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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물흐르듯

2019.1.30. 수밤

아부지는 회사를 떠나기 위해 애를 쓰시고, 동생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이 시간들, 나도 왠지 흘러가는 시간들을 의미있는 내용들로 채워야 할것 같아서 매 시간 시간에, 하루 하루에 의미 붙이기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방법은 아닌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을 흘러가는 물보듯 멍하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비로소 행복할것 같다.

포크촙, 참치 파스타베이크 그리고 리솔

영국의 소울푸드

여기에 와서 외식을 하면 그냥 고기를 구워서 소스를 뿌리고, 야채와 곁들여내는 음식인것 같아서
요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몇번 음식을 만들어보고 레시피도 참고하다보니 이곳에서는 대략 고기+감자+치즈+양파가 잘 어우러져서 소울을 불러오는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내는 소스도 한 몫을 하는것 같다.

한동안 레시피 페이지가 뜸 했는데, 요리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것 같기도하다. 요즘은 재료를 침착하게 준비하고, 정성을 담아 요리하면 대략 맛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좀처럼 요리를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ㅎㅎ. 그래도 꾸준히 요리 인증샷은 찍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모아모아 한 번 써보는 영국요리 편이다. 

작가 펭귄의 영국생활을 그린 웹툰을 정주행하면서 타국 생활에 따라 붙는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는데, 영국 요리에 관한 책(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애니북스)이 출간된 것을 보고 아무래도 식재료가 비슷하기 때문에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하고 책을 구해서 따라해보게 되었다.

1. 포크촙

미국 마트에 가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포크촙인데, 돼지고기를 촙촙 잘라서 구워 먹기 좋게 해두었다. 포크촙을 사다가 재주있게 요리를 해내면 포크촙 요리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기 때리는 망치를 사서 포크촙을 두드려 밀가루->계란>빵가루 순서로 묻혀 돈까스를 만들어 먹고 있다.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 레시피에서는 머스타드 소스를 활용한 포크찹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거 만든다고 그릴용 후라이팬도 샀다는~ 그릴용 후라이팬은 사고보니 굉장히 유용했다. 울룩불룩 올라온 표면 때문에 고기가 멋있게 익고, 또 그 사이 움푹 패인 곳으로는 기름이 빠지기 때문에 고기 굽기가 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소울이 만들어지는 부분은 여기다!! 후라이팬에서 다 익은 고기를 꺼내면 고기 기름이 남는데 거기에 소스 재료를 넣고(레시피에서는 사과주, 머스타드, 더블 크림 등을 넣었다는) 졸여서 소스를 만든다. 점점 더 식재료를 이해하게 되어 나만의 맛난 소스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올까? 감자와 집에 남은 야채를 곁들인다. 

2. 참치 파스타 베이크

참치 통조림과 파스타, 크림소스(버터, 밀가루, 우유), 감자칩, 스위트콘 통조림 같은 집에 상시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손님 접대도 가능한 근사한 요리가 되는 참치 파스타 베이크 레시피도 있다. 파스타는 장보기 싫은데 끼니를 때워야할 때 적절하다. 집에 파스타를 괜히 종류별로 사놓고~ 파스타 소스 한 병과 냉동 새우, 마늘만 상시 준비해두고 있다면 한 끼 든든하게는 자신있다! ㅋㅋ 어쨌든 이 요리는 맛보장 식재료 참치와 스위트콘을 크림소스와 버무려 오븐용 그릇에 넣고, 이 레시피의 가장 특별한 점인 감자칩을 뿌려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다. 난 이 요리가 초보자에게 적절한 이유를 알고 있다. 맛있는 재료만 골라 버무려서 실패할 수가 없고(버무리는 요리들이 대체로 쉽다ㅎㅎ)~ 또 이미 파스타를 삶아서 오븐에 또 굽기 때문에 덜 익을 염려가 없다. 냠냠 쩝쩝.     

3. 리솔

이 요리는 좀 징징대면서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할로윈이라고 특별한 날이라고 야심차게 만들었는데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다. 그치만 소울있는 푸드 맞음. 왜냐하면 양파, 마늘과 같이 익힌 다진 소고기+으깬 감자를 동그랗게 빚어 밀가루 묻혀 구워내는 요리니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영국에서는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여 전통요리처럼 되는데, 케찹도 괜찮다고 해서 케찹이랑 먹었다. 감자 익혀 으깨놓고 한숨 돌리고, 큼직하게 볼 만들어 놓고 한숨돌리고, 또 안 타게 정성껏 구우면서 익을 때가지 인내하고 그랬다. ㅎㅎ 다시 한 번 만들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  다진 소고기~ 다진 돼지고기도 미국 마트에 잘 팔아서 이런 볼?이나 전 계열의 음식을 시도해보기에 좋다. 끝. 

 

*당연히 구체적인 레시피는 책 모락모락 펭귄의 부엌을 참고하세요.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개념화 1편. 내담자의 순환적 부적응적 패턴(CMP)

심리 상담은 내담자에 대한 어떤 가설을 설정하고 부단히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Levenson, 2008) 책은 (정말 구체적으로 실제 상담 예시를 쪼개서) 내담자와 관련한 가설을 수정해가는 과정을 대인관계 중심으로 보여주었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에서는 내담자와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대인관계 패턴(순환적 부적응적 패턴, CMP)을 사례개념화 하는 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자기 행동: 대인관계에서 내담자가 가지는 생각, 감정, 소망, 행동은 무엇인가?
  2. 타인의 반응 예측: 대인관계에서 내담자가 보이는 모습에 대해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3. 타인의 행동: 타인이 내담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4. 자기를 대하는 자기의 행동: 내담자는 내담자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5. 치료자의 역전이 반응: 치료자는 내담자로부터 어떤 역전이를 경험하는가?

예를 들면, 1) 내담자는 다른 사람을 불신하고, 그들로부터 떨어져 지낸다. 2) 왜냐하면 내담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냉담하고 경솔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3) 다른 사람들이 내담자를 무시하니까, 4) 내담자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고립시킬 수밖에 없다. 5) 상담자는 내담자로 부터 거리감을 느낀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Levenson, 2008) 재인용 chapter 4. 사례개념화: 초점 찾기

내담자 초기 면접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순환적 부적응적 패턴(CMP)을 위와 같이 명료하게(겨우 4줄이다..) 드러낼 수 있다면, 그 다음 상담을 통해서는 이 패턴이 정말 내담자의 것이 맞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한다. TLDP의 치료 과정은 ‘상담 관계’를 활용하여 내담자가 ‘새로운 관계 경험’을 하도록 나아가는 것이다. 처음에 정리한 내담자의 CMP 사례개념화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지켜보고, 상담의 끝에서 내담자가 초기의 CMP와 다른 새경험을 하고 있다면 치료적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book: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 를 다 읽고 정리한 글임.

상담이 끝나는 날

상담자: 네. 아주 잘 지내시고 있다니 저도 참 기쁘군요.

내담자: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는다.)

상담자: 눈물을 글썽이시네요.

내담자: (울먹이며) 나는… (심호흡) 아이들과 다시 잘 지내게 됐고, 모든 게 다 좋아요. (잠시 침묵)

상담자: 그리고?

내담자: (침을 꿀꺽 삼키며, 침묵)

상담자: (부드럽게) 편안하게, 천천히 말씀하세요.

내담자: (심호흡을 하고 나서 흐느끼며) 나는 그저… 선생님한테 참 고마워요.

상담자: 잘 있으라고 작별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내담자: 네?

상담자: 작별 인사하는 것도 힘든 일이죠?

내담자: (환해지며) 맞아요. 저를 참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상담자: 존슨 씨 스스로도 대단히 노력을 하셨어요. 여기서 많은 모험을 감수하셨지요.

내담자: (미소 지으며) 예, 그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줄리아한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잘 도와줘서 참 고맙다고.

상담자: 으음.

내담자: 그 애도 방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얘기를 했어요. 제가 아주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상담자: 맞아요. 만일 존슨 씨가 마음을 열고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제가 아무 도움도 될 수 없었겠지요.

내담자: 네. 모두에게 감사하답니다. 이제 혼자서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상담자: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그렇게 믿어요.

내담자: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시는 거죠?

상담자: 그럼요. 아시지요?

내담자: 예

단기역동적 심리치료(TLDP: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Hanna Levenson, 2008, 정남운, 변은희 공역, 학지사의 내용을 부분 인용함. -chapter 12. 종결기의 문제들-

위와 같은 종결 장면의 상담 축어록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게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는 내담자와의 종결 때 였는데, 위 축어록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담자는 상담 내내 줄곧 힘들다고만 이야기 해왔었는데, 그 마지막 날 ‘다 괜찮다’고 했다.

위 축어록의 상담사인 Hanna Levenson(완전 젠틀~ㅎㅎ)과 내가 달랐던 점은 ‘울어버린 쪽이 나’라는 것이다. 내담자가 다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마치 나를 안심시키려는(또는 내담자 자신 스스로도), 종결을 준비하는, 내담자의 담대한 마지막 모습으로 훅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울자, 내담자는 ‘선생님은 저를 좋아하시는군요’ 같은 류의 응답을 했었다.

맞다. 나는 내담자를 좋아한다.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함께하다보면 그 사람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로 돌아서서 그 사람의 다음 행보를 마음 속으로 밖에 응원할 수 없는 그런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거죠. 존슨씨의 삶의 무대에는 여러 사람이 왔다 갑니다. 이번에는 내가 왔다 가지만, 난 존슨씨 무대에서는 조연같은 거죠. 그리고 앞으로 존슨씨 무대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 왔다 갈겁니다. 앞으로도 그 무대에서 주연인 존슨씨가 계속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진심을 꾹꾹 눌러담는 마지막 인사

돌아오는 길

2019.1.1. 화오전

14시간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 13시간 비행을 하고 오니, 인천에서 출발했던 시간이 되었다. 남은 한 시간 반의 비행.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듯이 비행기를 타면서, ‘그만큼 가까운 거리라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착륙하면서 보이는 도시가 반짝 반짝한데 집집마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전등 장식을 했기 때문이다.  

집은 떠나기 전 그대로로 잘도 있다. 냉장고엔 금방 가져온 한국 반찬과 식재료들이 보내온 마음만큼이나 가득 들어찬다. 어둑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또 다시 둘만이 되었다. 밤에 짧게 자고, 낮에 길게 자는 시차에 내 몸이 적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