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2018.6.30 토밤

몇일 전부터 밤마다 울기 시작한 새소리는 압력 밥솥이 밥짓는 소리다.
밥솥이 저렇게 울고나면 따끈한 쌀밥을 토해냈는데, 이 여름밤들이 지나면 무엇이 올까?

먼 바다, 사막, 우주를 배경으로 자연과 맞서고 홀로 투쟁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어보고 있는 가운데…
사실 나는 아늑하고 안전한 집 안에 삶의 편리함을 주는 물건들을 차곡 차곡 사 모으면서
모험을 하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거나, 안전함에 머물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갈등이 없을텐데
왜 이렇게 어중간한 자리에 마음을 가져다놓고 꿀렁꿀렁 하고 있는 것일까?

-조용한 밤, 털어놓아야 맘이 시원할 것 같아 써보는 글-

라볶이

꼬시한 라볶이

떡볶이는 쏘울푸드다. 스트레스 팍 받고, 입맛 없을 때도 여전히 반가운 떡볶이~ (녹두거리를 뚤레뚤레 걸어가 신전떡볶이에 튀긴 오뎅 추가해서 사올 때의 행복함이란!) 뭔가 내 삶에 떡볶이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면, 삶을 다시 돌아봐야한다.
여기에 와서 제일 자주 만들어 먹은 것도 떡볶이 인것 같다(떡을 구할 수 있어 happy).

새 신혼집에서 야심차게 가래떡으로 만들었던 고추장 맛만 나던 떡볶이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 때를 추억할 수 있을만큼 이제 떡볶이 요리는 내 몸에 붙었다. (요가 학원 가는 운전 길이 내 몸에 붙은 것처럼) ^-^
내가 만든 떡볶이가 맛이가 없다고 하니 옆에 쌤이 ‘떡볶이는 설탕을 많이 넣으면 무조건 맛있다는 꿀팁’을 들었다. 이 꿀팁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은 일요일 대청소 후 만들어 먹은 라볶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마늘과 파 향이 밴 기름을 좋아하는 나는 떡볶이를 만들 때에도 충분한 식용유에 마늘과 파를 볶았다.
그리고는 보통 냉동이 되어있어 궁극의 식감을 내는데 다소 까다로운 떡을 기름에 볶는다.
튀겨진 떡꼬치의 고소함을 생각하면서~ 맛난 기름 떡볶이를 생각하면서 볶는다. 이렇게 만들면 결국 떡볶이가 고소고소한 꼬시한 맛을 가지게 되는것 같다~!~! 발견 발견!!! 떡튀김도 맛있겠지만.. 원래 목적을 잊지않고 물을 넣는다.

일단 물을 넣으면 센 불에도 재료들이 타지 않는 심리적 안심zone으로 들어갈 수 있다. 떡볶이가 빨리 됐으면 좋겠는 마음을 한껏 담아 센불에 바글바글 끓인다. 보통 나는 후라이팬에 떡볶이를 하는데, 그래서인지 물이 많이 증발하는것 같다(물이 한 번 끓으면 조금 더 넣어준다. 라면을 넣을 때는  더 충분히 넣는게 좋은것 같다). 이번에는 라볶이를 만들기로 해서 라면을 언제 넣을까 생각해 두었다. 라면 스프도 솔솔 추가해서 맛을 더하는 느낌을 가진다. 집에 기본 식재료로 준비되어 있는 냉동 오뎅도 몇개 투하하고~ 이제 고추장과 설탕을 넣는다.

지금까지 만들어 본 결과, 고추장과 설탕의 정확한 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더 매워지겠지만.. 고추장을 덜 넣는다고 해서 맛이 영 싱거워지는 것도 아니라 난 안전하게 고추장을 부족한듯 넣는다. 그리고 설탕은 떡볶이에 고추장 맛만 나서는 안된다는! 필사적인 마음을 가지고 달콤함이 부족하지 않게 술술술 넣는다. 그렇다고 팍 부으면 너무 달아서 자극적인 요리가 되어버리니 내가 원하는 달콤함을 생각하면서~~~

떡은 아까부터 후라이팬에 있었기 때문에 점점 후라이팬에 들러붙기 시작한다. 이에 비해 라면은 방금 들어갔기 때문에 잘 안 익는다. 떡이 들러붙지 않게 저어가면서 라면은 4개로 뿌셔 넣어야 얼른 라볶이를 만나볼 수 있다. 역시, 또 참지 못하고 라면이 덜 익었지만 후라이팬을 식탁으로 옮기면~ 먹다보면 라면도 먹기 좋게 뿐다는~~ ㅋㅋ 아! 마지막으로 깨소금이랑 파슬리도 어떤.. 맛추가를 위해 넣어보았다. 이제 꼬시한 라볶이 냠냠
내가 요리하고 있는데… 팽팽 놀고 있는 파트너가 눈에 거슬린다면 냉동만두를 구우라고 하거나, 계란을 삶으라고 시키면 효과적이다.ㅎㅎ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Loving Vincent, 2016

2018.6.20 수낮

Starry Starry Night (Lianne La Havas)을 열창하고 잤더니 숙면 성공.
빈집에 혼자 앉아서, 온갖 사람들을 떠올리며 사랑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응답 없는 마음보내기.
이러한 멜랑꼴리를 무엇으로 승화시키면 좋을까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가 상담을 찾아왔을 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종종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담자와 어떻게 상담을 진행해야할까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하는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변화가 느리고, 내담자가 상담에 어떤 동기와 이해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또 내담자의 부모가 매우 불안해하거나 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의 책을 바탕으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내담자의 뇌발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의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3) 이것을 내담자의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1. 경계선 지능과의 만남

경계선 지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편이라서, 보호자가 직접 상담 시작에 앞서 ‘우리 아이는 경계선 지능이예요.’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사는 보통 내담자가 상담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거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에서 뭔가 삐걱거림이 느껴질 때 내담자가 경계선 지능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경계선 지능’이라는 표현은 내담자가 심각한 수준의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진행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라는 표현을 아주 애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계선 지능은 DSM-4에서는 경계선지적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 IQ 70~85에 해당)이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DSM-5에서는 특별한 진단명 없이 신경발달장애의 하위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의 스펙트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DSM-5의 지적장애는 1)지적기능의 결함(추리력, 문제해결력, 계획세우기, 추상적 사고, 판단력, 학습능력)과 2)적응기능의 결함(개념적 분야, 사회적 분야, 실용적 분야)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상담사는 진단을 하지는 않더라도 DSM-5 지적장애 진단기준을 참고로 하여 결함의 세부 항목에 대해 체크하여 내담자가 어떤 분야에 특히 어려움이 있는지 정도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DSM-5의 지적장애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다. 경도 mild(IQ 50,55 ~ 70), 중등도 moderate(IQ 35,40 ~ 50,55), 중증도 severe(IQ 20,25 ~ 35,40), 최중증도 profound(IQ 20~25이하). 경계선 지능은 경도 지적장애보다는 높은 지적 발달 수준이며, IQ는 70~84 사이이고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적장애 기준은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급-IQ 34 이하, 2급-IQ 35~49, 3급-IQ 50~70. 지적장애의 모습은 개인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내담자나 평가자는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로운 정보를 활용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능검사(IQ)가 가장 주요한 진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담에 찾아온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는 우리나라에서 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학업, 일상생활 및 다양한 영역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찾게 된다.

2. 경계선 지능 내담자의 어려움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다음과 같은 주호소 문제를 가지고 찾아온다.
‘우리 아이의 성적이 낮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네요.’
‘친구를 잘 못 사귑니다. 또래들이랑 왠지 수준이 안맞는 것 같고, 혼자 떨어져있거나 동생들이랑 놀려고 해요. 친구들도 OO와 노는 것이 재미없는지 같이 놀지 않으려고 해요.’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눈치 없는 행동을 해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받아보라고 합니다.’

이런 내담자를 만나면, 여기저기에서 치이고 치여서 썰물에 떠밀리듯 상담센터까지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한편으로 상담마저도 쉽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 진행은 어렵겠지만 아마도 심리상담이 마지노선이기에 꼭 개입이 필요한 내담자 유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경계선 지능의 안타까움을 적어보면, 경계선 내담자를 만나는 것에 동기부여가 조금 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사회적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의 장점은 대체로 순진하고 착하며, 성실하고, 정이 많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생활할 때 그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규칙을 따르고, 생활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 의해 친구에가 다가갈 수 없지만, 너무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볼 때, 분명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잘해보려는 내담자를 볼 때 “당분간 이 아이의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와의 상담

책을 통해 정리한 상담의 키워드는 ‘기다림, 칭찬과 격려, 정확한 행동 지도, 일상생활 지도’였다.
숙제 챙기는 법,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 몸을 청결히하는 법, 대인관계 예절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상담일까? 선생님들은 때로 내가 지금 상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셨지만,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담에 동원할 수 있는 총~기술은 다음과 같다.
1) 교육의 목표를 일상생활에 둔다. 생활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위생, 예절, 연령 수준에 맞는 가사일 돕기, 여가 및 취미활동, 친구와 시간 보내기)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친다.
2) 또래보다 2년 정도 어리다고 생각하고 그 정신적 수준에 맞추어 훈육한다. 정확하고 간결한 행동지도 및 반복 학습으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여러방면에서의 좌절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아져있기 때문에 특히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4) 대인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
– 친구 사귀는 방법 알려주기(친구에게 좋은 인상 주기 -> 친구와 재미있게 놀기 -> 친구와 갈등 대처하기 등의 단계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발달해나감)
– 자기표현 할 수 있도록 하기(자기소개 하기, 주제에 대해 의견 말하기, 친구와 다른 생각을 말하기,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기/큰 소리로 말하기, 작은 소리로 말하기,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기, 천천히 말하기, 순서에 맞추어 말하기 등을 연습할 수 있음)
– 역할놀이로 연습하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연습하기
– 다양한 사회적 경험 및 체험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5) 진로 탐색을 위한 전략: 탁월한 업적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평범한 사회인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 탐색을 미리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보호자 상담과 연계

센터에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의 상담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이상적인 상담 과정을 그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상담사-내담자-보호자의 관계형성이 잘되어 내담자와 보호자가 상담에 꾸준히 온다. 보호자가 심리검사와 상담사의 평가를 통해 내담자가 느리게 학습하는 아이라는, 천천히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전과 다른 양육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이 부분이 상담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담자의 정확한 발달 수준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저항은 보호자가 내담자를 상담에 데려오지 않는 것으로 이어져 상담 개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하였다.) 상담 초기에 지능검사를 비롯한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진행으로 내담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점검한다. (명료한 숫자로 결과가 나오고 내담자의 무의식적인 부분까지도 설명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보호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상담사가 느린 내담자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반복하고, 내담자의 생활 전반을 두루 살피는 아주 폭이 넓고도 먼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흔들림 없이 꾸준히 상담한다. (분명 상담 진행의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다.) 상담 진행 과정과 병행하여, 내담자 가족체계, 지지체계를 재구성한다(양육 분담, 대안적 지지체계 찾기, 경제 수준을 고려한 지원 서비스 연계 등). 약물 복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병원 연계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금의 상담이 끝난 후 어떤 기관에서 더 장기적인 개입이 가능할지 함께 탐색한다(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상담 센터를 찾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담이 병원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상담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교육, 대인관계, 진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맞는 교육적, 사회적 환경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쓰고 보니 너무나 이상적인것… 물론, 상담사가 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이상적인 기준을 향해서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는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보호자와의 협력, 너무 거창한것 같기도 하지만.. 책의 표현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보호자를 설득해보고 싶다.
‘OO가 결함이나 장애가 있어서 고쳐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세상에 단 하나인 독특한 OO로 클 수 있도록 보호자님과 상담사인 제가 협력해보면 어떨까요? 다른 경계선 지능 아이는 어떻게 나아졌더라~ 하면서 이런 저런 치료기관을 전전하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서 다음으로 나아가 봅시다. OO만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OO만이 가진  힘과 저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맞춤 전략을 함께 찾아가보는게 어떠세요?’

<참고>
Book: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 -느린 학습자의 이해와 교육- (2015) 박찬선, 장세희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 (2014) 이청송
DSM-5 진단 기준: 신경발달장애 >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여행 그 후

2018.6.10 일밤

나쁜놈을 때려 눕혀주거나(기름진멜로 장혁), 차로 데려다주는(김비서가왜그럴까 박서준)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곁에 없지만,
위험회피 만땅 기질을 가지고서도 여기저기 밤길을 얼마나 파워워킹 했었는지 떠올렸다.

– 너무 무섭지만 좋은 광경은 놓일순 없어!
– 뭘 타고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길따라 걷는 수밖에..

무작정 손 꼭 잡고 파워 워킹~~ ‘아무도 우릴 건드리지 마. 우린 갈 길 간다.’
허벅지가 터질것 같지만 무사 귀환을 위해서!
결국은 인적 드문 길에서도, 파티 타임~ 번화가에서도 아무도 우릴 해치지 않았지만 어둠은 무서워요~~~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가야만 하는 길은 가고야마는 것이 우리의 여행 방법이었다. so tired.

벌 관찰일기

2018.6.5 화낮

House 느낌이 나는 집에 살면서 드디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기 시작하는 요즈음이다. 여기에서는 새집에 들어오면 다시 이사나갈 때 파손된 것이 없는지를 비교해 손상된 것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기 위해 inspection을 작성해서 제출해야한다. 새로 리뉴얼한 집이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쳐야할 것들이 있어서 곳곳을 조사한 후 수리 요청을 하였다. 자연과 더 가까워지면서 많은 벌레들과도 함께하게 되었는데, 방충망(screen)들이 나쁜 상태여서 3개 교체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방충망과 창문의 벌어진 틈새 사이로 벌 한마리가 들어와 벌집을 짓고 있었다.

벌이 꼼꼼하게 세심하게 벌집을 짓는 과정은 평화롭게 관찰하면 매우 신비롭고 흥미로운 광경이었으나(구멍구멍 머리를 박고 들어가 있다가 구멍 하나하나씩 좀 더 길게 만들어 확장해나간다. 다리를 비비기도 하고 가만히 멈추어있기도 하다.), 집을 해치는 해충(pest)로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굉장히 거슬리는 존재가 되었다. 벌집을 없애기 위해 검색을 열심히 했더니, 사람들의 대처방식이 전투같이 무서워보인다. 두꺼운 옷을 입고 살충제도 뿌리고, 불로 지지기도 한다. 숲속에 살다보면 큰 벌집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는가보다. 그런데 정성스레 벌집을 짓고 있는 벌을 보고있으면 단숨에 죽여버리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벌 한마리가 혼자 집을 짓고 있으니 그렇게까지는 죽이지 않아도 될것 같다.

또 벌은 벌집 주위에 호르몬을 뿌려놓아서 벌집이 없어지면 그 자리에 또 다시 지으니 다 죽여버려야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벌이 다시 집을 지을지도 모르니 수리해주는 maintenance가 와서 방충망을 바꿔주면 그때 없애고 벌에 대한 대처방법도 물어봐야겠다고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벌을 한 번 쫓아보고자 향도 피워보고 해충퇴치 기계도 달아보는 등 소소한 시도를 해본다. 오피스에 가서 방충망 3개 수리 요청을 했더니 잘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스크린은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되어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다른 문제는 maintenance가 오늘 가도록 요청을 하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요청한 목요일 부터 기다림이 시작~ 목요일도 안 오고, 금요일도 안 왔다. 주말에 아파트 고치는 작업은 하는 것 같아서 기다렸는데 안오고, 월요일도 안 오고…

그동안 벌집(bee hive)은 자꾸 커진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벌이 집을 얼마나 더 지었나 관찰하고 때때로 벌이 왔나 안왔나 관찰한다. 벌이 한동안 안 오면~ 오는 길을 잊었나봐하며 기뻐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고, 벌은 오랜 시간 나갔다가도 벌어진 틈새 사이로 정확히 찾아들어와 벌집을 관리한다. 벌집이 자꾸 커지는데 해결이 안되고 스트레스가 되니까 ‘벌이 나갔다가 새에 잡혀 먹었으면 좋겠다’ 또는 ‘새로 산 해충퇴치 기계에 벌이 마비되었으면 좋겠다.’, ‘향을 피웠으니 호르몬이 약해졌으면 좋겠다.’, ‘잉 이러다가 벌집에 애벌레가 다 알을 까고 벌이 마구마구 늘어나면 어떡하지’ 걱정이 마구 생산된다. maintenance는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지난 주에 우리가 방충망 교체를 요청했는데, 아직 안온다. 근데 bee hive가 생겨서 as soon as possible로 문제를 해결해주면 정말 좋겠다’고 오피스에 가서 말해볼까 영작을 한다.

그러다가 벌집은 점점 커지는데 곧 벌집을 잃을걸 생각하면 벌이 매우 밉고 거슬리다가도 불쌍하다. 정말 몇날 몇시간 조금씩 조금씩 해서 지어나간 거를 봤거든. 그냥 우리집만 아니면 다른 데다가 옮겨가서 그대로 다시 지어도 나는 괜찮은데.. 벌이랑 인간은 말이 안통하게 되어있다. ‘곧 너의 집은 없어질거야. 열심히 짓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

드디어 오늘 예상치 않은 순간에 maintenance가 왔다. 내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아저씨는 쿨하게 벌집을 처내고 새 방충망을 끼워넣었다. (내가 아저씨한테 조심하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ㅋㅋㅋㅋ)
…그리고 지금까지… 벌이 계속 다시 찾아와서 날아다니고 있다. 벌집을 짓던 곳으로 들어갈 틈새를 찾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 틈새는 없다. 벌집도 없다. 유리창에 가까이 붙어서 계속 집을 찾고 있는 벌을 계속 보고 있기 맘이 불편하다ㅜㅜ (블라인드 내려버림) 뭐 알려줄 수도 없고, 이 벌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포기를 할 수 있을까? 난 몰라~~

그렇게 해결해야 할 미션 하나는 클리어 되었습니다.

등갈비 김치찜

김치가 맛을 내고 등갈비가 비주얼을 담당하는 등갈비 김치찜

이사를 준비하면서 냉장고를 싹 다 비웠더니 양파랑 파 같은 기초 야채가 없어서 요리를 안했다.
새 부엌이 낯설기도 해서 외식을 자꾸 하던 차에~ 김치찌개라면 돼지고기만 사면 뚝딱 만들것 같아서 김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인마트 쇼핑을 갔는데 등갈비찜 돼지고기라고 이름붙여 너무나 손질이 잘 되어 있는 고기를 만났고, 등갈비를 넣어서 김치찌개를 하면 김치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집어왔다.

김치찜의 맛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김치이니, 내 요리 기술의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이 김치의 정체는 2월에 여기에 올때 9kg의 김치를 이모가 진공포장 해주셔서 싸왔는데, 그거를 한 팩씩 열심히 뜯어 먹다가 나중에 위기 상황에 찾아 쓰려고 냉동시켜놓은 김치다. 여기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이제 김치는 끝이 났고, 냉동했던 김치로 맛을 내어보자. 엄마랑 이모랑 외할머니는 매년 김장을 같이 하는데, 가족들이 시골에서 만나 1년 맛나게 먹을 김치를 정성스레 열심히 담근다는 그 문화만으로도 맛이 보장된다. (외할머니는 미국에도 새우젓이 있냐고 물어보셨고, 우리 엄마는 김치 가질러 다시 한국에 들렀다 가라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김치를 담가봐야겠다.)

일단 김치찜 레시피 한개를 슬쩍 훑어봤다. 나는 레시피를 따라하지 않고 훑어본 후 그 느낌을 마음 속에 저장해서 자체적으로 요리를 한다. 내가 주요하게 파악한 것은 김치찜 등갈비의 냄새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등갈비 양념을 만들라고도 했는데, 양념하는 거는..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 중 하나이고, 지속적으로 실패를 해온 부분이다. (왜냐하면 레시피의 재료가 다 없는 경우가 있고, 내가 계량을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양념은 안 하기로 했다. (남편이 자극적인거 싫어하니까 심심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등갈비 냄새는 어찌 제거할까? 레시피에서 등갈비를 끓이면서 냄새제거 하라고 해서 나도 끓이면서 하기로 했다. 뭔가 끓는 물에 소독되는 것 같기도 하고, 고기가 한번 익으니 덜익을 염려도 없어서 마음이 또 편하다. 옛날에 닭다리 삼계탕을 했을 때 역한 냄새가 났다고 하니 엄마가 항상 고기를 잘 씻어보라고 해서, 등갈비도 먼저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보았다. 피도 빠지고 뭔가 희끄무리한 것들이 빠지니 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자작한 물에 고기를 퐁당퐁당 넣고 (내가 좋아하는) 후추를 잔뜩 넣고, 나중에는 뭔가 냄새를 없애는 화학 작용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남은 레드와인을 넣었다. 고기가 허애지면서 보랏빛을 띤다. 고기를 많이 익히면 질겨지는지 부드러워지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갈비탕이랑 김치찜은 오래 끓이는게 부드러운것 같다고 했다.) 아까 그 고기들 살짝 익혀서 건져놓고, 이번에는 김치를 볶으려고 한다. (김치찌개를 할 때도 김치를 기름에 볶다가 물을 넣고, 고기를 넣으니까 그렇게~)

나는 파기름과 볶은 양파가 주는 느낌을 좋아한다. 뭔가 무색무취의 기름에 파와 양파의 맛이 스며드는 느낌이 맛내기와 상관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파기름 만들어서 요리하는 레시피도 많은 것 같아서 볶음 요리를 할 때 심심하면 파를 볶는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언제 냄비가 달궈지는지 언제 파를 볶기 좋게 기름이 달궈지는지 아직 모름 ㅋㅋ) 적당히 파를 볶는다. 내가 김치찜을 하는 동안 남편은 샤워를 시작했는데 통풍구를 통해 냄새가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샤워를 하러 들어갈 때는 파 볶는 냄새가 쏴 나더니~ 샤워하고 나오니까 맛있는 김치찜 냄새가 났어’ 으흐흐 이런 냄새 묘사를 들으면 음식도 저절로 맛있어지는 느낌이다. 달구어진 기름에 파도 볶고 양파도 볶고 김치를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도 넣었다. 김치반 고기반이다. 간은 안했다. 그게 김치 요리가 주는 보너스니까. 깨소금은 괜히 넣어봤다 왠지 어울려서. 들깨가루도 넣을까 하다가 참았다.

보글 보글 끓기 시작하면 언제 먹어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맛을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직 돼지고기가 요리화 되지 않고 기름기름한 맛이 국물에서 나는 것 같다. 그래서 슬쩍 우울해진다. 이런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혹시 망한 것 아닐까? 미리 망한 것 같다고 요리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둔다. 더 오래 끓여볼까 하고 낮은 불로 낮췄다가 못 참겠어서 그냥 먹자하고 먹는 식이다. 김치찌개는 원래 두번째 끓일 때가 더 맛있다고 하니 식혔다가 또 다시 끓여 먹으면, 아니면 약한 불에 오래 끓이면 더 맛있겠다는 확신이 들지만.. 지금 그냥 먹어야겠다. 밥비벼 먹으면 대충 맛있을 거다. 옛날에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여주면 김에다 흰밥을 싸서 계란후라이랑 김치찌개 김치를 싸먹으면 꿀맛이라고 동생이랑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갑자기 그게 생각나서 김치찜이 익는 시간을 견딜겸 계란 후라이도 구웠다.

 

짜잔! 드디어 먹는 시간. 나는 음식이 잘되어서 더 먹고 싶은 맛인지를 시험하고 싶어서 국그릇에 고기 두점이랑 김치 조금만 넣어주고, 더 먹고 싶으면 더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레시피 페이지에서 썰을 풀어도 되겠다.) 이게 궁극의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김치찜이랑 그 안에서 잘 익은 돼지고기를 먹으니 참 좋다. 내일 점심에 또 먹어야지~ 그때는 더 맛있을 거야.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소비습관

2018.5.31 목낮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NC카페 벼룩시장 게시판에 들어가기.
NC에 1~2년 과정으로 visiting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벼룩시장 코너에는 쓸만한 중고물품이 많다(거의 새거 olleh!).
붕어빵이 넘 먹고싶었는데, 붕어빵 틀이 시장에 나왔기에 맛난 앙금이랑 같이 사더니~
남편의 사장님 책상도 사고, 소파(카우치)에 서랍장, 바비큐세트, 거실용 러그랑 거울, 쓰레기통, 핸디청소기 등 다 들여왔다.
좋은 점은 얼마 사용안해서 거의 새거인데~ 다들 이제 처분하고 떠나셔야하기 때문에 좋은 가격에 물건이 나온다는 거다. 나에게 디자인 선택권은 없지만, 다들 안목이 있으신 덕분에 좋은 물건들이 종종있다. 다 힘들게 비싸게 샀을텐데 어찌 두고 떠나실꼬?

새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떠날 준비를 먼저하는 나는 새 물건 사기가 그렇게 싫더라.
‘이 가격이면 IKEA에서 새걸로 살 수 있잖아?’ 라고 말하면..
‘글쎄, 이 물건은 이미 팔려서 이사람도 쓰고 저 사람도 쓰니 한 번 만들어져 두루두루 쓰이는게 아니겠어? 근데 내가 이걸 두고.. IKEA를 또 사면.. 상자에 고이고이 새걸로 보관되어 있는 공산품을 새로 소비하는 그런 느낌이 싫어.’ (뭔 말인지 모르겠어….ㅋㅋ 그냥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야.)

어쨋든 그래서 세탁도 가능하고~ 나중에 한국에도 가져가고 싶은 팬시한 카우치를 중고로 200달러 주고 샀다. 상담자의 로망 중 하나가 팬시한 카우치 아니겠어? ㅋㅋㅋ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엔 중고 고가구점에 가서 독특하고 예쁜 가구들을 구경하다가.. 살 생각도 없던 스탠드를 덜컥 사버린다.
‘너가 좋아할것 같은데, 가격이 헉해서 그냥 너한테 말 안했어.’
그치만 결국 내 눈에 들어오고 말았지. ‘나 이거 사고 싶어.’
‘이거 최종 가격인가요?’
‘메모리얼 데이라서 15%할인 되지만, 그 이상은 안돼요. 이 스탠드는 들어온지 얼마 안됐고, 또 특이하기 때문에 더 할인을 해줄 수가 없어요.’
아.. 할인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 더 마음에 들어서 나는 삽니다. 하하하하. 돌아오면서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좋아요!

200달러 중고 소파를 사서 절약했다고 스스로 기뻐하더니, 바로 그 다음으로 182.75 달러 스탠드를 질러버리는 그녀의 소비습관. 이름도 참 아름답다. ‘vintage industrial hospital lamp’ 머리도 휙휙돌아가고, 왼쪽에 쇠손잡이를 돌리면 밝기 조절도 가능하다. 중간에는 정체불명 용도불명의 빨간램프가 추가로 들어있다. 뭐 이리 달린게 많아 좋구나잉~ 헤헤

 

요가의 효능

2018.5.30. 수밤

이사한다고 2주 쉬었던 요가를 다녀왔다.
명령어들로 컴퓨터화시켰거나, 완벽주의로 꼼짝 못하게 묶어버렸던 내 몸뚱아리를 사람의 몸답게 쓰고 온 느낌이다.

어제는 남들이 다 듣고 있는 중국어 수업을 나만 안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함정에 빠진듯 당황하는 꿈을 꾸었고, 그제는 유연하지 않은 몸으로 유연하려고 애쓰거나, 자전거도 못타는데 열심히 싸이클을 굴리는 경쟁적 꿈을 꾸었다. 내 몸뚱아리는 달려나가는 내 사고의 흐름에 질질 끌려 어디론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었다.

새로운 요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 말을 내 마음대로 이해하자면 이랬다.
‘요가를 통해서 실존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당신이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상관없이 항상 실존하는 세계에. 당신이 실존하고자 한다면 지금 마음을 결정하고, 호흡과 몸을 느끼면서 실존으로 들어오면 됩니다.’

톡하면 터질것 같이 감수성이 민감할대로 민감해져있는 나에게
가슴을 활짝 펴는 동작, 팔을 넓게 벌리고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일것 같은 동작들은
한껏 움츠리고 있는 내 마음상태와 대조되어 가끔은 뭉클 뭉클하기까지하다.

어쨌든 내 몸은 오늘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1.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그 호흡으로 이완되는 나의 목뒤와 어깨를 느낀다.
2. 살아있는 내 몸, 살 덩어리, 흐르는 혈액 이를 통해 ‘여기에 살아있음’ 그거 하나만 느낀다.
3. 좌로 한번 우로 한번 균형있게 몸을 뒤틀어준다.
4. 어려운 동작은 한 단계 낮은 동작으로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
5. 팔도 다리도 척추도 쭉쭉 뻗어서 내가 움직이고 싶은만큼 멀리 멀리 뻗어나간다.
6. 휴식을 주고, 요가를 하고나니 무엇이 달라졌는지 느낀다.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요가의 효능을 글로 설명하기.

teamwork

2018.5.23 수낮

옛날에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풀려가지 않을 때, 남편이랑 일을 같이 한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일을 같이하면 뭔가 다 배려해주고 행복할것 같지만, 살짝만 상상해봐도 내 직장동료의 위치에 그 사람을 가져다놓으면.. ‘음…(?) 그렇구나… 다시 이 사람들이랑 잘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 돌아와서 내 옆에, 내 편을 들어줄 때가 제일이다!

그러다가 남편이 직장동료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집안일을 같이 처리해야할 때이다. 그래서 신혼 때 집안일 분담을 잘 해놔야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우리가 서로 독자적인 삶을 유지할 때에는 그럭저럭 굴러갔지만, 미국에 와서 상호매우의존적인 관계가 되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처리를 둘의 의논을 통해서 해야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둘이 너무나 다른 사람인 거다. 일단, 남편은 융통성있게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P형 인간이라면, 나는 철저한 계획하에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는 J형 인간이다. 나는 딱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 남편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턱이 없었고~ 내가 갑자기 마구마구 이걸해야한다, 저걸해야한다 말하다보면 남편은 당황해서 마음 속에 꾹꾹 눌러놓다가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투정을 했다.

내가 꼭 이사를 가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이사를 하게되었다.
그래서 상상과는 다른 셀프서비스(?)삶이 시작되었는데.. 영어도 미숙하고 문화도 다르니까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가 펑펑 터지는데 너무 어려웠다. 이사 첫날, 둘이 하루 종일 같이 붙어서 일처리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서 뻗고는.. 그 다음 날은 따로 둘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처리하도록 하였다. 그러니까 훨씬 살만한 것 같다.
여기 오고는 아무래도 내가 남편한테 의존하는 일이 많다보니 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어서 나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둘이 하나의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각자 바퀴를 잘 굴려서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teamwork가 발휘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하루는 다투고, 하루는 다독이는 그런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