 나면 마음이 뻥뚫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일상이 아기 재우기인 시간들에서 자장가를 부르며, 오래된 자장가의 가사를 마음 속에 깊이 새겨보는 시간들이 왔다. 반짝 반짝 작은별, 이 노래의 영어 가사는 정말 우리 아기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같았다.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 내가 너의 의미를 어찌다 알겠니? 저 세상 높이 높이의, 하늘의 다이아몬드 같은,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 내가 너의 의미를 어찌다 알겠니?’ 그 즈음, 나는 다이아몬드를 박아놓은 듯한 아기의 눈을 보면서, 이 생명체의 알수 없는 신비로움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남편과 나의 애정하는 곡인 What a wonderful world를 열창하는 날도 있었다. 영어 가사를 한 번 외어보기로~ 여러번 여러번 다시 부르면서, 정말 우리 아이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목놓아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클래식 자장가의 선율에 맞추어서도 내맘대로 개사를 했다.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기양도 모두 자는데~’ 여기 다음 가사는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로빈이는 어떻게 잠드나요? 자아알 자거라’ 이렇게 내 마음을 담는다. 어느날은 아기를 재우다보니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이 노래가 떠올라버렸다. 그래서 ‘로빈이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살금 살금 로빈이가~ 살금 살금 로빈이가~’ 이렇게 돌림노래처럼 반복해 부르면서 아기를 살금 살금 재운다.

육아를 하면서, 최초 노래 기억에 저장되어있는 듯한 동요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그 노래를 잊고 산지 몇십년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노래를 불렀을 당시 최초의 즐거움, 최초의 흥겨움이 같이 저장되어있지는 않을까? 힘든 육아 속으로 노래의 여유가, 위로가, 흥겨움이 스며들어간다.

.. 요즘 너무 힘들고 지쳐서 글도 생각나는대로 막썼다;; 그렇지만 남기고 싶은 중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