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tonalla

마음에 대한 비유

2018.9.12. 수밤

마음에 대한 비유는 바다 말고도 많으며, 생각에 대한 비유도 파도 외에도 많다.
by 존 카밧진(2012).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요가 명상을 할 때, 선생님이 들려주는 연상 중에 좋아하는 연상이 있다.
바닥에 누워서 땅을 느끼고 그 땅을 통해 내가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들어가 지구와 연결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 그리고 명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누워 있는 내 몸 위로 공기를 느끼고, 공간을 느끼고, 방, 도시, 점점 나아가 저 하늘 위까지 확장해 그 아래에 내가 있음을 느끼는 것.

마보 앱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칼세이건과 딸의 대화'(‘Lessons of Immortality and Mortality From My Father, Carl Sagan’)도 인상깊게 들었는데, 그 대화에는 별이 나온다.

몇일 전 밤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서는 나만의 비유를 만들어 보았다.

피곤하여 잠들려는 순간에 창문으로 별들이 잔뜩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비행기인줄 알았는데 너무 많아서 보니까 별들이었다. 별들이 별인지 아닌지, 얼마나 많은지 지켜보는 중에 한쪽에서는 번쩍 번쩍 번개가 친다. 요즘 낮과 밤 사이 기온차가 심해서 번개를 뿌리는 구름이 자주 생겼다 없어졌다 하고 있는 중에… 내가 지나는 지역에도 번개가 계속 치고 있었다. 천둥과 함께 땅까지 내려오는 번개는 깜짝 깜짝 무서웠는데, 구름 사이에서 그냥 자꾸 치는 번개는 무심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번쩍 거리고 있었다.

번개가 온도의 불안정함 때문에 요란하게 번쩍 거리는 중에도 별들은 그 자리에 평온하게 떠있다.
별 아래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든, 허리케인이 오든, 내 마음이 업앤다운을 하든, 침대에서 잠 못이루며 잡생각이 부풀려가든,
별들은 평온하게 그 자리에 떠있다.

예측 불가능한 기상변화를 두려워하며, 여러 감정이 오가는 하루를 보낸 후, 침대에서 생각하느라 잠못자고 있다면, 저 위 위 위 위에 평온하게 떠있는 별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까?

나이아가라

2018.9.12. 수낮

퍽퍽한 삶에 초코칩 처럼 여행 일정을 박아 넣는데, 다음 여행은 나이아가라 였다.
택일을 하면서 결혼 2주년을 염두에 뒀었는데 부랴부랴 떠나느라 까맣게 잊고있었다.
그래서 아차!한 순간, 결혼 2주년에 세계 3대폭포 중 하나를 선물받은 여인으로 탈바꿈했다는…

가기 전에 또 불안으로 징징대다가 그냥 나이아가라를 만난 순간 홀린듯이 16,000보를 싸돌아다녔다.
폭포를 여기서도 보고, 저기서도 보고 열심히 구경하다보니
폭포는 언제나 내곁에 있어 마치 집 앞 분수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여행은 무엇일까? 복잡한 생각이 머리 속에 왔다갔다 하지만, 초코칩인것 만은 분명하다.
다음 초코칩을 계획해야지.

Make your list, check it twice, then throw it away. 계획하고, 두 번 확인하고, 그 계획을 버린다.
by Kottler, J.A.(1997) Travel that can change your life.

여름 김치

샐러드와 김치의 관계

수미네 반찬을 여전히 애청하고 있는 가운데, 5회 여름 김치편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아 김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통 김치는 아니지만 싱싱한 채소와 맛 좋은 재료들이 버무려진 간이 김치 같은 개념으로다가~

엄마는 풀이 많이 나는 계절이 되면 어디서 얻어온 풀(상추, 깻잎, 두릅, 돗나물, 달래)들로 뚝딱 뚝딱 풀반찬 만들어줬는데, 마치 그 느낌은 땅이 나에게 준 채소를 부지런하게 밭에서 얻어다가 식량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보람차고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었다. (노동은 엄마가 하고 건강한 느낌은 내가 누리는) 의외로 쉽게 미국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샐러드였다. 케일이나 양배추를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채소 가격이 싸서 밭에서 무상으로 따온 느낌인 건 덤) 드레싱을 뿌려 먹으면 된다. 샐러드 드레싱 레시피도 몇 번 따라해봤는데~ 올리브오일과 식초를 기본으로 하는 드레싱을 뿌려놓고 채소가 marinate(숙성)되는 시간만 기다리면 정말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엄마가 채소 캐서 참기름이랑 식초랑 고추가루, 깨소금 넣는 거랑 뭐 마찬가지 마음 상태로 만들어지는것 같다. 올리브유 듬뿍~ 식초(비니거라는 있어보이는 이름)도 넣고, 소금도 톡톡톡, 마늘 다진거랑 사워 크림 버무렸더니~ 야생의 채소들이 드레싱을 뒤집어 엎고 얌전해지는 느낌이다. 두 번의 샐러드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나는 샐러드 만들듯 여름김치를 만들면~ 결국 여름김치도 맛있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김치 만들기를 시작해보았다는!

수미네 반찬 여름김치 중 열무김치 레시피를 참고한 창의 김치다.
일단 주재료는 열무 같아 보이는 배추와 부추인데~ 미국 마트에서는 찾기 어렵고 한인마트에서 샀으나, 또 한국에서는 본 적없는 비주얼과 식감이다(조금 더 억센 느낌).

1. 열무의 역할을 하기로 한 배추를 깨끗이 씻어 굵은 소금으로 절였다(넘나 쌩쌩한 배추가 풀이 좀 죽을 때까지~). 근데 여기까지 하고 나니까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다. 배추잎 하나하나 깨끗이 손질하는게 젤 힘든 듯하다. 절인 후 굵은 소금도 어찌해야할지 몰라 배추잎 한장 한장 들고 털어냈다.ㅋㅋ

2. 이제 양념? 김치 속?을 만드는데 김수미 선생님은 육젓을 즐겨쓰신다. 오동통하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국 가면 육젓 사고싶다(괜한 식재료 욕심). 한인마트에서도 새우젓을 팔기는 하는데~ 어디에서 온 새우젓인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난 그냥 미국 마트에서 파는 피시 소스(fish sauce)를 젓갈 대신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냄새를 맡아보면 감칠감칠 꿈꿈한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생선을 기초로 만든 감칠맛 내는 소스로 추정된다(맛 내고 싶을 때 아무때나 쓰고 있음). 다른 소스류에 비해 꽤 가격이 있고 양이 적은 편이라 적당히 아껴넣었다.

3. 물고추, 마늘, 생강, 쪽파, 부추가 김치 속으로 들어가는데… 물고추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여기서 고추 찾기는 아직 진행중인데, 한국만큼 다양한 고추가 있지 않다. 가까운 마트에는 할라피뇨 계열의 고추들과 파프리카나 피망 계열로 보이는 고추들이 주로 있는데, 한국의 고추와 어떻게 대체해서 사용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한국 음식은 청고추~ 홍고추~ 청양고추~가 중요한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따라가야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미국 마트에서 고추같이 생긴애들은 조금씩 다 골라서 사놨었는데~ 물고추를 못만들겠으니… 그냥 가지고 있는 고추를 다 잘게 썰어서 물에 담근 고추+물을 사용했다.ㅋㅋㅋ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은 마늘과 생강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여기는 마늘과 생강이 귀하기에~ 나는 내가 넣어도 안 아까운만큼의 양을 넣었다. 쪽파 없어서 부추만 썰어 팍팍 넣고 속을 만들었다.

4. 그 다음 멸치액젓, 고추가루, 찹쌀풀, 물, 사이다가 들어가는데… 고추가루 넣고~ 찹쌀풀은 감자전분 봉투 뜯어놓은게 있어서 감자전분을 물에 타서 만들었다. 그리고 사이다 대신 집에 있는 탄산수 후루룩 넣고. 뭔가 넣으라고 하는 거 하나도 안 넣었지만 기본 아이디어? 철학? 같은 거를 따라가려고 하는 창의 김치가 탄생 중이다. 마지막으로 설탕 조금 넣어가며 열무랑 버무리는 건데 매실 엑기스 넣고 조심 조심 버무렸다. 김치 버무릴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모든 재료가 만나 어우러지는 느낌~ 뭔가 1+1인데 제3의 새로운 것이 탄생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다. 너무 신난 나머지 버무리는 거 사진 찍으라고 시켜놓고 ㅋㅋ 이제 김치를 통에 담는다. 하루 밖에다 내어놓고 3일 정도 있다가 먹는다. 샐러드는 샐러드인데 심지어 날이 갈 수록 맛이 있어지는 샐러드가 냉장고 안에 있다니! 넘나 마음이 뿌듯하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완전 김치 느낌은 아니지만~ 샐러드 같은 상큼함에 김치를 먹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을 준다. 맛도 맛있다~! 이거 다 먹으면, 또 배추 닮은 채소를 사다가 샐러드처럼 김치를 버무려 먹어야지. 김치 안 사도 되겠다.^^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달린다

2018.8.15. 수낮

마음이 달린다. 마음만 달린다.
숨을 가다듬기 위해 멈추지만 또 달린다.
여기가 낮일 때도 달리고, 거기가 낮일 때도 달린다.
깨어 있어도 달리고, 꿈 속에서도 달린다.
멈추면 죄책감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하루를 늦게 열고 빨리 닫는다. 그래서 하루가 짧다.
TV에 눈을 올려놓거나, 팟캐스트에 귀를 올려놓고
러닝머신이 저절로 뛰어주듯 달린다.
아무런 효율도 없이 홀로 방전중이다.

셀프 수퍼비전 – 나의 일대기 작성하기

그럴 때가 있었다. 매스 처음 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처럼 내 상담은 위태위태 흘러가는데,
수퍼비전 받을 시간도 없고,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어렵기만하고, 동료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서먹서먹할 때 그런 위기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담자도, 수퍼바이저도, 동료도 없이 혼자가 되어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상담 실제에 도움을 받은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소그룹 수퍼비전 > 개인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 동료사례 수퍼비전 > 셀프 수퍼비전
그리고 상담의 도구로써 나의 삶에 도움을 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개인상담 > 주 1회 개방 집단 상담 > 15시간 연속 집단 상담 > 셀프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이번엔 셀프 수퍼비전 방법의 하나로 ‘나의 일대기’를 작성해보았다.
Stanton(199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연대표(time line)를 작성하는 것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애주기 사건들과 시점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사건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과 원가족,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타임 라인’은 페이스북의 영향으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싸이월드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새로운 SNS가 있으면 시도해보느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사진과 추억들을 A4용지 한장에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한데 모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꽤나 필요한 일일줄 알았는데 년도 별로 중요한 사건만 쓰다보면 사실 금방 끝나버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프리스타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인 작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1.내가 태어난 날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년도를 쭈욱~ 같은 간격으로 기입한다.(기억을 돕기 위해 나이를 같이 기입해도 좋다.) 년도에 따라 기억이 잘 나는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어서 적을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 간격을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그래야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난 때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은 꼭 년도가 아니더라도 임의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년도별로 작성했지만, 학기 별로 생각하는 게 유용하게 느껴져서 년도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작성했다.)
2. 나의 일대기에 주요하게 들어가야할 사건들은 “탄생, 죽음, 결혼, 별거, 이혼, 학교 변화, 취직, 승진, 해고, 은퇴, 이사, 건강 변화(질병, 수술), 이외에 득(gain)한 것, 실(loss)한 것, 특정한 변화,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이다.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적고, 이를 통해 파악한 가설들은 따로 적는게 좋을것 같다. 자유롭게 선으로 연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작성!)
3. 나의 일대기는 원가족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에 가족에 변화가 있을 때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유용할것 같다.(이는 Stanton이 제안한 두가지 유형의 개인 연대표 작성법을 함께 활용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이다. 내가 첫째라면, 내가 태어났을 때 가계도는 아빠, 엄마, 나로 구성되지만 동생이 태어나면 그 가계도에 동생이 추가되므로 다시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면 가계도에 내 파트너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밑으로 자녀가 가계도에 추가된다.)

그리하여 작성한 ‘나의 일대기’를 보면서 느낀점!
– 가끔 이불킥 하면서 떠올리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은 사실 내가 굉장히 어렸을 때, 세상물정 모를 때, 한참 유치할 때 저지른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그만 자책할 수 없을까?
– 학창 시절과 대학 초반에는 친구 관계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는 매해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았던것 같다. 나에게 왔다가 이제는 사라져간 사람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중학교 2학년 때 월드컵, 고등학교 때 풍물 동아리, 대학교에 와서 농활: 나의 똘끼가 춤추는 순간이다. 분명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 거리는 것이 있는것 같다는….
– 대학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스펙이 중요해진다. 어디에 속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게 되었는지? 차곡 차곡 경험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은.. 거의 최근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은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의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참 길고 치열했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갔다.
–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기억과 사건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발생되어 있어, 일대기에 표기하고 나면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연대표(Time line)를 내담자에게 활용할 때의 중요한 Tip (Stanton, 1992)
1) 현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관련있는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상담사가 현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관계에 대한 가설 없이 또는 내담자에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없이 타임라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들기 쉽다. 내담자도 연결고리 없는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2)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대한 방어를 풀고,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이 상담관계 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 타임라인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마치 벌거벗는 것처럼 취약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이명우 장석진 이정화 조민아 김경집 최창조 양승민 공역
Stanton(1992) The time line and the “Why now?” question: A technique and rationale for therapy, training, organizational consultation and research.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빈 자리

2018.8.7. 화낮

카톡 한 번이면, 영상통화 한 번이면 금세 연결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떠나고 나니
내가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확장해서 생각해도 누구도 없다.

침대에서 방, 방에서 집, 집 밖으로 채플힐을 지나 노스캐롤나이나 주
미국 대륙을 건너서 공간을 확장해보지만 닿을 수 없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누구와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조증 상태

2018.7.29. 일낮

커피 마시고 잠 안오는 날 밤에 했던 생각들,
오랜만에 공부하면 자극 받아 머리에 파바박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내 생체리듬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조증의 상태일 수 있으니..
이때 필 받아서 일을 벌여 놓으면 생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저조한 상태가 되었을 때 따라가기 힘들어서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그래도 빛나는 생각들은 적어놔 볼게. 사라지면 아까우니까.
생체리듬이 한바퀴를 돌아와 다시 힘이 생기면 시도해볼 수 있잖아?
그렇게 몇번의 조증 상태를 반복하다보면 퇴적층처럼 층층이 꾸준히 쌓여가는 것도 있으리라.

미움받을 용기

2018.7.21 토밤

누가 화를 내면 기가 팍 죽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의 마음이 좋은 상태에 있기를! 노력했던 것 같다. (방긋 방긋 웃어댔다.)
그렇게 눈치를 보다보니 ‘화’라는 최대치 감정뿐 아니라 ‘무표정’, ‘무관심’ 같은 작은 감정 신호에 까지 민감해져버렸다.
내 얼굴에서 표정은 점점 없어졌다.

오늘 여기와서 두 번째로 ‘Don’t be scary(or serious), It is fun(you can smile).’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서 웃어보였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평범한 문장들마저도 나에게는 부정적 의미로 와서 꽂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십번 그 상황, 그 멘트를 곱씹은 후에야 머리 속으로만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부정이 아니었다’는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칼을 맞은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아픔이 차오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한 두번에 끝날 일이 아니고 내 삶 전체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항상 좋은 상태에 있기를 꿈꾸면서, 좋은 상태가 아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인상을 쓰고 울상을 짓는것’

어떻게 벗어나야할 수 있을지 모르면서도
이 내 마음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다.

소갈비찜

내 마음을 들었다놨다 소갈비찜

요즘 수미네 반찬을 열심히 보면서 요리의 느낌을 배우는 중이다.
젓갈, 해산물, 제철 채소, 조미료 등이 부족해서 똑같은 것을 따라만들 수는 없지만
요리의 순서, 식재료를 다루는 방식 이런게 도움이 되게 많이된다.

그러던 와중에 마트에서 만난 맛있게 생긴 소갈비 4쪽을 8달러에 사서 갈비찜을 해보기로 했다.
아직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요리라기 보다는 실험 수준이어서 과감한 양은 시도하지 못하고
망해도 안 아까울만큼~ 한끼 겨우 맛있게 먹을만큼의 2인 식사를 준비한다.(그래도 한끼 맛있게 먹고, 다음 날 간단하게 또 먹을 만큼 양이 나온다.)

등갈비 김치찜이랑 요리방식이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어려워보여서 시작부터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김수미 선생님 하는 거를 보니까, 모든 식재료의 잡내 제거를 열심히 하시더라. 청주 넣고 살짝 데치거나, 생강과 마늘로~
여기에서는 아직 생강을 못찾았다. 마늘도 TV 프로그램에서 처럼 과감하게 투여할만큼 있지 않다.
(깨소금, 고추가루,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여기서는 다 귀중한 식재료인데 과감하게 팍팍~~ 넣더라는) 어쨌든 그래서 나는 작은 양을 소소하게 요리하는 노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소갈비를 물에 담가 피빼고 잔여물 빼서 안심(安心) 1회, 물에 남은 와인 넣고 소갈비를 살짝 데쳐서 안심 2회! 그리고 중간 중간 후추 뿌리기~ 이게 내가 여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잡내 제거 방법이다.

그동안 냉장고에서 남은 야채들을 다 꺼내본다.
어느날 베이컨+미트볼+통조림콩+볶음 야채로 맛있게 서양식 점심을 먹고난 후에 이게 참 편한데~ 이렇게 계속 살면 건강이 나빠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건강 식단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중인데, 내가 반찬을 따로 만들 수는 없으니.. 고기 요리를 하더라도 야채를 많이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끓는 물에 각종 야채가 들어가면 건강한 맛이 되어 마음도 편하고 소울도 채워지는 느낌이다. 파, 양파, 당근, 감자, 마늘, 브로컬리 얘네들이 나왔다.
대파가 한국요리에서는 잡내도 잡고~ 식감도 내고, 맛도 내고 정말 많이 사용하는것 같은데~ 여기서는 파도 과감하게 쓰진 못하고 허브처럼 아껴쓰고 있다.ㅋㅋ 그래서 인터넷 레시피와는 다르지만, 따라가는 수준으로 야채를 투여해본다.

여기와서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도 맛이 없다고 옛직장 쌤한테 징징거렸더니, 미국 고기가 좋으니 갈비 양념을 사서 해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갈비 양념을 한통 사왔었다. 인터넷 레시피들은 계량도 하고 배도 갈아 넣어가며 양념장을 만들지만, 양념장을 직접 만들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는 정말 좋은것 같다. 그래서 사온 갈비 양념에 LA갈비도 해먹고~ 이번 갈비찜에도 쓰려고 한다.
물에 갈비양념을 넣은 양념물에 아까 데쳐둔 소갈비를 익혀낸다. 양념을 얼마나 넣을지가 고민이 될텐데.. 김수미 선생님이 자꾸 색깔보고 이만치 저만치 넣으라고해서, 나도 그냥 내 느낌대로 양념을 넣어도 된다는 믿음(?) 그런게 생겼다. 너무 자극적이면 물을 더 넣고 싱거우면 양념을 더 넣어야지. 기본 중에 기본인데 나를 믿어주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뭔가 파를 크게 썰어 넣고, 양파 반쪽을 통째로 넣어보았다. (잡내 계속 제거하고, 국물이 맛있어지라고?)
끓이다가 당근이랑 감자를 썰어 먼저 넣고, 딱딱한 야채들이 익어갈 때~ 양파 작게 썰은 것이랑, 브로컬리 쪼개 넣었다.(아까 반토막 양파는 빼냈음) 마늘도 까서 통으로 넣었다. 야채들이 잔뜩 들어갔으니 맛있고~ 건강하고~ 고기가 몇개 없어도 먹을 게 많아서 좋다.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 고기가 먹기 좋을만큼 익느냐는 거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긴장과 스트레스 모드로 요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내 미간에 빡 박혀있다. 인상파 요리다…
배도 고픈데 1시간 이상 걸리는 이런 요리들은 아직 나에겐 스트레스다. 왜 이렇게 힘들게 요리를 하고 있는지 슬프다. ㅜㅜ
부드러운 소갈비는 뼈에서 딱 떨어지는 그런 건데~ 물에서 오래 끓이고 있으니까 점점 고기는 딱딱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오래 끓일지~ 지금 당장 먹을지 고민한다. 근데 겉으로 보기엔 고기가 너무 퍼석퍼석하고 딱딱해 보여 점점 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인내심을 위해~~ 드라마를 다시보기 하면서 고기가 익기를 견뎌보지만.. 또 이내 참지못하고 먹기로 결정했다.
남편이 블로그 하려면 사진 찍으랬는데… 고기 비주얼이 너무 우울한 나머지 사진도 안찍었다. ㅋㅋㅋ

드디어 먹는다! 고기가 뼈에서 딱 떨어지진 않지만~ 한 부분을 뜯어내어 입으로 물었는데~ 부드럽다!
와 천만 다행다행다행 갑자기 내 얼굴에 천국의 미소가. ‘부드럽다!!’ 게다가 틈틈이 붙은 지방도 쫄깃 쫄깃 넘 맛있어~ 한국의 맛이다!
맛있는 고기 + 판매하는 양념장 + 다양한 야채가 만들어낸 맛이지만, 이런 갈비찜이 오늘 저녁 나에게 와준 것에 감사한다. 갈비 한 쪽을 서로 하나씩 들고 얼마나 아껴가며 뜯어 먹었는지, 그 아끼는 마음이 나를 더 뿌듯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와서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음식을 평가할 때, overcook, undercook을 이야기하면서 음식이 terrible하다고 평가한다. 나는 그래서 terrible한 음식을 만들지 않기 위해 overcook과 undercook 사이에서 완전 갈등을 때리고~ 그래서 이렇게 갈비찜 하나 만들면서 엄청난 감정의 기복을 경험했다는 이야기.

갈비찜은 다시 추억의 맛으로! 그리고 recipe 페이지의 컨텐츠로~ 그리고 오늘 아침은 남은 양념에 밥 비벼 먹는 걸로.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최상급

2018.7.10 화낮

채플힐 생활을 최상급(the best)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은 사진
나머지 날들은 그냥 그렇게 평범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