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끝나는 날

상담자: 네. 아주 잘 지내시고 있다니 저도 참 기쁘군요.

내담자: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는다.)

상담자: 눈물을 글썽이시네요.

내담자: (울먹이며) 나는… (심호흡) 아이들과 다시 잘 지내게 됐고, 모든 게 다 좋아요. (잠시 침묵)

상담자: 그리고?

내담자: (침을 꿀꺽 삼키며, 침묵)

상담자: (부드럽게) 편안하게, 천천히 말씀하세요.

내담자: (심호흡을 하고 나서 흐느끼며) 나는 그저… 선생님한테 참 고마워요.

상담자: 잘 있으라고 작별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내담자: 네?

상담자: 작별 인사하는 것도 힘든 일이죠?

내담자: (환해지며) 맞아요. 저를 참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상담자: 존슨 씨 스스로도 대단히 노력을 하셨어요. 여기서 많은 모험을 감수하셨지요.

내담자: (미소 지으며) 예, 그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줄리아한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잘 도와줘서 참 고맙다고.

상담자: 으음.

내담자: 그 애도 방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얘기를 했어요. 제가 아주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상담자: 맞아요. 만일 존슨 씨가 마음을 열고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제가 아무 도움도 될 수 없었겠지요.

내담자: 네. 모두에게 감사하답니다. 이제 혼자서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상담자: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그렇게 믿어요.

내담자: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시는 거죠?

상담자: 그럼요. 아시지요?

내담자: 예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의 내용을 부분 인용함. -chapter 12. 종결기의 문제들-

위와 같은 종결 장면의 상담 축어록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게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는 내담자와의 종결 때 였는데, 위 축어록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담자는 상담 내내 줄곧 힘들다고만 이야기 해왔었는데, 그 마지막 날 ‘다 괜찮다’고 했다.

위 축어록의 상담사인 Hanna Levenson(완전 젠틀~ㅎㅎ)과 내가 달랐던 점은 ‘울어버린 쪽이 나’라는 것이다. 내담자가 다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마치 나를 안심시키려는(또는 내담자 자신 스스로도), 종결을 준비하는, 내담자의 담대한 마지막 모습으로 훅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울자, 내담자는 ‘선생님은 저를 좋아하시는군요’ 같은 류의 응답을 했었다.

맞다. 나는 내담자를 좋아한다.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함께하다보면 그 사람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로 돌아서서 그 사람의 다음 행보를 마음 속으로 밖에 응원할 수 없는 그런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거죠. 존슨씨의 삶의 무대에는 여러 사람이 왔다 갑니다. 이번에는 내가 왔다 가지만, 난 존슨씨 무대에서는 조연같은 거죠. 그리고 앞으로 존슨씨 무대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 왔다 갈겁니다. 앞으로도 그 무대에서 주연인 존슨씨가 계속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진심을 꾹꾹 눌러담는 마지막 인사

돌아오는 길

2019.1.1. 화오전

14시간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 13시간 비행을 하고 오니, 인천에서 출발했던 시간이 되었다. 남은 한 시간 반의 비행.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듯이 비행기를 타면서, ‘그만큼 가까운 거리라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착륙하면서 보이는 도시가 반짝 반짝한데 집집마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전등 장식을 했기 때문이다.  

집은 떠나기 전 그대로로 잘도 있다. 냉장고엔 금방 가져온 한국 반찬과 식재료들이 보내온 마음만큼이나 가득 들어찬다. 어둑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또 다시 둘만이 되었다. 밤에 짧게 자고, 낮에 길게 자는 시차에 내 몸이 적응 중이다.

대과거

2018.11.23. 금밤

돌아올 때,
신혼생활하던 녹두거리를 건너 뛰고
친정으로 왔더니..
학교 다니던 시절, 대과거로 돌아와버렸다.
시간여행하기 참 쉽다.

갇힌 방 나오기

한국으로 return 하기 전에 애착과 심리치료 완독하기.
‘애착과 심리치료’ 책이 알려주는 갇힌 방에서 나오는 방법, 알려드림!! (그림- 내가 파워포인트로 그린 그림)

1. 두 사람이 만나면, 상대방에게 지금까지 자신이 맺어오던 관계맺기 방식을 덧씌운다. 상대방에게서 엄마가 보이고, 아빠가 보이고, 애인이 보이고, 옛날 그때 그 친구가 보이는 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현상이다. 상대방도 아마 자신의 어떤 누구를 나에게서 보고 있을 것이다. 과거 경험을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다이나믹한 관계를 형성한다.

2. 엇! 그런데 인간이란 누구나 취약한 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전 관계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자주 빠지던 함정에 또 빠지게 된다. ‘아~ 나 항상 이 부분이 어려웠었지.., 아~ 나는 또 안되는가 보다.’ 이 부분이 자신이 ‘매몰’되는 지점이다. 벌겋게 열이 올라 어찌할지 모른다. 이전의 어려움을 반복하느냐, 새로운 관계 패턴을 만들어내느냐 사이에서 두 사람은 서로 공모하거나 충돌하면서 벌어진 틈을 매워 나간다.

3. 그렇다면 갇힌 방에서(매몰)에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애착과 심리치료 책은 정신화와 마음챙김의 이중나선 구조를 제안한다. 갇힌 방을 여유로운 공간에 내어놓고 살펴보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구체적으로, 깊은 호흡을 하면서 현재 자신의 상태(신체, 감각 등 비언어적인 영역)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 여유의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여유로운 공간에서 우리는 통찰의 기회를 만든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면서 이전과 다르게 의미를 부여해보기도 하고, 과거-미래와 연결하여 맥락을 찾기도 한다.

4. 마음챙김과 정신화는 두 명 다 해야한다. 상담 관계에서라면, 상담사 자신이 먼저 마음챙김과 정신화를 해내서 내담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둘 다에게 이런 ‘건강한 마음 운동’이 습관화 된다면 점차 관계에 대한 자각의 영역이 넓어지고, 그 안에는 융통성, 유연성, 주체성 이런 좋은 것들이 스며들어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튼튼한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 이전에 방에 갇힌 줄 알았다면, 이제는 창문과 문을 내 의지대로 열고 닫으면서 내 방에 방문한 이들을 호기심과 기쁨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참고 도서: 애착과 심리치료, David J. Wallin 지음, 김진숙, 이지연, 윤숙경 공역, 학지사, 2010

–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파트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다.
익숙한 배경으로 돌아가 내가 원했던 변화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 by Kottler, J.A.(1997) Travel that can change your life.

갇힌 방

2018.11.6. 화저녁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칠 때에는 방문 창문을 걸어 잠그고 조용히 그 안에 들어가 있는다.
아무리 세게 비바람이 몰아쳐온다고 해도 문을 잠그고 조용히 있으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잦아들어 햇빛이 비치고 산들바람도 불어오는 것 같으면, 창문을 열어볼까? 문을 열어볼까?
좋은 날씨 덕분에 방 안에 있어도 한층 여유가 있다. 나는 이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한다.

그동안 이 집에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니게.. 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니게..
그렇게 어정쩡하게 있었다.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한 것 같아서, 조금 더 두 발 두 팔을 펼쳐볼 수 있을까 방을 바꿔본다.
새 방에는 무엇이 찾아오나?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 속에서 창문과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열었다가 닫았다가 덜커덕 덜커덕 반복.

더 이상 비바람도 없고, 새 방도 찾은 나를 자유롭게 꺼내놓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딱 그만큼 갇힌 눈으로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의 목소리를 가진 새들의 방문처럼 어떤 의외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새가 창문을 열게하고, 새소리를 들으러 나가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걸어 나가고,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그렇게 새로운 움직임의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내 방에 들고 나가는 것들을 나를 해치는 무서운 것들로만 보지 않는다면,
내 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 식대로.. 갇힌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두고도 내 방에 들고 나가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환기도 잘되고, 웃음 소리가 있는 내 방을 그리며.

–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네 주인공이 자신만의 한계에 갇힌 방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휘루가 어느 날 새로운 시선으로 석무를 보자 집 안에 맛있는 음식과 꽃과 대화가 찾아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서 어떤 관계 변화가 오고 가는 지를 읽으면서,
각자 갇힌 방에서 좋은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유사 게시물

가정 주부

2018.10.28 일밤

남편은 불금에 학교 끝나고 돌아와서 맥주를 까던데..
나는 일요일 저녁밥을 열심히 하고나서 맥주를 까는 걸 보니, 나는 일요일에 퇴근하나보다.
주말이 평일보다 힘든게 사실이라우~ ㅋㅋㅋ
전국의 가정 주부님들 모두 힘내시길!
황박사님의 말에 의하면, 여자는 결혼하면  200만원/월, 아이를 한 명 낳아서 키우면 + 150만원/월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거라고 합니다(황상민의 심리상담소 E160. 취업하고 싶은데, 결혼부터 하라고요?).

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 1편 ‘멈추는 기술’

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이라니, 참으로 아메리카적인 표현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머리를 울리게 하는 대인관계 갈등은 효과적인 Tip으로 한큐에 해결하는 게 맞는것 같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하니 외어서 -> 실험해보고 -> 효과가 느껴지면 -> 계속 연습하면 될거다.

오늘의 주제는 ‘부정적 감정과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가는 대화의 순간에 Time-out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남편이랑 내가 격돌하는 순간은 남편의 (둥글둥글 해결하는)P성향과 나의 (각잡고 해결하는)J성향이 만날 때이다. 너무 극명하게 다른 부분이라, 상대방의 생각을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화가 나고 아주 공격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게 된다. 타임 아웃이 정말 필요하다.

이거 DBT 상담 기술 수업에서 배워온 건데~ 공유합니다.

<Time-out 활용 방법>

  1. 인식 단계:
    – 긴장이 증가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인식한다.
    – (조절 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특정 시간 동안의 time out을 요청한다. ** 관계를 절단 내거나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2. Time을 사용하는 단계:
    – 감정을 가라 앉히고(숨을 쉬어 본다,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활용)
    – 내 감정을 돌아보기도,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보기도하고
    –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지닌다.
  3. 돌아오는 단계:
    – 다시 만나는 시간을 합의하여 타인의 입장을 받아주는 방식(validate)으로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한다. ** Time-out 시간은 벌주는 시간이 아니며, 반드시 돌아오는 순간이 합의되어야 한다.

처음에 이 기술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내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타임 아웃을 상대방을 벌주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강사는 농구의 작전 타임에 비유하여 이 기술을 설명해주었는데 게임이 잘 안풀리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이완하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도모하기 위해 작전 타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까지 스포츠 경기의 작전 타임을 혼나는 시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농구에서 ‘너 똑바로 안해?’라고 혼난다던지.. 아이스하키에서 반칙했으니 ‘너 나가 있어’ 라던지.. 그 시간들이 긴장하여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는 몸상태를 calm down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토론하는 단계라는 걸 몰랐다. 조금 충격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나는 Time-out 시간을 그렇게 활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치열한 갈등상황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계를 절단내고 싶다는 분노에 휩싸여서 내 공간으로 숨어들어가버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여러분도 몰랐다면 다시 생각해보시라~ 치열한 갈등 뒤에 혼자 있는 시간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다.

위에 제시한 세 단계를 외워두었다가 즉각적으로 활용해보면 좋을것 같다. 1) 먼저 부정적인 감정이 만땅으로 쌓이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도저히 지금은 내가 내 상태가 아니니 조금 이 열을 식히고,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가지자’고 말한다. 보통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으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야겠다. 2) 일단 숨을 깊게 쉰다. 숨을 깊게 쉬는 것은 내가 만병통치약처럼 요즘에 시도때도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차를 마시고, 걸으러 나가고, 씻고, 집안일을 하고, TV를 보고, 창문 밖을 내다보고, 십자수를 하고 별의별 방법을 다해서 감정이 평정상태로 돌아오도록 한다. 그렇지만 너무 멀리가면 안된다. 꼭 돌아와야 하니까.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그는 도대체 왜 그럴까?’, ‘그래도 싸우기보단 잘 해결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을 해야하는데 넘넘 어려운것 ㅜ.ㅜ 자꾸 하다보면 잘 되겠지… 3) 그리고 다시 만나자!! return, return, return.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넘 무섭고, 머리 빠개지게 해결점을 모색해야하는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돌아간다. 끝.  헥헥.. 쓰기만 했는데도 감정의 강도가 커서 힘들다 ㅜ.ㅜ

인용 출처: https://www.dbtfamilyskills.com/blog-head-heart–hands/how-to-use-timeouts-effectively

J는 제이가 아닌가요?

2018.10.15. 월밤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았던 시즌3도 뭔가 시들시들 재미없어졌나요?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팔딱 팔딱 surviving and struggling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그렇게 많이 공부하면서..
전화로 상대방이 내 이름 석자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상상 할 수 있었을까?

내 J발음을 절대 알아듣지 못하는 이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사는 일.
차라리 차라리 못하면 못하는 거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차라리 차라리 다른 사람의 갖가지 다른 눈빛과 반응을 구분할 수 없는 무딘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내가 집에 있는 이유

내가 했던 상담 (실제 상황)

Q. 상담은 얼마나 할 것인가?

1. 치료의 유형과 관계없이 내담자들 대부분이 단지 6~12회기 동안만 치료를 받는다. 이론적인 치료 탈락률 곡선에 의해 예측된 바와 같이 전체 외래환자의 60~75%가 8회기 이전에 치료를 그만둔다. 치료회기 수에 따른 치료 참여 곡선을 보면, 내담자들의 수가 2회기에서 8회기 사이에 극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지난 직장에서는 센터의 특성으로 인해 상담 회기 제한이 있었다. 나는 이런 상담회기 제한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규칙을 지키다보니 나중에는 그 숫자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10회기 기본 + (상담사와 내담자가 의논하여) 4회기 연장 가능, 만성적 내담자의 경우 (회기 연장 계획을 한 후) 추가 10회(총 24회)만 가능, 그 이상 상담 불가능, 타기관 연계 조치’
이 기준은 다 년 간의 센터 운영에 따라 경험적으로 점차 보완해온 숫자였고, 그 과정에서 나는 회기 연장과 관련한 많은 경우의 수를 살펴보고 어떤 개입이 적절할지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1) 처음 내담자를 만나서 10회기는 기본으로 해야한다고 약속한다. 급하게 상담을 요청했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사라져버리는 내담자를 상담 장면에 머무르게 하는 최소한의 만남, 책임, 노력, 기여의 숫자였다. 나도 10회기 이상을 진행한 상담을 ‘심리상담’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것 같았다. 내담자들을 10회기 종결을 ‘뭔가 해냈다? 참아냈다? 이겨냈다?’하는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하고, ‘상담에서 여기까지 다루기로 하고, 남은 부분은 내가 새로 해봐야겠다’하고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2) 신뢰로운 상담관계를 설정하지 못하면, 2회기 정도 하다가 내담자가 연락두절로 사라져 버린다. 또는 어찌 어찌 진행되던 상담이 저항이나 갈등을 만나게 되면 5,6,7,8회기에 10회를 얼마 남기지 않고도 뚝 하고 상담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종결은 상담사에게나 내담자에게나 쉽지가 않아서 시간이 필요한 그들은 4회기의 연장 기간을 두고 천천히 종결을 하기도 한다. 아직 초심상담사인 나는 이 추가 4회기를 다루지못한 것들을 조금 더 다루고, 내담자가 상담 이후에 돌아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채비를 하는 시간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3) 심각한, 보다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선생님들은 14회기와 24회기 사이에서 큰 결단을 내려야했다. 10회기 연장이 어떤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의논하고 또 의논했다. 그리고 새로운 10회기를 더할 때에는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는,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봉합하는 단계(병원치료나 장기상담 연계를 위한 다리)가 되었던것 같다. 주변에 자원이 너무도 부족해서 매주 상담사를 만나는 것이 유일한 통로일 때, 상담이 이대로 끝나버리면 내담자가 너무 위험한 심리상태일 때 등등, 센터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내담자 곁에 10번 더 있어주기 위해 24회기 연장이 이루어졌다.

종결과 회기연장의 기술은 타이밍과 내담자-상담자 협의가 필요한 예술같은 의사소통과 구조화의 산물이었다.

 

Q. 어떤 상담을 할 것인가?

2. TLDP는 내담자가 다른 사람 및 자기 자신과 상효작용 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활용한다. … TLDP는 대인관계적 단기 심리치료다. TLDP의 목표는 환자들이 부적응적 대인관계 패턴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며, 이는 치료적 관계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체험과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내가 어떤 상담을 해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상담을 할 것인지 되돌아 본다.
‘찾아온 내담자를 만나 내 어느 부분이 내담자를 붙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진심으로 내담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아주 기초적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어떤 내담자에게 따듯하게 다가가 앉는다. 정해진 회기 동안 최선을 다해 내담자에게 붙어있는다. 한 땀 한 땀 십자수 하듯 상담을 하면, 이 한 사람이 행복해지고 이 행복해진 한 사람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의 관계 스타일이 그러하다. 내 앞에 앉은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가 붙어 있는 것. (내가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 이러고 살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런 나의 관계 특성 또는 나의 캐릭터를 활용한 상담을 해왔다. 그래서 상담자-내담자 관계를 다루는 상담 이론들이 많이 와닿는다. (계속 공부할 예정~~ to be continued)

이런 관심과 이런 경험이 필요했던 누군가는 나와의 짧은 14회기 상담에서 새로운 관계 경험을 하고 돌아간듯 하다.

book: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의 내용을 부분 인용함.

꽈리고추 멸치볶음과 무말랭이 진미채무침

오 나의 첫번째 밑반찬

엄마는 손님이 오시면 밑반찬을 만들어 나눠 먹고 손님들에게 싸주기도 하셨는데 ‘다른 맛있는 것도 많은데 반찬을 왜 또 할까?’ 생각했다. 또 내가 신혼집에서 반찬 안 만들어 먹고 살때, 엄마가 열심히 밑반찬을 만들어다가 냉장고에 쟁여놓으시면 ‘집에서 밥 잘 안 먹어서 자꾸 남는데 왜 힘들게 여기까지 싸서 들고오나?’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집에 손님이 온다고 하니, 다들 고기 먹으러 오는 거지만~ 사람이 많으니 밑반찬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 몇일 째 요리 안하고~ 남은 밑반찬에 흰밥으로 끼니를 잘 때우고 있다는 ㅋㅋ

수미네 반찬에서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집밥을 먹이고 싶어하는 수미 선생님의 마음을 보면서~ 밑반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밑반찬은 비록 풍족할 때는 소중함을 모르지만, 그것을 구할 수 없는 곳에 오면 집밥 먹던 일상을 소환시켜오는 ‘그냥 식탁에 있어줄래? 그것 만으로도 난 마음이 안정돼’ 메뉴인것 같다.
만드는 사람에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단짠으로 맛을 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의 기본을 챙겨줄 목적으로, 그렇지만 먹는 사람에게는 치킨보다는 땡기지 않는 냉장고 속 반찬으로~ 이 서로 다른 기대는 어느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역시 또 수미네 반찬을 통해서 ‘간장(짠)+매실액,설탕(단)+다진마늘,다진파(한국느낌)+깨소금,참기름(고소고소)’을 바탕으로 버무리면 거의 맛이 나온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맛을 낼 수 있다는 믿음 + 레시피를 통해 조리방법에 대한 느낌 탑재 + 냉장고의 재료를 없애는 신나는 기분으로 밑반찬을 만들었다. 이번에 집앞 마트에서 꽈리고추와 비슷하게 생긴 멕시코 고추가 들어와서 그거랑, 어머님이 한국에서 가져다주신 무말랭이와 멸치(소중 재료), 무말랭이는 진미채랑 같이 무치면 맛있다는 팁으로 밑반찬 두 개 만들기에 도전!

1. 꽈리고추 멸치볶음
‘수미네 반찬 꽈리고추 멸치볶음’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했다. 멸치를 올리브유에 볶아서 고소하게 만든후 냄비에 배율을 맞춘 간장설탕물을 넣고 멸치 넣고 깨끗이 손질한 꽈리고추 얹어서 꽈리고추가 폭삭 익을 때까지 익힌다. 멸치가 간장물에 넘 푹빠져있어서 굉장히 짠 멸치가 되어버렸다.ㅜㅜ 물을 더 넣고 소생시켜보려고 했지만 안되어서~ 그냥 한 입만 먹어보는 밑반찬이 되기로함 ㅋㅋㅋ 많은 양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2. 무말랭이 진미채 무침
‘무말랭이 진미채’로 검색해서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했다. 무말랭이를 뜨거운 물에 넣었더니 금방 먹기 좋게 뿔었다. 무말랭이만 간을 먼저 해주는게 좋다고 해서 간장물에 무말랭이를 담가놓고 무칠 양념을 만든다. 빨간 무침이므로 고추장, 고추가루, 매실액, 다진파, 다진마늘, 간장 등이 들어가는 양념장에 뿔은 간베인 무말랭이와 먹기 좋게 뜯은 진미채를 넣고 막 무친다. 무치면서 맛을 보는데 뭔가 오묘하다. 그래서 참기름을 넣었더니 맛이 뙇하고 좋아졌다.

밑반찬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으로 이게 만들어졌는지 자꾸 설명한다.(이 재료는 어디에서 왔고, 이 레시피는 어디에서 왔고, 내가 지금 이걸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관심없는 사람은 귓등으로 듣지만 내 만족을 위해서 말한다(나는 지금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 그리고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ㅋㅋㅋ 그리고 반찬이 망할 수도 있으니 맛만 볼 수 있는 정도, 만약 잘되면 부족해서 또 생각날만큼의 양만 만든다(이거 먹는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냐). 그리고 중간 중간 만들면서 맛을 보여서 먹는 사람과 맛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한다. 뭐가 부족한지 무엇때문에 이 맛이 나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미를 준다. 밑반찬을 조금씩 김치와 같이 한 접시에 플레이팅 해서 뭔가 차린것 같은 느낌을 준다(우와~ 하면서 맛없어도 맛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림). 그리고 밑반찬 만드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맛있게 안 먹으면 속상한데~ 그런 표정을 보낸다.ㅎㅎㅎ
완벽한 반찬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또 재밌는 재료와 재밌는 조합을 발견한다면 만들어볼게! 다음 번에는 더 맛있을 거야.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