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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잘 먹기

아가가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힘겹게 끌어모아 사용하고 있던 체력의 한계가 점점 느껴지고 있다.
정신이 너무 없고, 육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요리와 멀어졌다.
나는 아가가 낮잠을 자면 그동안 요리를 준비하는 평화로운 일상을 상상하고 꿈꿔왔는데,
그런 일은 아직까지 오고 있지 않다(현재 162days).

고통스러움과 소진은 내가 다 해야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것 같다. 요리도 내가, 육아도 내가, 이것을 다같이 소화하지 못하면 실패한것 처럼 느껴지는 마음.
그런데 이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에도 한계가 느껴지고, 정말 영양 보충, 식사 다운 식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배고픔이 느껴지면 나의 정신 상태는 아주 너덜너덜 해져버렸다. 곧 울것 같은 아기를 옆에 앉혀두고 식사를 하면 체하는 일이 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결단을 하게되었다. 내가 제일 못하겠는 일(자기 전에 엉엉 우는 아이 재우기 -> 남편은 가능함)을 과감히 포기하고 그 시간에 요리를 해서, 아기가 잠든 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직 본격 요리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는 아기가 잠든 후에 편안한 저녁 식사로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요리한 맛있는 요리를 앞에두고 천천히 먹으며, 음료를 곁들이고, 가능하면 디저트로 마무리를 할 수도 있다.
잘 먹게 되어 좋다. 앞으로도 냉장고에는 간식이, 다음 요리 식재료가 차곡 차곡 왔다가 뱃속으로 사라지는 삶을 꿈꾸며, 또 자라나는 아기와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 시간을 꿈꾸며.

마음챙김 먹기

2019.3.4 월저녁

어느 날엔가 부엌이 얼핏 내 일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식칼이 흉기가 아니라 손에 붙은 도구로 느껴졌다. 어떻게 장보고 어떻게 요리할까는 끝나지 않는 난제이지만,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중이다.

나는 왜인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다. 먹을거 사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먹으려고 만나는 모임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행복하고, 배가 고픈데 먹을게 없으면 정말 미칠것 같다. 배고파서 화나는 Hangry는 내 안에 감추고 싶은 악마 같은 거다.ㅎㅎ

그러다 갑작스레..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요리하고 먹는 행위를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를 발전시키기로 마음을 먹게되었다. 구체적인 목표들을 나열해보면, 1)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한다. 2)차근 차근 요리한다. 3)냉장고를 경영한다. 4)먹을만큼만 조리한다. 5)남은 음식은 새로운 반찬으로 전환하여 한 끼 더 먹는다. 6)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다. 7)정말 엄청 맛있는 요리를 삶에 틈틈이 선물처럼 넣어준다.(외식 인건가?) 8)요리를 정말 못하겠는 날을 위한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해둔다. 9)오늘의 차 또는 오늘의 커피를 준비한다. 10)천천히 먹는 시간을 즐긴다.(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시도한 나의 실험을 한 가지 소개해본다.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에너지가 털려서 너무 배가 고프고 그런데 먹는 것을 만들기 위한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다. 어떤 기분이냐면 라면을 후루룩 끓여먹고 싶은 기분, 오늘은 제발 외식하자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휘몰아치는 Hangry의 충동적인 상태를 극복해보기로 했다. _집에 들어와서 차분히 물을 끓였다. 홍차를 탔다. 4분 우려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쿠키를 딱 하나만 꺼냈다. 그렇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쿠키 하나를 여러번에 나눠 먹었다. 다행히도 진정이 되었다. _ 마음챙김 먹기는 내 앞에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식이 나에게 일으키는 신체적 변화를 느끼고, 또 음식을 섭취하면서 그 식사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며 먹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을 시도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