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대한 짧은 이야기

요즘 조현병과 관련한 사회 문제가 기사화 되는 방식이나 논의되는 방식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 경험을 짧게 나눠보고자 한다.

상담실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가 정기적으로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말도 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그 아이가 당황스럽고 또 업무 방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거슬렸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슬픔, 속상함, 어려움, 외로움 등을 호소하기에.. 이야기가 통하지는 않지만 마음 또는 분위기는 전달될 거라는 생각으로, 이것도 하나의 상담자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어설프게 알겠다고 말하며, 선생님도 잘 지내시라며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그 아이가 조현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아주 조절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폭력적이고, 통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해서 ‘그러니까 병원을 가보라’는 ‘약을 잘 먹고 있냐?’는 대화만을 이어가는건 뭔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꼈다. 그 아이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매일 매일 일상의 어려움을 겪어가며 살고 있는 것인데, 더 안타까운 점은 우리만큼 힘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을 모르는 상담 선생님한테 강박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

캠프힐에서는 지적 장애를 앓는 아이와 8개월 동안 같이 동고동락을 했었다. 그 즈음 그 아이는 나와 나이가 같았지만 지적 수준은 어린 아이었다. 그 아이는 뇌 발달의 제한으로 인해 감정 조절이 힘들었고, 감정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되면 폭력적으로 변했다. 그 아이랑 같이 지내고, 그 아이를 관찰하면서 나는 그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폭발적으로 튀어나가는 지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되지 않고, 매우 원초적이고, 아이 같은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모두 다른 부분에서 분개하고 다른 감정 곡선을 타듯이 그 아이도 자신 만의 감정 곡선을 타고 있었다. 그 아이도 나도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한없이 평화롭게 우리는 서로를 조율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뭔가 그 아이가 불안해 할 만한 변화가 찾아오거나 갑작스러운 침해를 받게 되면 우리의 관계가 단 번에 무너지는것 같은 폭발이 있었다.

조현병과 관련한 기사들을 접하다보니 문득 이 두 명의 아이가 그리워졌다. 그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갔기 때문이고, 또 그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이름은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 주는 부정적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 대체되었다. 조현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현악기의 줄을 고르듯이 사람의 정신 상태가 조율되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미친 사람으로 규정하여 가두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뜻은 아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 치료되는 순간을 떠올려본다. 조인성은 자신이 돌봐야 한다고 느끼는 가상의 인물 도경수를 혼자서 보는 환각을 겪고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믿을 수 없는 진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조인성이 도경수를 알아온지가 몇년인데.. 도경수는 아직까지 교복차림의 학생인건가? 자신의 환각을 의심하자, 맨발의 불완전한 도경수, 그 비현실이 보인다. 이 순간이 스스로 환각의 모순을 깨닫고, 정신 상태가 조율되는 순간이다. 어쩌다 사람의 마음, 정신상태는 갈가리 찢어지게 되었을까? 갈가리 찢긴 정신상태는 어떻게 조율되어야 하나? 이것이 조현병을 논의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 2편 ‘듣고 반응하는 기술’

Shari Manning(2011)의 Validation 개념을 설명하는 글입니다.
DBT에서 사용하는 주요 대인관계 기술로 Validation을 배웠는데, 한국어로 직역하기에는 마땅한 개념이 없는것 같아서 줄글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제안이나 의견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부자연스러운 표현도 알려주세요.)

Validation은
소중한 사람과 보다 효과적으로 원하는 바를 주고 받기 위해서, 활용하면 좋을것 같은 ‘듣고 반응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이 컴퓨터와 같이 정확하고 깔끔하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이 하는 1)말을 듣고 2)그 안에 ‘1번, 2번, 3번, 4번, 5번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구나!’ 하고 하나씩 점을 찍듯이 체크하고, 3)알게된 것을 상대에게 나의 언어로 ‘1번, 2번, 3번, 4번, 5번 이라는 말이지?’ 하고 의사소통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마음 하나, 하나에 가 닿았다가 ->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오롯이 느끼고 -> 그 마음이 나에게 다시 들어와 자리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와~! 쓰고 보니 굉장히 존중받는 방식의 대화이고, 매우 젠틀젠틀 교양교양 하여서 엄청난 집중력과 평정심을 탑재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대화방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Validation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첫째는 우리의 마음이 컴퓨터와 같이 정확하고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 모든 과정이 흔들리는 감정 상태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내 앞에 상대는 1~5번 마음이 모두 섞인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로 앉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1번, 2번, 3번, 4번, 5번을 가려냈다고 해도 상대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잘못 파악했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경험하고 있는 1번, 2번, 3번, 4번, 5번이 내 상황에서는 딱히 와닿지도 않고 이해도 안되어서 상대가 느끼는 대로 똑같이 느끼기도 어렵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니 둘 다 감정이 동요하기 시작하고 1번, 2번, 3번, 4번, 5번은 더 파악하기 어려운 의미가 되어 흔들리고 있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같이 경험해보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차근 차근 이야기 했는데… 상대방 마음은 또 나 같지가 않아서 내가 말한대로 상대방 마음에 가 닿는 것이 아니다.

우엥~ 어떻게 해? 이대로 포기하고 말것인가? No.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대화, 효과적인 대인관계로 가는 길이니! 1000번이고 반복 연습하라고, 인생 내내 반복하라고, 특히 나랑 상대방의 상태가 좋을 때 많이 시도해보라고 제안한다. 비록 이 Validation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두 이 기술을 활용하여 행복하고 효과적인 대인관계를 누리고 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밝힌 Validation 과정을 따라가보자.

1단계: 들을 때, 흘려 듣지 않으며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틀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도 그 틀 안에 넣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나의 그 고유한 틀을 치워 놓고 들어본다.(그 생각을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 틀린 것, 마땅한 것, 마땅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지 말고, ‘항상 그래’, ‘절대 안 그래’, ‘아무도 안 그래’, ‘모두가 그래’라는 말을 지양하라고 한다.)

2단계: 최대한 정확하게 들은 내용을 반영한다.
단추를 하나 하나 채우듯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차근 차근 하나씩 듣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따라가서 경험하고, 내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상대방의 말을 내 거울에 비추어 다시 되돌려준다.

3단계: 말한 것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읽어준다.
이 과정은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리고, 너가 생각한 것이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이다. 아기가 울고 있을 때, ‘배가 고프니?’, ‘기저귀가 젖었니?’, ‘너무 덥니?’, ‘너무 춥니?’, ‘어디가 아프니?’, ‘졸리니?’ 등등 아기의 불편함을 찾아주기 위해 부모는 여러 가설을 확인한다. 부모가 생각한 것은 틀릴 수 있지만, 아기가 자신의 불편함을 기어코 꺼내 놓을 수 있도록 계속 아기 울음의 숨은 뜻을 읽어 조율하는 것처럼.

4단계: 상대방의 마음을 더 큰 맥락(특히, 살아온 배경)안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상대의 마음, 생각, 행동이 조금은.. 또는 너무 많이? 이상해보일지라도, 그 사람에게만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마음, 생각, 행동일 수 밖에 없음을 아는 것이다.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5단계: 상대방의 경험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경험’안에서 본다.
책에서 제안하는 ‘우리는 모두 너 같이 느낄 때가 있지’, ‘누구나 그 상황에서라면 너 같이 느낄 거야’, ‘너도 알잖아 그게 얼마나 당연한 반응이란걸’ 이런 표현들은 그냥 듣기만 해도 얼마나 마음을 녹이는 지… 우리는 모두 자신이 요상해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괜찮고 싶다.

6단계: 궁극의 진정성(radical genuineness)을 보여준다.
궁극의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수업에서는 균등함(equality)과 존중(respect)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상대방을 아랫사람, 윗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와 같은 선 위에 올려두고 보는 것,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들이 진귀하다는 마음으로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것.

참고: Loving someone with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Shari Manning, 2011의 chapter 3과 이를 바탕으로 한 DBT 수업을 바탕으로 내 언어와 문장으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글임.

공부 벌레

2019.4.6 토밤

오랜만에 상담 공부했다. 상담 공부 할려고 마음잡고 앉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서,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아서 자꾸 미루게 된다. 그래도 하고나면 제일 보람차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상담 공부다.

그 밖에는 역사공부랑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역사 공부~ 재미지다. 한국사로 대한민국 땅에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 순서대로 지금으로 다가오는 것도 재미있고,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다가 뻗어나가 중국사도 궁금하고, 유럽사도 궁금하고, 몽골사도 궁금하고, 미국사도 궁금해지는 그런 확산적 호기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어는 괜히 미워하고 있었는데, 두 친구를 만나면서 더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 통하며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영어 표현 하나라도 더 잘 알고 싶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Big Book Sale 중고 시장을 해서 갔다가 노래하는 뒷마당 새들을 그림까지 곁들여 총정리 해둔 1964년 책을 2달러에 구해왔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LP판(?)도 첨부되어있다. (너무 득템) 내가 숲속에서 발견한 여러 새들이 책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새도 공부해볼까? 생각한다.

아 이렇게 오랜만에 글 쓰고 나니 정말 잉여롭게 잘 살고 있는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멍때리며 쓸쓸해하며 내 앞날을 걱정하며 감정이 쉴새없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시간이었다. 블로그에 무슨 글을 써야할지도 모르겠었다. 카톡에 아무나 붙잡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했다. 동생한테는 ‘누나는 여기에 와서도 공부만해, 완전 공부 벌레야’ 하면서 찡얼댔다. 근데 나 정말 공부하는 거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조사하고, 정리하고, 조사하고, 정리하고. 무엇을 바라 나는 이렇게 자꾸 조사하는 것일까? 동생의 처방전은 게임: 스타듀밸리(Stardewvalley), I like it.

아이슬란드

2019.3.21 목낮

자연, 날것과 가까워지면서 의외로 진지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돌아와서 본 영화 BOKEH를 통해 나의 경험 이해해보기.

거대한 자연 안에 살면서 그것을 잊고 그저 내 삶을 유지, 보존하고 싶다.
하나의 큰 뜻이 있어서 그것에 기대면 어떻게든 평안을 보장받을테니까…
그렇게 얻은 안식 안에서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릴 재미있는 일들을 한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 혼자 남겨진다면? 또는 그와 나 이렇게 둘 뿐 이라면?
좋은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며, 좋으려고 열심히 좋은 것을 찾아나서지만
결국은 자연도 나도 그도 그냥 그렇게 있을 뿐이라는 것.
아무리 천연빛깔의 풍경이라도, 신기한 광경이라도 그냥 존재할 뿐이라는 것.
무엇을 바라 애쓰는 것일까? 고민 한 점.
그렇지만 너는 멈추고 싶지 않지. 앞으로 나아가지. 그게 너의 숙명이니까.

마음챙김 먹기

2019.3.4 월저녁

어느 날엔가 부엌이 얼핏 내 일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식칼이 흉기가 아니라 손에 붙은 도구로 느껴졌다. 어떻게 장보고 어떻게 요리할까는 끝나지 않는 난제이지만,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중이다.

나는 왜인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다. 먹을거 사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먹으려고 만나는 모임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행복하고, 배가 고픈데 먹을게 없으면 정말 미칠것 같다. 배고파서 화나는 Hangry는 내 안에 감추고 싶은 악마 같은 거다.ㅎㅎ

그러다 갑작스레..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요리하고 먹는 행위를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를 발전시키기로 마음을 먹게되었다. 구체적인 목표들을 나열해보면, 1)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한다. 2)차근 차근 요리한다. 3)냉장고를 경영한다. 4)먹을만큼만 조리한다. 5)남은 음식은 새로운 반찬으로 전환하여 한 끼 더 먹는다. 6)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다. 7)정말 엄청 맛있는 요리를 삶에 틈틈이 선물처럼 넣어준다.(외식 인건가?) 8)요리를 정말 못하겠는 날을 위한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해둔다. 9)오늘의 차 또는 오늘의 커피를 준비한다. 10)천천히 먹는 시간을 즐긴다.(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시도한 나의 실험을 한 가지 소개해본다.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에너지가 털려서 너무 배가 고프고 그런데 먹는 것을 만들기 위한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다. 어떤 기분이냐면 라면을 후루룩 끓여먹고 싶은 기분, 오늘은 제발 외식하자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휘몰아치는 Hangry의 충동적인 상태를 극복해보기로 했다. _집에 들어와서 차분히 물을 끓였다. 홍차를 탔다. 4분 우려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쿠키를 딱 하나만 꺼냈다. 그렇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쿠키 하나를 여러번에 나눠 먹었다. 다행히도 진정이 되었다. _ 마음챙김 먹기는 내 앞에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식이 나에게 일으키는 신체적 변화를 느끼고, 또 음식을 섭취하면서 그 식사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며 먹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영어 말하기 2

2019.2.15 금밤

드디어 영어 말하기 파트너 두 명이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한땀 한땀 열심히 입 밖으로 영어를 내고 있다. 영어 말하기가 서툰 만큼 내 말이 생각지 않게 무례한 칼이 되어 나갈까봐 조심스럽다.

Movie, Holiday, Hobby 이런 것들~ 영어 회화 학원에서 해봤음직한 이야기들. 심지어 그때 만들었던 레파토리까지 그대로 생각날 지경이다. 그런데 진짜 사람을 앞에 두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며 말을 고르고 고르다보니 내가 어떤 의식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의도를 담고있는지 다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꼰대같이 보이고 싶지 않지만 대학생은 아닌 티를 내고 싶다 / 나는 한국의 신기한 문화를 알리고 싶지만 한국을 사실 잘 모른다 / 나는 미국과 한국을 자꾸 비교하고 싶어한다 / 나는 상대방의 삶의 배경을 알고싶다 /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 나는 사람을 자꾸 분류하려고 한다 (편견이 있는것 같다) /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싶다 / 나는 미국인의 마음과 한국인의 마음도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난 열심히 사는 미국 사람을 본다 / 나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무엇보다 편해져야할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 나는 힘들다 / 나는 내가 바보 같이 말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내가 이거보다 바보가 아니라고 알리고 싶다 / 말할 수 있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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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물흐르듯

2019.1.30. 수밤

아부지는 회사를 떠나기 위해 애를 쓰시고, 동생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이 시간들, 나도 왠지 흘러가는 시간들을 의미있는 내용들로 채워야 할것 같아서 매 시간 시간에, 하루 하루에 의미 붙이기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방법은 아닌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을 흘러가는 물보듯 멍하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비로소 행복할것 같다.

포크촙, 참치 파스타베이크 그리고 리솔

영국의 소울푸드

여기에 와서 외식을 하면 그냥 고기를 구워서 소스를 뿌리고, 야채와 곁들여내는 음식인것 같아서
요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몇번 음식을 만들어보고 레시피도 참고하다보니 이곳에서는 대략 고기+감자+치즈+양파가 잘 어우러져서 소울을 불러오는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내는 소스도 한 몫을 하는것 같다.

한동안 레시피 페이지가 뜸 했는데, 요리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것 같기도하다. 요즘은 재료를 침착하게 준비하고, 정성을 담아 요리하면 대략 맛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좀처럼 요리를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ㅎㅎ. 그래도 꾸준히 요리 인증샷은 찍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모아모아 한 번 써보는 영국요리 편이다. 

작가 펭귄의 영국생활을 그린 웹툰을 정주행하면서 타국 생활에 따라 붙는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는데, 영국 요리에 관한 책(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애니북스)이 출간된 것을 보고 아무래도 식재료가 비슷하기 때문에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하고 책을 구해서 따라해보게 되었다.

1. 포크촙

미국 마트에 가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포크촙인데, 돼지고기를 촙촙 잘라서 구워 먹기 좋게 해두었다. 포크촙을 사다가 재주있게 요리를 해내면 포크촙 요리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기 때리는 망치를 사서 포크촙을 두드려 밀가루->계란>빵가루 순서로 묻혀 돈까스를 만들어 먹고 있다.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레시피에서는 머스타드 소스를 활용한 포크찹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거 만든다고 그릴용 후라이팬도 샀다는~ 그릴용 후라이팬은 사고보니 굉장히 유용했다. 울룩불룩 올라온 표면 때문에 고기가 멋있게 익고, 또 그 사이 움푹 패인 곳으로는 기름이 빠지기 때문에 고기 굽기가 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소울이 만들어지는 부분은 여기다!! 후라이팬에서 다 익은 고기를 꺼내면 고기 기름이 남는데 거기에 소스 재료를 넣고(레시피에서는 사과주, 머스타드, 더블 크림 등을 넣었다는) 졸여서 소스를 만든다. 점점 더 식재료를 이해하게 되어 나만의 맛난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올까? 감자와 집에 남은 야채를 곁들인다. 

2. 참치 파스타 베이크

참치 통조림과 파스타, 크림소스(버터, 밀가루, 우유), 감자칩, 스위트콘 통조림 같은 집에 상시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손님 접대도 가능한 근사한 요리가 되는 참치 파스타 베이크 레시피도 있다. 파스타는 장보기 싫은데 끼니를 때워야할 때 적절하다. 집에 파스타를 괜히 종류별로 사놓고~ 파스타 소스 한 병과 냉동 새우, 마늘만 상시 준비해두고 있다면 한 끼 든든하게는 자신있다! ㅋㅋ 어쨌든 이 요리는 맛보장 식재료 참치와 스위트콘을 크림소스와 버무려 오븐용 그릇에 넣고, 이 레시피의 가장 특별한 점인 감자칩을 뿌려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다. 난 이 요리가 초보자에게 적절한 이유를 알고 있다. 맛있는 재료만 골라 버무려서 실패할 수가 없고(버무리는 요리들이 대체로 쉽다ㅎㅎ)~ 또 이미 파스타를 삶아서 오븐에 또 굽기 때문에 덜 익을 염려가 없다. 냠냠 쩝쩝.     

3. 리솔

이 요리는 좀 징징대면서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할로윈이라고 특별한 날이라고 야심차게 만들었는데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다. 그치만 소울있는 푸드 맞음. 왜냐하면 양파, 마늘과 같이 익힌 다진 소고기+으깬 감자를 동그랗게 빚어 밀가루 묻혀 구워내는 요리니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영국에서는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여 전통요리처럼 되는데, 케찹도 괜찮다고 해서 케찹이랑 먹었다. 감자 익혀 으깨놓고 한숨 돌리고, 큼직하게 볼 만들어 놓고 한숨돌리고, 또 안 타게 정성껏 구우면서 익을 때가지 인내하고 그랬다. ㅎㅎ 다시 한 번 만들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  다진 소고기~ 다진 돼지고기도 미국 마트에 잘 팔아서 이런 볼?이나 전 계열의 음식을 시도해보기에 좋다. 끝. 

 

*당연히 구체적인 레시피는 책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을 참고하세요.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개념화 1편. 내담자의 순환적 부적응적 패턴(CMP)

심리 상담은 내담자에 대한 어떤 가설을 설정하고 부단히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Levenson, 2008) 책은 (정말 구체적으로 실제 상담 예시를 쪼개서) 내담자와 관련한 가설을 수정해가는 과정을 대인관계 중심으로 보여주었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에서는 내담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대인관계 패턴(순환적 부적응적 패턴, CMP)을 사례개념화 하는 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자기 행동: 대인관계에서 내담자가 가지는 생각, 감정, 소망, 행동은 무엇인가?
  2. 타인의 반응 예측: 대인관계에서 내담자가 보이는 모습에 대해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3. 타인의 행동: 타인이 내담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4. 자기를 대하는 자기의 행동: 내담자는 내담자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5. 치료자의 역전이 반응: 치료자는 내담자로부터 어떤 역전이를 경험하는가?

예를 들면, 1) 내담자는 다른 사람을 불신하고, 그들로부터 떨어져 지낸다. 2) 왜냐하면 내담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냉담하고 경솔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3) 다른 사람들이 내담자를 무시하니까, 4) 내담자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고립시킬 수밖에 없다. 5) 상담자는 내담자로 부터 거리감을 느낀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Levenson, 2008) 재인용 chapter 4. 사례개념화: 초점 찾기

내담자 초기 면접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순환적 부적응적 패턴(CMP)을 위와 같이 명료하게(겨우 4줄이다..) 드러낼 수 있다면, 그 다음 상담을 통해서는 이 패턴이 정말 내담자의 것이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한다. TLDP의 치료 과정은 ‘상담 관계’를 활용하여 내담자가 ‘새로운 관계 경험’을 하도록 나아가는 것이다. 처음에 정리한 내담자의 CMP 사례개념화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지켜보고, 상담의 끝에서 내담자가 초기의 CMP와 다른 새경험을 하고 있다면 치료적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book: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 를 다 읽고 정리한 글임.

상담이 끝나는 날

상담자: 네. 아주 잘 지내시고 있다니 저도 참 기쁘군요.

내담자: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는다.)

상담자: 눈물을 글썽이시네요.

내담자: (울먹이며) 나는… (심호흡) 아이들과 다시 잘 지내게 됐고, 모든 게 다 좋아요. (잠시 침묵)

상담자: 그리고?

내담자: (침을 꿀꺽 삼키며, 침묵)

상담자: (부드럽게) 편안하게, 천천히 말씀하세요.

내담자: (심호흡을 하고 나서 흐느끼며) 나는 그저… 선생님한테 참 고마워요.

상담자: 잘 있으라고 작별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내담자: 네?

상담자: 작별 인사하는 것도 힘든 일이죠?

내담자: (환해지며) 맞아요. 저를 참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상담자: 존슨 씨 스스로도 대단히 노력을 하셨어요. 여기서 많은 모험을 감수하셨지요.

내담자: (미소 지으며) 예, 그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줄리아한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잘 도와줘서 참 고맙다고.

상담자: 으음.

내담자: 그 애도 방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얘기를 했어요. 제가 아주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상담자: 맞아요. 만일 존슨 씨가 마음을 열고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제가 아무 도움도 될 수 없었겠지요.

내담자: 네. 모두에게 감사하답니다. 이제 혼자서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상담자: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그렇게 믿어요.

내담자: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시는 거죠?

상담자: 그럼요. 아시지요?

내담자: 예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의 내용을 부분 인용함. -chapter 12. 종결기의 문제들-

위와 같은 종결 장면의 상담 축어록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게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는 내담자와의 종결 때 였는데, 위 축어록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담자는 상담 내내 줄곧 힘들다고만 이야기 해왔었는데, 그 마지막 날 ‘다 괜찮다’고 했다.

위 축어록의 상담사인 Hanna Levenson(완전 젠틀~ㅎㅎ)과 내가 달랐던 점은 ‘울어버린 쪽이 나’라는 것이다. 내담자가 다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마치 나를 안심시키려는(또는 내담자 자신 스스로도), 종결을 준비하는, 내담자의 담대한 마지막 모습으로 훅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울자, 내담자는 ‘선생님은 저를 좋아하시는군요’ 같은 류의 응답을 했었다.

맞다. 나는 내담자를 좋아한다.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함께하다보면 그 사람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로 돌아서서 그 사람의 다음 행보를 마음 속으로 밖에 응원할 수 없는 그런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거죠. 존슨씨의 삶의 무대에는 여러 사람이 왔다 갑니다. 이번에는 내가 왔다 가지만, 난 존슨씨 무대에서는 조연같은 거죠. 그리고 앞으로 존슨씨 무대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 왔다 갈겁니다. 앞으로도 그 무대에서 주연인 존슨씨가 계속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진심을 꾹꾹 눌러담는 마지막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