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5월월

그녀의 소비습관

2018.5.31 목낮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NC카페 벼룩시장 게시판에 들어가기.
NC에 1~2년 과정으로 visiting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벼룩시장 코너에는 쓸만한 중고물품이 많다(거의 새거 olleh!).
붕어빵이 넘 먹고싶었는데, 붕어빵 틀이 시장에 나왔기에 맛난 앙금이랑 같이 사더니~
남편의 사장님 책상도 사고, 소파(카우치)에 서랍장, 바비큐세트, 거실용 러그랑 거울, 쓰레기통, 핸디청소기 등 다 들여왔다.
좋은 점은 얼마 사용안해서 거의 새거인데~ 다들 이제 처분하고 떠나셔야하기 때문에 좋은 가격에 물건이 나온다는 거다. 나에게 디자인 선택권은 없지만, 다들 안목이 있으신 덕분에 좋은 물건들이 종종있다. 다 힘들게 비싸게 샀을텐데 어찌 두고 떠나실꼬?

새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떠날 준비를 먼저하는 나는 새 물건 사기가 그렇게 싫더라.
‘이 가격이면 IKEA에서 새걸로 살 수 있잖아?’ 라고 말하면..
‘글쎄, 이 물건은 이미 팔려서 이사람도 쓰고 저 사람도 쓰니 한 번 만들어져 두루두루 쓰이는게 아니겠어? 근데 내가 이걸 두고.. IKEA를 또 사면.. 상자에 고이고이 새걸로 보관되어 있는 공산품을 새로 소비하는 그런 느낌이 싫어.’ (뭔 말인지 모르겠어….ㅋㅋ 그냥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야.)

어쨋든 그래서 세탁도 가능하고~ 나중에 한국에도 가져가고 싶은 팬시한 카우치를 중고로 200달러 주고 샀다. 상담자의 로망 중 하나가 팬시한 카우치 아니겠어? ㅋㅋㅋ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엔 중고 고가구점에 가서 독특하고 예쁜 가구들을 구경하다가.. 살 생각도 없던 스탠드를 덜컥 사버린다.
‘너가 좋아할것 같은데, 가격이 헉해서 그냥 너한테 말 안했어.’
그치만 결국 내 눈에 들어오고 말았지. ‘나 이거 사고 싶어.’
‘이거 최종 가격인가요?’
‘메모리얼 데이라서 15%할인 되지만, 그 이상은 안돼요. 이 스탠드는 들어온지 얼마 안됐고, 또 특이하기 때문에 더 할인을 해줄 수가 없어요.’
아.. 할인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 더 마음에 들어서 나는 삽니다. 하하하하. 돌아오면서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좋아요!

200달러 중고 소파를 사서 절약했다고 스스로 기뻐하더니, 바로 그 다음으로 182.75 달러 스탠드를 질러버리는 그녀의 소비습관. 이름도 참 아름답다. ‘vintage industrial hospital lamp’ 머리도 휙휙돌아가고, 왼쪽에 쇠손잡이를 돌리면 밝기 조절도 가능하다. 중간에는 정체불명 용도불명의 빨간램프가 추가로 들어있다. 뭐 이리 달린게 많아 좋구나잉~ 헤헤

 

요가의 효능

2018.5.30. 수밤

이사한다고 2주 쉬었던 요가를 다녀왔다.
명령어들로 컴퓨터화시켰거나, 완벽주의로 꼼짝 못하게 묶어버렸던 내 몸뚱아리를 사람의 몸답게 쓰고 온 느낌이다.

어제는 남들이 다 듣고 있는 중국어 수업을 나만 안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함정에 빠진듯 당황하는 꿈을 꾸었고, 그제는 유연하지 않은 몸으로 유연하려고 애쓰거나, 자전거도 못타는데 열심히 싸이클을 굴리는 경쟁적 꿈을 꾸었다. 내 몸뚱아리는 달려나가는 내 사고의 흐름에 질질 끌려 어디론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었다.

새로운 요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 말을 내 마음대로 이해하자면 이랬다.
‘요가를 통해서 실존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당신이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상관없이 항상 실존하는 세계에. 당신이 실존하고자 한다면 지금 마음을 결정하고, 호흡과 몸을 느끼면서 실존으로 들어오면 됩니다.’

톡하면 터질것 같이 감수성이 민감할대로 민감해져있는 나에게
가슴을 활짝 펴는 동작, 팔을 넓게 벌리고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일것 같은 동작들은
한껏 움츠리고 있는 내 마음상태와 대조되어 가끔은 뭉클 뭉클하기까지하다.

어쨌든 내 몸은 오늘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1.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그 호흡으로 이완되는 나의 목뒤와 어깨를 느낀다.
2. 살아있는 내 몸, 살 덩어리, 흐르는 혈액 이를 통해 ‘여기에 살아있음’ 그거 하나만 느낀다.
3. 좌로 한번 우로 한번 균형있게 몸을 뒤틀어준다.
4. 어려운 동작은 한 단계 낮은 동작으로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
5. 팔도 다리도 척추도 쭉쭉 뻗어서 내가 움직이고 싶은만큼 멀리 멀리 뻗어나간다.
6. 휴식을 주고, 요가를 하고나니 무엇이 달라졌는지 느낀다.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요가의 효능을 글로 설명하기.

teamwork

2018.5.23 수낮

옛날에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풀려가지 않을 때, 남편이랑 일을 같이 한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일을 같이하면 뭔가 다 배려해주고 행복할것 같지만, 살짝만 상상해봐도 내 직장동료의 위치에 그 사람을 가져다놓으면.. ‘음…(?) 그렇구나… 다시 이 사람들이랑 잘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 돌아와서 내 옆에, 내 편을 들어줄 때가 제일이다!

그러다가 남편이 직장동료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집안일을 같이 처리해야할 때이다. 그래서 신혼 때 집안일 분담을 잘 해놔야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우리가 서로 독자적인 삶을 유지할 때에는 그럭저럭 굴러갔지만, 미국에 와서 상호매우의존적인 관계가 되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처리를 둘의 의논을 통해서 해야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둘이 너무나 다른 사람인 거다. 일단, 남편은 융통성있게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P형 인간이라면, 나는 철저한 계획하에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는 J형 인간이다. 나는 딱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 남편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턱이 없었고~ 내가 갑자기 마구마구 이걸해야한다, 저걸해야한다 말하다보면 남편은 당황해서 마음 속에 꾹꾹 눌러놓다가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투정을 했다.

내가 꼭 이사를 가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이사를 하게되었다.
그래서 상상과는 다른 셀프서비스(?)삶이 시작되었는데.. 영어도 미숙하고 문화도 다르니까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가 펑펑 터지는데 너무 어려웠다. 이사 첫날, 둘이 하루 종일 같이 붙어서 일처리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서 뻗고는.. 그 다음 날은 따로 둘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처리하도록 하였다. 그러니까 훨씬 살만한 것 같다.
여기 오고는 아무래도 내가 남편한테 의존하는 일이 많다보니 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어서 나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둘이 하나의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각자 바퀴를 잘 굴려서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teamwork가 발휘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하루는 다투고, 하루는 다독이는 그런 날들이다.

RECIPE 페이지를 시작하며

1. 여기에 와서 요리와 운전은 몸으로 부딪혀야만 했다.
시작하면서 짜증이나기 시작했는데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경험이 늘지 않는 한 잘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혼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단련해서 짜잔하고 결과물을 내는 스타일인데,요리는 매 끼니에 상상과 다른 결과물을 맞이해야만 하고, 운전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였다. 사소하지만 나에게만은 치명적인 실패들을 만나는게 아직도 어렵다.

2.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 녹두거리의 맛집들이 그립다.
열심히 구워낸 팬케이크는 그저 밀가루 빵,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만든 파스타는 그냥 국수,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어도 그냥 이건 맵고 단맛, 된장찌개를 끓여도 된장 물에 야채 송송, 요리하다 지쳐서 외식을 할라고 하면 소고기 or 돼지고기 or 닭고기를 튀기거나 굽거나 볶거나.
뭔가 오늘은 ‘어떤 요리’를 먹었다고 이름 붙이기가 어려웠다. 맛난 재료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요리한 요리가 없단 말이다.
제주흑돼지, 평양냉면, 일식돈가츠, 이런 지역이름 붙은 메뉴가 먹고싶다. 또는 사장님이 야심차게 개발한 메뉴 같은 거.
대천항의 쭈꾸미, 조개 같은 팔딱 팔딱한 신선재료를 왕창 먹고 싶다.
한국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투어가 유행이라는데~ 그 지역만의 식재료를 찾습니다..
그리고 엄마밥 먹고싶다. 허기진 나의 소울푸드~~ 그 계절의 식재료로 뚝딱 뚝딱 허기를 채우는 든든한 음식.

3. 그래서 나만의 방식대로 내 입맛과 식생활을 만족시킬 특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시작하는 RECIPE 페이지.

상담하는 미국 드라마 인트리먼트(In treatment)

내가 상담과 연결하여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영화 굿윌헌팅, 영드 마이매드팻다이어리, 한국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다.(각각 다 코멘트하고 싶지만 본지가 오래되어 그냥 내 마음속에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주인공의 역경 극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 스토리들은 ‘사람이 이전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작동해야하는 가?’에 대한 영감을 준다.

한편, 이 스토리들에 비해 인트리트먼트는 4명의 내담자와 이를 상담하는 상담사의 이야기로 구성된 본격 심리상담 드라마다. 심리상담의 각 회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과정적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를 구지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상담을 어떻게 할지(내담자 특성과 호소문제별로 어떻게 다룰지)’를 배우는데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부 때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고, 상담에 대한 설렘과 판타지를 품은 채로 이 드라마를 신기하게 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0년 시즌3로 종료한 인트리먼트를 미국에 와 정주행 하게 되었다. 할일도 딱히 없고, 상담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드라마에 푹빠져 마치 풀타임 상담을 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했다.

*시즌1(2008년): 43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수퍼비전 혹은 심리상담 1) X 9weeks
시즌2(2009년): 35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교육분석 1) X 7weeks
시즌3(2010년): 28 episode = (상담 case 3 + 상담사 자신의 심리상담 1) X 7weeks

*다루고 있는 주제들: 상담사-내담자 이중관계, 내담자의 자살 또는 자해의 위험, 보호자와 내담자 사이에서의 관계 및 한계 설정, 커플 상담의 삼각관계, 수퍼바이저 혹은 상담사의 상담사와의 관계, 내담자의 의존, 내담자의 죽음, 상담사의 부모적 역할,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내담자, 상담에서 문화차 혹은 소수자 상담 등이다.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회기수와 어마어마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영향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또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담자 자신의 이슈, 예측불허의 이중관계, 상담에서 윤리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했거나 또는 인간적인 이유로(?) 경계가 흐려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보는 동안 마음이 정말 복잡하고 무거웠다. 물론, 내담자가 나아지는 맛에 본다. 그리고 또 상담사인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하나를 생각하는 진지한 맛에 봤다. 양적으로도 코멘트할 부분이 많은 인트리먼트이지만, 나는 상담사 Paul을 중심으로 시즌1~3이 어떻게 엮어졌고, 이를 통한 Paul의 경험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짧게 정리하려고 한다.

Paul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상담사가 되었다. 열심히 상담하면서 살았는데 요즘에는 ‘내담자를 견디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런 상담의 어려움과 평행하여 Paul의 결혼생활도 흔들린다. 그래서 그동안 소원했던 자신의 수퍼바이저이자 지도자인 Gina를 찾는다. 갈등이 마구 마구 폭발하고 상담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aul은 상담을 계속해 나간다. 아내와의 문제, 자녀와의 문제가 내담자의 문제와 평행하여 달린다. 정말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기위한 애처로운 노력이다.(/시즌1) Paul은 상담과 관련한 소송문제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상담이 정말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자신의 상담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고, 또 자신의 오래된 개인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퍼바이저였던 Gina에게 상담을 받기로 한다. 상담에서 지켜야할 경계와 규칙이 있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Paul이지만, 자꾸만 내담자를 치료사가 아닌 인간적인 마음에서 도와주게 된다. Gina와의 상담에서는 자신의 이렇게 살수 밖에 없는 이유와 자신이 하는 상담이 충분히 치료적이라는 것의 타당성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한다.(/시즌2) 상담사 Paul은 이제 ‘지치고 외롭다’. 상담이 상담실 밖에서까지 의미가 있는 현실인지 확신이 없고, 더불어 자신이 살아온 삶과 느끼는 감정들에도 확신이 없어 자꾸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Gina와 여러가지 관계로 얽혀있어 심리치료의 한계를 느낀 Paul은 집 근처에 새로운 상담사 Adele을 찾는다. 그녀는 Paul보다 수련 경험이 적지만, 객관적이고 원칙에 기반한 접근으로 Paul에게 다가간다.(/시즌3)

1) 상담관계에서 나의 관계욕구가 드러나고, 또 이러한 나의 관계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담을 지속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욕구도 다루기가 어려워 허덕이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얻어갈 것이 있는 내담자들은 좋은 걸 얻어가는것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관계 욕구는 내 일상과 상담실에서 평행하여 달린다. 흔들릴테지만 주시하고 싶다.

2)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해결될 문제가 어쩌다가 공부랑 수련을 엄청 많이 한 상담사와 비교적 안전한 상담실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래서 나는 공부랑 수련을 자꾸 자꾸 하면서도, 실제 상담에서는 내 인간적인 촉과 따듯함을 기본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내담자의 영원한 부모나 가족이 되어줄 수 없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같이 있어주고 싶은 이 마음은 어디에 서야하는 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것 같다.

3) 상담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상담이 아닌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끝을 본 것도 아니고 한참 시작 중에 있으니 당분간은 계속할테지만, 뭔가 상담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쓸쓸한 일일까? 즐거운 일일까?

in treatment

2018.5.10 목아침

내가 상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마법이나 판타지나 중독 같은 것은 아닐까?

고개를 저으며 하는 생각은
난 진실함을 만나는 것이 좋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가 좋다.

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연속이다.
돌보아야 행복을 느끼는 게 나라면
평생 돌볼 수 있는 일은 행운이며 감사이다.

지나간 라일락 향기

2018.5.7 월밤

스멀 스멀 들어와서는 강하게 마비시키는
달콤한 라일락 향기가 먼저 온다.

아직은 잎이 달리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향기가 날만한 것은 보라색 꽃이기에
다가갔더니 아무 향이 나지 않는다.
아직 시작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곧 라일락이 포도나무처럼 후두두 열린다.
잎이 없는 나무에 덩쿨을 휘휘 감고
주렁주렁 라일락이 열린다.
향기의 주인일 수 밖에 없게 열린다.
곳곳에 보라 나무가 서있다.

너무나 당연한 향기가 좋은 남자가 있다.
향기를 맡고, 그 정체를 찾고, 보라나무를 발견했을 그가 기특한 여자가 있다.

언제 라일락의 덩쿨은 힘차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잎이 싹트기도 전에 꽃을 피웠을까?
싱그러운 봄이 왔는데, 이제 라일락은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