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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김치

샐러드와 김치의 관계

수미네 반찬을 여전히 애청하고 있는 가운데, 5회 여름 김치편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아 김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통 김치는 아니지만 싱싱한 채소와 맛 좋은 재료들이 버무려진 간이 김치 같은 개념으로다가~

엄마는 풀이 많이 나는 계절이 되면 어디서 얻어온 풀(상추, 깻잎, 두릅, 돗나물, 달래)들로 뚝딱 뚝딱 풀반찬 만들어줬는데, 마치 그 느낌은 땅이 나에게 준 채소를 부지런하게 밭에서 얻어다가 식량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보람차고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었다. (노동은 엄마가 하고 건강한 느낌은 내가 누리는) 의외로 쉽게 미국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샐러드였다. 케일이나 양배추를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채소 가격이 싸서 밭에서 무상으로 따온 느낌인 건 덤) 드레싱을 뿌려 먹으면 된다. 샐러드 드레싱 레시피도 몇 번 따라해봤는데~ 올리브오일과 식초를 기본으로 하는 드레싱을 뿌려놓고 채소가 marinate(숙성)되는 시간만 기다리면 정말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엄마가 채소 캐서 참기름이랑 식초랑 고추가루, 깨소금 넣는 거랑 뭐 마찬가지 마음 상태로 만들어지는것 같다. 올리브유 듬뿍~ 식초(비니거라는 있어보이는 이름)도 넣고, 소금도 톡톡톡, 마늘 다진거랑 사워 크림 버무렸더니~ 야생의 채소들이 드레싱을 뒤집어 엎고 얌전해지는 느낌이다. 두 번의 샐러드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나는 샐러드 만들듯 여름김치를 만들면~ 결국 여름김치도 맛있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김치 만들기를 시작해보았다는!

수미네 반찬 여름김치 중 열무김치 레시피를 참고한 창의 김치다.
일단 주재료는 열무 같아 보이는 배추와 부추인데~ 미국 마트에서는 찾기 어렵고 한인마트에서 샀으나, 또 한국에서는 본 적없는 비주얼과 식감이다(조금 더 억센 느낌).

1. 열무의 역할을 하기로 한 배추를 깨끗이 씻어 굵은 소금으로 절였다(넘나 쌩쌩한 배추가 풀이 좀 죽을 때까지~). 근데 여기까지 하고 나니까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다. 배추잎 하나하나 깨끗이 손질하는게 젤 힘든 듯하다. 절인 후 굵은 소금도 어찌해야할지 몰라 배추잎 한장 한장 들고 털어냈다.ㅋㅋ

2. 이제 양념? 김치 속?을 만드는데 김수미 선생님은 육젓을 즐겨쓰신다. 오동통하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국 가면 육젓 사고싶다(괜한 식재료 욕심). 한인마트에서도 새우젓을 팔기는 하는데~ 어디에서 온 새우젓인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난 그냥 미국 마트에서 파는 피시 소스(fish sauce)를 젓갈 대신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냄새를 맡아보면 감칠감칠 꿈꿈한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생선을 기초로 만든 감칠맛 내는 소스로 추정된다(맛 내고 싶을 때 아무때나 쓰고 있음). 다른 소스류에 비해 꽤 가격이 있고 양이 적은 편이라 적당히 아껴넣었다.

3. 물고추, 마늘, 생강, 쪽파, 부추가 김치 속으로 들어가는데… 물고추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여기서 고추 찾기는 아직 진행중인데, 한국만큼 다양한 고추가 있지 않다. 가까운 마트에는 할라피뇨 계열의 고추들과 파프리카나 피망 계열로 보이는 고추들이 주로 있는데, 한국의 고추와 어떻게 대체해서 사용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한국 음식은 청고추~ 홍고추~ 청양고추~가 중요한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따라가야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미국 마트에서 고추같이 생긴애들은 조금씩 다 골라서 사놨었는데~ 물고추를 못만들겠으니… 그냥 가지고 있는 고추를 다 잘게 썰어서 물에 담근 고추+물을 사용했다.ㅋㅋㅋ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은 마늘과 생강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여기는 마늘과 생강이 귀하기에~ 나는 내가 넣어도 안 아까운만큼의 양을 넣었다. 쪽파 없어서 부추만 썰어 팍팍 넣고 속을 만들었다.

4. 그 다음 멸치액젓, 고추가루, 찹쌀풀, 물, 사이다가 들어가는데… 고추가루 넣고~ 찹쌀풀은 감자전분 봉투 뜯어놓은게 있어서 감자전분을 물에 타서 만들었다. 그리고 사이다 대신 집에 있는 탄산수 후루룩 넣고. 뭔가 넣으라고 하는 거 하나도 안 넣었지만 기본 아이디어? 철학? 같은 거를 따라가려고 하는 창의 김치가 탄생 중이다. 마지막으로 설탕 조금 넣어가며 열무랑 버무리는 건데 매실 엑기스 넣고 조심 조심 버무렸다. 김치 버무릴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모든 재료가 만나 어우러지는 느낌~ 뭔가 1+1인데 제3의 새로운 것이 탄생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다. 너무 신난 나머지 버무리는 거 사진 찍으라고 시켜놓고 ㅋㅋ 이제 김치를 통에 담는다. 하루 밖에다 내어놓고 3일 정도 있다가 먹는다. 샐러드는 샐러드인데 심지어 날이 갈 수록 맛이 있어지는 샐러드가 냉장고 안에 있다니! 넘나 마음이 뿌듯하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완전 김치 느낌은 아니지만~ 샐러드 같은 상큼함에 김치를 먹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을 준다. 맛도 맛있다~! 이거 다 먹으면, 또 배추 닮은 채소를 사다가 샐러드처럼 김치를 버무려 먹어야지. 김치 안 사도 되겠다.^^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달린다

2018.8.15. 수낮

마음이 달린다. 마음만 달린다.
숨을 가다듬기 위해 멈추지만 또 달린다.
여기가 낮일 때도 달리고, 거기가 낮일 때도 달린다.
깨어 있어도 달리고, 꿈 속에서도 달린다.
멈추면 죄책감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하루를 늦게 열고 빨리 닫는다. 그래서 하루가 짧다.
TV에 눈을 올려놓거나, 팟캐스트에 귀를 올려놓고
러닝머신이 저절로 뛰어주듯 달린다.
아무런 효율도 없이 홀로 방전중이다.

셀프 수퍼비전 – 나의 일대기 작성하기

그럴 때가 있었다. 매스 처음 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처럼 내 상담은 위태위태 흘러가는데,
수퍼비전 받을 시간도 없고,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어렵기만하고, 동료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서먹서먹할 때 그런 위기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담자도, 수퍼바이저도, 동료도 없이 혼자가 되어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상담 실제에 도움을 받은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소그룹 수퍼비전 > 개인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 동료사례 수퍼비전 > 셀프 수퍼비전
그리고 상담의 도구로써 나의 삶에 도움을 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개인상담 > 주 1회 개방 집단 상담 > 15시간 연속 집단 상담 > 셀프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이번엔 셀프 수퍼비전 방법의 하나로 ‘나의 일대기’를 작성해보았다.
Stanton(199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연대표(time line)를 작성하는 것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애주기 사건들과 시점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사건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과 원가족,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타임 라인’은 페이스북의 영향으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싸이월드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새로운 SNS가 있으면 시도해보느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사진과 추억들을 A4용지 한장에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한데 모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꽤나 필요한 일일줄 알았는데 년도 별로 중요한 사건만 쓰다보면 사실 금방 끝나버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프리스타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인 작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1.내가 태어난 날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년도를 쭈욱~ 같은 간격으로 기입한다.(기억을 돕기 위해 나이를 같이 기입해도 좋다.) 년도에 따라 기억이 잘 나는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어서 적을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 간격을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그래야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난 때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은 꼭 년도가 아니더라도 임의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년도별로 작성했지만, 학기 별로 생각하는 게 유용하게 느껴져서 년도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작성했다.)
2. 나의 일대기에 주요하게 들어가야할 사건들은 “탄생, 죽음, 결혼, 별거, 이혼, 학교 변화, 취직, 승진, 해고, 은퇴, 이사, 건강 변화(질병, 수술), 이외에 득(gain)한 것, 실(loss)한 것, 특정한 변화,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이다.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적고, 이를 통해 파악한 가설들은 따로 적는게 좋을것 같다. 자유롭게 선으로 연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작성!)
3. 나의 일대기는 원가족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에 가족에 변화가 있을 때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유용할것 같다.(이는 Stanton이 제안한 두가지 유형의 개인 연대표 작성법을 함께 활용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이다. 내가 첫째라면, 내가 태어났을 때 가계도는 아빠, 엄마, 나로 구성되지만 동생이 태어나면 그 가계도에 동생이 추가되므로 다시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면 가계도에 내 파트너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밑으로 자녀가 가계도에 추가된다.)

그리하여 작성한 ‘나의 일대기’를 보면서 느낀점!
– 가끔 이불킥 하면서 떠올리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은 사실 내가 굉장히 어렸을 때, 세상물정 모를 때, 한참 유치할 때 저지른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그만 자책할 수 없을까?
– 학창 시절과 대학 초반에는 친구 관계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는 매해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았던것 같다. 나에게 왔다가 이제는 사라져간 사람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중학교 2학년 때 월드컵, 고등학교 때 풍물 동아리, 대학교에 와서 농활: 나의 똘끼가 춤추는 순간이다. 분명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 거리는 것이 있는것 같다는….
– 대학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스펙이 중요해진다. 어디에 속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게 되었는지? 차곡 차곡 경험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은.. 거의 최근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은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의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참 길고 치열했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갔다.
–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기억과 사건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발생되어 있어, 일대기에 표기하고 나면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연대표(Time line)를 내담자에게 활용할 때의 중요한 Tip (Stanton, 1992)
1) 현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관련있는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상담사가 현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관계에 대한 가설 없이 또는 내담자에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없이 타임라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들기 쉽다. 내담자도 연결고리 없는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2)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대한 방어를 풀고,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이 상담관계 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 타임라인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마치 벌거벗는 것처럼 취약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이명우 장석진 이정화 조민아 김경집 최창조 양승민 공역
Stanton(1992) The time line and the “Why now?” question: A technique and rationale for therapy, training, organizational consultation and research.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빈 자리

2018.8.7. 화낮

카톡 한 번이면, 영상통화 한 번이면 금세 연결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떠나고 나니
내가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확장해서 생각해도 누구도 없다.

침대에서 방, 방에서 집, 집 밖으로 채플힐을 지나 노스캐롤나이나 주
미국 대륙을 건너서 공간을 확장해보지만 닿을 수 없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누구와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