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심리상담

셀프 수퍼비전 – 나의 일대기 작성하기

그럴 때가 있었다. 매스 처음 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처럼 내 상담은 위태위태 흘러가는데,
수퍼비전 받을 시간도 없고,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어렵기만하고, 동료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서먹서먹할 때 그런 위기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담자도, 수퍼바이저도, 동료도 없이 혼자가 되어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상담 실제에 도움을 받은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소그룹 수퍼비전 > 개인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 동료사례 수퍼비전 > 셀프 수퍼비전
그리고 상담의 도구로써 나의 삶에 도움을 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개인상담 > 주 1회 개방 집단 상담 > 15시간 연속 집단 상담 > 셀프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이번엔 셀프 수퍼비전 방법의 하나로 ‘나의 일대기’를 작성해보았다.
Stanton(199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연대표(time line)를 작성하는 것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애주기 사건들과 시점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사건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과 원가족,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타임 라인’은 페이스북의 영향으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싸이월드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새로운 SNS가 있으면 시도해보느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사진과 추억들을 A4용지 한장에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한데 모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꽤나 필요한 일일줄 알았는데 년도 별로 중요한 사건만 쓰다보면 사실 금방 끝나버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프리스타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인 작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1.내가 태어난 날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년도를 쭈욱~ 같은 간격으로 기입한다.(기억을 돕기 위해 나이를 같이 기입해도 좋다.) 년도에 따라 기억이 잘 나는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어서 적을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 간격을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그래야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난 때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은 꼭 년도가 아니더라도 임의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년도별로 작성했지만, 학기 별로 생각하는 게 유용하게 느껴져서 년도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작성했다.)
2. 나의 일대기에 주요하게 들어가야할 사건들은 “탄생, 죽음, 결혼, 별거, 이혼, 학교 변화, 취직, 승진, 해고, 은퇴, 이사, 건강 변화(질병, 수술), 이외에 득(gain)한 것, 실(loss)한 것, 특정한 변화,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이다.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적고, 이를 통해 파악한 가설들은 따로 적는게 좋을것 같다. 자유롭게 선으로 연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작성!)
3. 나의 일대기는 원가족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에 가족에 변화가 있을 때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유용할것 같다.(이는 Stanton이 제안한 두가지 유형의 개인 연대표 작성법을 함께 활용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이다. 내가 첫째라면, 내가 태어났을 때 가계도는 아빠, 엄마, 나로 구성되지만 동생이 태어나면 그 가계도에 동생이 추가되므로 다시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면 가계도에 내 파트너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밑으로 자녀가 가계도에 추가된다.)

그리하여 작성한 ‘나의 일대기’를 보면서 느낀점!
– 가끔 이불킥 하면서 떠올리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은 사실 내가 굉장히 어렸을 때, 세상물정 모를 때, 한참 유치할 때 저지른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그만 자책할 수 없을까?
– 학창 시절과 대학 초반에는 친구 관계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는 매해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았던것 같다. 나에게 왔다가 이제는 사라져간 사람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중학교 2학년 때 월드컵, 고등학교 때 풍물 동아리, 대학교에 와서 농활: 나의 똘끼가 춤추는 순간이다. 분명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 거리는 것이 있는것 같다는….
– 대학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스펙이 중요해진다. 어디에 속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게 되었는지? 차곡 차곡 경험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은.. 거의 최근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은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의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참 길고 치열했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갔다.
–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기억과 사건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발생되어 있어, 일대기에 표기하고 나면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연대표(Time line)를 내담자에게 활용할 때의 중요한 Tip (Stanton, 1992)
1) 현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관련있는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상담사가 현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관계에 대한 가설 없이 또는 내담자에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없이 타임라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들기 쉽다. 내담자도 연결고리 없는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2)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대한 방어를 풀고,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이 상담관계 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 타임라인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마치 벌거벗는 것처럼 취약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이명우 장석진 이정화 조민아 김경집 최창조 양승민 공역
Stanton(1992) The time line and the “Why now?” question: A technique and rationale for therapy, training, organizational consultation and research.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가 상담을 찾아왔을 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종종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담자와 어떻게 상담을 진행해야할까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하는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변화가 느리고, 내담자가 상담에 어떤 동기와 이해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또 내담자의 부모가 매우 불안해하거나 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의 책을 바탕으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내담자의 뇌발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의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3) 이것을 내담자의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1. 경계선 지능과의 만남

경계선 지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편이라서, 보호자가 직접 상담 시작에 앞서 ‘우리 아이는 경계선 지능이예요.’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사는 보통 내담자가 상담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거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에서 뭔가 삐걱거림이 느껴질 때 내담자가 경계선 지능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경계선 지능’이라는 표현은 내담자가 심각한 수준의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진행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라는 표현을 아주 애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계선 지능은 DSM-4에서는 경계선지적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 IQ 70~85에 해당)이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DSM-5에서는 특별한 진단명 없이 신경발달장애의 하위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의 스펙트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DSM-5의 지적장애는 1)지적기능의 결함(추리력, 문제해결력, 계획세우기, 추상적 사고, 판단력, 학습능력)과 2)적응기능의 결함(개념적 분야, 사회적 분야, 실용적 분야)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상담사는 진단을 하지는 않더라도 DSM-5 지적장애 진단기준을 참고로 하여 결함의 세부 항목에 대해 체크하여 내담자가 어떤 분야에 특히 어려움이 있는지 정도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DSM-5의 지적장애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다. 경도 mild(IQ 50,55 ~ 70), 중등도 moderate(IQ 35,40 ~ 50,55), 중증도 severe(IQ 20,25 ~ 35,40), 최중증도 profound(IQ 20~25이하). 경계선 지능은 경도 지적장애보다는 높은 지적 발달 수준이며, IQ는 70~84 사이이고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적장애 기준은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급-IQ 34 이하, 2급-IQ 35~49, 3급-IQ 50~70. 지적장애의 모습은 개인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내담자나 평가자는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로운 정보를 활용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능검사(IQ)가 가장 주요한 진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담에 찾아온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는 우리나라에서 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학업, 일상생활 및 다양한 영역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찾게 된다.

2. 경계선 지능 내담자의 어려움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다음과 같은 주호소 문제를 가지고 찾아온다.
‘우리 아이의 성적이 낮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네요.’
‘친구를 잘 못 사귑니다. 또래들이랑 왠지 수준이 안맞는 것 같고, 혼자 떨어져있거나 동생들이랑 놀려고 해요. 친구들도 OO와 노는 것이 재미없는지 같이 놀지 않으려고 해요.’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눈치 없는 행동을 해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받아보라고 합니다.’

이런 내담자를 만나면, 여기저기에서 치이고 치여서 썰물에 떠밀리듯 상담센터까지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한편으로 상담마저도 쉽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 진행은 어렵겠지만 아마도 심리상담이 마지노선이기에 꼭 개입이 필요한 내담자 유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경계선 지능의 안타까움을 적어보면, 경계선 내담자를 만나는 것에 동기부여가 조금 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사회적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의 장점은 대체로 순진하고 착하며, 성실하고, 정이 많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생활할 때 그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규칙을 따르고, 생활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 의해 친구에가 다가갈 수 없지만, 너무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볼 때, 분명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잘해보려는 내담자를 볼 때 “당분간 이 아이의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와의 상담

책을 통해 정리한 상담의 키워드는 ‘기다림, 칭찬과 격려, 정확한 행동 지도, 일상생활 지도’였다.
숙제 챙기는 법,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 몸을 청결히하는 법, 대인관계 예절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상담일까? 선생님들은 때로 내가 지금 상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셨지만,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담에 동원할 수 있는 총~기술은 다음과 같다.
1) 교육의 목표를 일상생활에 둔다. 생활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위생, 예절, 연령 수준에 맞는 가사일 돕기, 여가 및 취미활동, 친구와 시간 보내기)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친다.
2) 또래보다 2년 정도 어리다고 생각하고 그 정신적 수준에 맞추어 훈육한다. 정확하고 간결한 행동지도 및 반복 학습으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여러방면에서의 좌절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아져있기 때문에 특히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4) 대인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
– 친구 사귀는 방법 알려주기(친구에게 좋은 인상 주기 -> 친구와 재미있게 놀기 -> 친구와 갈등 대처하기 등의 단계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발달해나감)
– 자기표현 할 수 있도록 하기(자기소개 하기, 주제에 대해 의견 말하기, 친구와 다른 생각을 말하기,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기/큰 소리로 말하기, 작은 소리로 말하기,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기, 천천히 말하기, 순서에 맞추어 말하기 등을 연습할 수 있음)
– 역할놀이로 연습하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연습하기
– 다양한 사회적 경험 및 체험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5) 진로 탐색을 위한 전략: 탁월한 업적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평범한 사회인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 탐색을 미리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보호자 상담과 연계

센터에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의 상담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이상적인 상담 과정을 그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상담사-내담자-보호자의 관계형성이 잘되어 내담자와 보호자가 상담에 꾸준히 온다. 보호자가 심리검사와 상담사의 평가를 통해 내담자가 느리게 학습하는 아이라는, 천천히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전과 다른 양육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이 부분이 상담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담자의 정확한 발달 수준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저항은 보호자가 내담자를 상담에 데려오지 않는 것으로 이어져 상담 개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하였다.) 상담 초기에 지능검사를 비롯한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진행으로 내담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점검한다. (명료한 숫자로 결과가 나오고 내담자의 무의식적인 부분까지도 설명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보호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상담사가 느린 내담자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반복하고, 내담자의 생활 전반을 두루 살피는 아주 폭이 넓고도 먼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흔들림 없이 꾸준히 상담한다. (분명 상담 진행의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다.) 상담 진행 과정과 병행하여, 내담자 가족체계, 지지체계를 재구성한다(양육 분담, 대안적 지지체계 찾기, 경제 수준을 고려한 지원 서비스 연계 등). 약물 복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병원 연계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금의 상담이 끝난 후 어떤 기관에서 더 장기적인 개입이 가능할지 함께 탐색한다(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상담 센터를 찾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담이 병원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상담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교육, 대인관계, 진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맞는 교육적, 사회적 환경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쓰고 보니 너무나 이상적인것… 물론, 상담사가 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이상적인 기준을 향해서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는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보호자와의 협력, 너무 거창한것 같기도 하지만.. 책의 표현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보호자를 설득해보고 싶다.
‘OO가 결함이나 장애가 있어서 고쳐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세상에 단 하나인 독특한 OO로 클 수 있도록 보호자님과 상담사인 제가 협력해보면 어떨까요? 다른 경계선 지능 아이는 어떻게 나아졌더라~ 하면서 이런 저런 치료기관을 전전하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서 다음으로 나아가 봅시다. OO만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OO만이 가진  힘과 저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맞춤 전략을 함께 찾아가보는게 어떠세요?’

<참고>
Book: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 -느린 학습자의 이해와 교육- (2015) 박찬선, 장세희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 (2014) 이청송
DSM-5 진단 기준: 신경발달장애 >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상담하는 미국 드라마 인트리먼트(In treatment)

내가 상담과 연결하여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영화 굿윌헌팅, 영드 마이매드팻다이어리, 한국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다.(각각 다 코멘트하고 싶지만 본지가 오래되어 그냥 내 마음속에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주인공의 역경 극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 스토리들은 ‘사람이 이전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작동해야하는 가?’에 대한 영감을 준다.

한편, 이 스토리들에 비해 인트리트먼트는 4명의 내담자와 이를 상담하는 상담사의 이야기로 구성된 본격 심리상담 드라마다. 심리상담의 각 회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과정적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를 구지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상담을 어떻게 할지(내담자 특성과 호소문제별로 어떻게 다룰지)’를 배우는데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부 때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고, 상담에 대한 설렘과 판타지를 품은 채로 이 드라마를 신기하게 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0년 시즌3로 종료한 인트리먼트를 미국에 와 정주행 하게 되었다. 할일도 딱히 없고, 상담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드라마에 푹빠져 마치 풀타임 상담을 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했다.

*시즌1(2008년): 43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수퍼비전 혹은 심리상담 1) X 9weeks
시즌2(2009년): 35 episode = (상담 case 4 + 상담사 자신의 교육분석 1) X 7weeks
시즌3(2010년): 28 episode = (상담 case 3 + 상담사 자신의 심리상담 1) X 7weeks

*다루고 있는 주제들: 상담사-내담자 이중관계, 내담자의 자살 또는 자해의 위험, 보호자와 내담자 사이에서의 관계 및 한계 설정, 커플 상담의 삼각관계, 수퍼바이저 혹은 상담사의 상담사와의 관계, 내담자의 의존, 내담자의 죽음, 상담사의 부모적 역할,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내담자, 상담에서 문화차 혹은 소수자 상담 등이다.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회기수와 어마어마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영향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또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담자 자신의 이슈, 예측불허의 이중관계, 상담에서 윤리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했거나 또는 인간적인 이유로(?) 경계가 흐려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보는 동안 마음이 정말 복잡하고 무거웠다. 물론, 내담자가 나아지는 맛에 본다. 그리고 또 상담사인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하나를 생각하는 진지한 맛에 봤다. 양적으로도 코멘트할 부분이 많은 인트리먼트이지만, 나는 상담사 Paul을 중심으로 시즌1~3이 어떻게 엮어졌고, 이를 통한 Paul의 경험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짧게 정리하려고 한다.

Paul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상담사가 되었다. 열심히 상담하면서 살았는데 요즘에는 ‘내담자를 견디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런 상담의 어려움과 평행하여 Paul의 결혼생활도 흔들린다. 그래서 그동안 소원했던 자신의 수퍼바이저이자 지도자인 Gina를 찾는다. 갈등이 마구 마구 폭발하고 상담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aul은 상담을 계속해 나간다. 아내와의 문제, 자녀와의 문제가 내담자의 문제와 평행하여 달린다. 정말로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기위한 애처로운 노력이다.(/시즌1) Paul은 상담과 관련한 소송문제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상담이 정말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자신의 상담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고, 또 자신의 오래된 개인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퍼바이저였던 Gina에게 상담을 받기로 한다. 상담에서 지켜야할 경계와 규칙이 있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Paul이지만, 자꾸만 내담자를 치료사가 아닌 인간적인 마음에서 도와주게 된다. Gina와의 상담에서는 자신의 이렇게 살수 밖에 없는 이유와 자신이 하는 상담이 충분히 치료적이라는 것의 타당성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한다.(/시즌2) 상담사 Paul은 이제 ‘지치고 외롭다’. 상담이 상담실 밖에서까지 의미가 있는 현실인지 확신이 없고, 더불어 자신이 살아온 삶과 느끼는 감정들에도 확신이 없어 자꾸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Gina와 여러가지 관계로 얽혀있어 심리치료의 한계를 느낀 Paul은 집 근처에 새로운 상담사 Adele을 찾는다. 그녀는 Paul보다 수련 경험이 적지만, 객관적이고 원칙에 기반한 접근으로 Paul에게 다가간다.(/시즌3)

1) 상담관계에서 나의 관계욕구가 드러나고, 또 이러한 나의 관계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담을 지속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욕구도 다루기가 어려워 허덕이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얻어갈 것이 있는 내담자들은 좋은 걸 얻어가는것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관계 욕구는 내 일상과 상담실에서 평행하여 달린다. 흔들릴테지만 주시하고 싶다.

2)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해결될 문제가 어쩌다가 공부랑 수련을 엄청 많이 한 상담사와 비교적 안전한 상담실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래서 나는 공부랑 수련을 자꾸 자꾸 하면서도, 실제 상담에서는 내 인간적인 촉과 따듯함을 기본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내담자의 영원한 부모나 가족이 되어줄 수 없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같이 있어주고 싶은 이 마음은 어디에 서야하는 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것 같다.

3) 상담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상담이 아닌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끝을 본 것도 아니고 한참 시작 중에 있으니 당분간은 계속할테지만, 뭔가 상담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쓸쓸한 일일까? 즐거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