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8년 5월 18일

상담하는 미국 드라마 인트리먼트(In treatment)

내가 상담과 연결하여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영화 굿윌헌팅, 영드 마이매드팻다이어리, 한국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다.(각각 다 코멘트하고 싶지만 본지가 오래되어 그냥 내 마음속에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주인공의 역경 극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 스토리들은 ‘사람이 이전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작동해야하는 가?’에 대한 영감을 준다.

한편, 이 스토리들에 비해 인트리트먼트는 4명의 내담자와 이를 상담하는 상담사의 이야기로 구성된 본격 심리상담 드라마다. 심리상담의 각 회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과정적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를 구지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상담을 어떻게 할지(내담자 특성과 호소문제별로 어떻게 다룰지)’를 배우는데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부 때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고, 상담에 대한 설렘과 판타지를 품은 채로 이 드라마를 신기하게 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0년 시즌3로 종료한 인트리먼트를 미국에 와 정주행 하게 되었다. 할일도 딱히 없고, 상담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드라마에 푹빠져 마치 풀타임 상담을 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했다.

*시즌1(2008년): 43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수퍼비전 혹은 심리상담 1) X 9weeks
시즌2(2009년): 35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교육분석 1) X 7weeks
시즌3(2010년): 28 episode = (상담 case 3 + 상담사 자신의 심리상담 1) X 7weeks

*다루고 있는 주제들: 상담사-내담자 이중관계, 내담자의 자살 또는 자해의 위험, 보호자와 내담자 사이에서의 관계 및 한계 설정, 커플 상담의 삼각관계, 수퍼바이저 혹은 상담사의 상담사와의 관계, 내담자의 의존, 내담자의 죽음, 상담사의 부모적 역할,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내담자, 상담에서 문화차 혹은 소수자 상담 등이다.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회기수와 어마어마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영향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또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담자 자신의 이슈, 예측불허의 이중관계, 상담에서 윤리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했거나 또는 인간적인 이유로(?) 경계가 흐려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보는 동안 마음이 정말 복잡하고 무거웠다. 물론, 내담자가 나아지는 맛에 본다. 그리고 또 상담사인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하나를 생각하는 진지한 맛에 봤다. 양적으로도 코멘트할 부분이 많은 인트리먼트이지만, 나는 상담사 Paul을 중심으로 시즌1~3이 어떻게 엮어졌고, 이를 통한 Paul의 경험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짧게 정리하려고 한다.

Paul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상담사가 되었다. 열심히 상담하면서 살았는데 요즘에는 ‘내담자를 견디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런 상담의 어려움과 평행하여 Paul의 결혼생활도 흔들린다. 그래서 그동안 소원했던 자신의 수퍼바이저이자 지도자인 Gina를 찾는다. 갈등이 마구 마구 폭발하고 상담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aul은 상담을 계속해 나간다. 아내와의 문제, 자녀와의 문제가 내담자의 문제와 평행하여 달린다. 정말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기위한 애처로운 노력이다.(/시즌1) Paul은 상담과 관련한 소송문제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상담이 정말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자신의 상담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고, 또 자신의 오래된 개인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퍼바이저였던 Gina에게 상담을 받기로 한다. 상담에서 지켜야할 경계와 규칙이 있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Paul이지만, 자꾸만 내담자를 치료사가 아닌 인간적인 마음에서 도와주게 된다. Gina와의 상담에서는 자신의 이렇게 살수 밖에 없는 이유와 자신이 하는 상담이 충분히 치료적이라는 것의 타당성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한다.(/시즌2) 상담사 Paul은 이제 ‘지치고 외롭다’. 상담이 상담실 밖에서까지 의미가 있는 현실인지 확신이 없고, 더불어 자신이 살아온 삶과 느끼는 감정들에도 확신이 없어 자꾸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Gina와 여러가지 관계로 얽혀있어 심리치료의 한계를 느낀 Paul은 집 근처에 새로운 상담사 Adele을 찾는다. 그녀는 Paul보다 수련 경험이 적지만, 객관적이고 원칙에 기반한 접근으로 Paul에게 다가간다.(/시즌3)

1) 상담관계에서 나의 관계욕구가 드러나고, 또 이러한 나의 관계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담을 지속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욕구도 다루기가 어려워 허덕이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얻어갈 것이 있는 내담자들은 좋은 걸 얻어가는것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관계 욕구는 내 일상과 상담실에서 평행하여 달린다. 흔들릴테지만 주시하고 싶다.

2)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해결될 문제가 어쩌다가 공부랑 수련을 엄청 많이 한 상담사와 비교적 안전한 상담실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래서 나는 공부랑 수련을 자꾸 자꾸 하면서도, 실제 상담에서는 내 인간적인 촉과 따듯함을 기본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내담자의 영원한 부모나 가족이 되어줄 수 없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같이 있어주고 싶은 이 마음은 어디에 서야하는 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것 같다.

3) 상담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상담이 아닌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끝을 본 것도 아니고 한참 시작 중에 있으니 당분간은 계속할테지만, 뭔가 상담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쓸쓸한 일일까? 즐거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