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tonalla

허리케인 관찰일기(요약)

2018.9.24 월오후

허리케인 경험담을 길게 쭉쭉 쓰다가 힘들어서 짧게 요약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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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다고 하면 내가 있는 여기만은 지나가지 않기를, 나에게만은 제발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아파트의 튼튼한 샷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고, 고층에 살면 물이 넘쳐 들어올 일도 없다.
정전이 된다면 그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땅이랑 자연이랑 바로 닿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여기에 오니,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랑 헷갈려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처럼 바람 맞고 날아갈것 같이 무서운 자연 현상이 되어있었다. 솨아아하고 범상치 않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훙하고 불면, 전기가 깜빡 깜빡하다 깜깜한 정전이 오고야 만다.

허리케인이 오면 반드시 피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왜냐하면 허리케인이란, 태풍이란, 엄청난 물을 끌고 와서 뿌리고 거센 바람으로 닿는 것은 다 할퀴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자연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인간의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이 위험이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뉴스에나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재해, 재난이 올 때 할 수 있는 선택권은 1) 오기 전에는 대비 2) 왔을 때는 숨기(안전한 곳에 머무르기) 3) 피해를 입은 후에는 체계적인 복원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1) 오기 전에 오냐 마냐 안절부절 2) 왔을 때 패닉 3) 피해를 입은 후에 신세 한탄과 남탓하기는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만 다치고, 지치는 일이다.

대비와 머무르기와 복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과처럼, 업무처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물론, 다들 걱정은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얼마나 마음만 쓰면서 하얗게 연소되고 마는지 아까운 내 에너지를 보았다.

정확한 지시에 따른 대비를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곧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과감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숨어 있으면 안전했다.
마지막으로 물에 젖은 것들은 햇빛에 말리고, 피해가 심한 것은 교체한다. 뽑힌 나무는 다시 심고, 부러진 나무는 수거한다. 비가 많이 올 때 생기는 집의 결함은 신고하고 보수한다.

정말로 피해를 입는다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피해를 걷어 내고, 보상을 받고, 다시 원래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순서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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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허리케인을 통해서 배우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순서대로 복원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물질적 피해는 복원되고 심리적 피해는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

상담사의 마음과 신념, 인식을 흔드는 어려운 상담 후 셀프 수퍼비전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책 중에서 실전에 ‘뽝’ 쓸 수 있는 부분을 표로 재구조화 하였다.
5장 셀프 슈퍼비전의 행동적 측면을 요약한 것이다.
책에는 각 개념에 대한 정리와 예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줄글이라서 기억했다 써먹기가 힘들어서 표로 만들어 내 마음 속에 넣으려고 한다.

상담 시간 50분도 넘겼고, 어버버 헤매이다가 내담자에게 고지할 것도 제대로 고지 못하고, 보호자에게 휘둘리고, 내담자 앞에서 패닉에 빠져 머리털이 빠질것 같이 머리가 윙윙 거리는 상담을 하고난 후에 빈 상담실에 문을 닫고 들어가 조용히 열어보면 좋을 표이다.(ㅎㅎ)
상담의 개인(상담사 자신)내적 측면, 대인관계적 측면, 임상적 측면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는 것이 유용했다. 순서는 개인내적 측면-> 대인관계적 측면-> 임상적 측면으로 차례 차례 적용해봐도 좋을것 같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좋은것 같다.

면접의 개인내적 측면 면접의 대인관계적 측면 면접의 임상적 측면
목표1. 면접에서 느낀 상담사의 감정(실망감, 안도, 두려움, 불안, 분노)을 이해한다. = ‘자기자각’ 목표1. 임상기록, 오디오, 비디오 자료 검토를 통해 긍정적,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목표1. 임상기록, 오디오, 비디오 자료 검토를 통해 지각-개념-실행기술을 구분한다.
실천전략

면접 전후 편안하고 조용한 환경에서 자기자각을 시도한다.

호소문제 해결이 아닌 상담자 자신의 개인적 욕구와 관련하여 성찰 시간을 가진다.

문제나 사건에 관한 자신의 관찰기록(감정의 강도와 내용)을 면접 직후에 바로 작성한다.

실천전략

상담 관계에서 반복되는 대인관계 방식, 도움이 되는 대인관계 방식, 산만함이나 짜증스러움을 유발하는 대인관계 방식을 확인한다.

행동의 순서를 추적하여 관련성을 찾는다.

실천전략

관찰한 것-관찰한 것과 연관된 생각-뒤이은 개입의 논리적 흐름을 생각해본다.

상담사의 기술, 강점, 자원을 찾는다.

목표2. 상담사의 감정을 인식한 후에 겪는 긍정적, 부정적인 느낌의 원인을 분명히 하려고 노력한다. 목표2. 내담자와의 관계를 심사숙고한다. 목표2. 상담의 단기, 장기 목표 성취와 상담자의 자기성찰 내용을 통합한다.
실천전략

상담 과정에서 촉발되어 임상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담사 개인의 과거 또는 현재의 문제를 고려해본다.

가계도, 연대표, 자서전 구성이 도움이 된다.

수퍼비전, 자문, 개인상담, 교육자료 검토 등으로 개인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천전략

내담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상담사 개인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 행동이나 태도를 검토한다.

면접에서 어떤 변화 단계(참여 단계, 문제 인식 단계, 상호작용 단계, 중재 단계, 마무리 단계)에 있었는지 검토한다.

실천전략

작은 변화이지만 점차적으로 커져가는 치료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단계적으로 치료 과정을 평가, 검토한다.

사건과 사건 사이, 문제와 문제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초점을 맞출 구체적 영역을 확인한다.

임상기록, 오디오, 비디오 자료, 수퍼비전 및 자문 내용, 임상 실제를 연결시킨다.

마음에 대한 비유

2018.9.12. 수밤

마음에 대한 비유는 바다 말고도 많으며, 생각에 대한 비유도 파도 외에도 많다.
by 존 카밧진(2012).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요가 명상을 할 때, 선생님이 들려주는 연상 중에 좋아하는 연상이 있다.
바닥에 누워서 땅을 느끼고 그 땅을 통해 내가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들어가 지구와 연결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 그리고 명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누워 있는 내 몸 위로 공기를 느끼고, 공간을 느끼고, 방, 도시, 점점 나아가 저 하늘 위까지 확장해 그 아래에 내가 있음을 느끼는 것.

마보 앱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칼세이건과 딸의 대화'(‘Lessons of Immortality and Mortality From My Father, Carl Sagan’)도 인상깊게 들었는데, 그 대화에는 별이 나온다.

몇일 전 밤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서는 나만의 비유를 만들어 보았다.

피곤하여 잠들려는 순간에 창문으로 별들이 잔뜩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비행기인줄 알았는데 너무 많아서 보니까 별들이었다. 별들이 별인지 아닌지, 얼마나 많은지 지켜보는 중에 한쪽에서는 번쩍 번쩍 번개가 친다. 요즘 낮과 밤 사이 기온차가 심해서 번개를 뿌리는 구름이 자주 생겼다 없어졌다 하고 있는 중에… 내가 지나는 지역에도 번개가 계속 치고 있었다. 천둥과 함께 땅까지 내려오는 번개는 깜짝 깜짝 무서웠는데, 구름 사이에서 그냥 자꾸 치는 번개는 무심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번쩍 거리고 있었다.

번개가 온도의 불안정함 때문에 요란하게 번쩍 거리는 중에도 별들은 그 자리에 평온하게 떠있다.
별 아래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든, 허리케인이 오든, 내 마음이 업앤다운을 하든, 침대에서 잠 못이루며 잡생각이 부풀려가든,
별들은 평온하게 그 자리에 떠있다.

예측 불가능한 기상변화를 두려워하며, 여러 감정이 오가는 하루를 보낸 후, 침대에서 생각하느라 잠못자고 있다면, 저 위 위 위 위에 평온하게 떠있는 별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까?

나이아가라

2018.9.12. 수낮

퍽퍽한 삶에 초코칩 처럼 여행 일정을 박아 넣는데, 다음 여행은 나이아가라 였다.
택일을 하면서 결혼 2주년을 염두에 뒀었는데 부랴부랴 떠나느라 까맣게 잊고있었다.
그래서 아차!한 순간, 결혼 2주년에 세계 3대폭포 중 하나를 선물받은 여인으로 탈바꿈했다는…

가기 전에 또 불안으로 징징대다가 그냥 나이아가라를 만난 순간 홀린듯이 16,000보를 싸돌아다녔다.
폭포를 여기서도 보고, 저기서도 보고 열심히 구경하다보니
폭포는 언제나 내곁에 있어 마치 집 앞 분수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여행은 무엇일까? 복잡한 생각이 머리 속에 왔다갔다 하지만, 초코칩인것 만은 분명하다.
다음 초코칩을 계획해야지.

Make your list, check it twice, then throw it away. 계획하고, 두 번 확인하고, 그 계획을 버린다.
by Kottler, J.A.(1997) Travel that can change your life.

여름 김치

샐러드와 김치의 관계

수미네 반찬을 여전히 애청하고 있는 가운데, 5회 여름 김치편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아 김치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정통 김치는 아니지만 싱싱한 채소와 맛 좋은 재료들이 버무려진 간이 김치 같은 개념으로다가~

엄마는 풀이 많이 나는 계절이 되면 어디서 얻어온 풀(상추, 깻잎, 두릅, 돗나물, 달래)들로 뚝딱 뚝딱 풀반찬 만들어줬는데, 마치 그 느낌은 땅이 나에게 준 채소를 부지런하게 밭에서 얻어다가 식량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보람차고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었다. (노동은 엄마가 하고 건강한 느낌은 내가 누리는) 의외로 쉽게 미국에서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샐러드였다. 케일이나 양배추를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채소 가격이 싸서 밭에서 무상으로 따온 느낌인 건 덤) 드레싱을 뿌려 먹으면 된다. 샐러드 드레싱 레시피도 몇 번 따라해봤는데~ 올리브오일과 식초를 기본으로 하는 드레싱을 뿌려놓고 채소가 marinate(숙성)되는 시간만 기다리면 정말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엄마가 채소 캐서 참기름이랑 식초랑 고추가루, 깨소금 넣는 거랑 뭐 마찬가지 마음 상태로 만들어지는것 같다. 올리브유 듬뿍~ 식초(비니거라는 있어보이는 이름)도 넣고, 소금도 톡톡톡, 마늘 다진거랑 사워 크림 버무렸더니~ 야생의 채소들이 드레싱을 뒤집어 엎고 얌전해지는 느낌이다. 두 번의 샐러드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나는 샐러드 만들듯 여름김치를 만들면~ 결국 여름김치도 맛있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김치 만들기를 시작해보았다는!

수미네 반찬 여름김치 중 열무김치 레시피를 참고한 창의 김치다.
일단 주재료는 열무 같아 보이는 배추와 부추인데~ 미국 마트에서는 찾기 어렵고 한인마트에서 샀으나, 또 한국에서는 본 적없는 비주얼과 식감이다(조금 더 억센 느낌).

1. 열무의 역할을 하기로 한 배추를 깨끗이 씻어 굵은 소금으로 절였다(넘나 쌩쌩한 배추가 풀이 좀 죽을 때까지~). 근데 여기까지 하고 나니까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었다. 배추잎 하나하나 깨끗이 손질하는게 젤 힘든 듯하다. 절인 후 굵은 소금도 어찌해야할지 몰라 배추잎 한장 한장 들고 털어냈다.ㅋㅋ

2. 이제 양념? 김치 속?을 만드는데 김수미 선생님은 육젓을 즐겨쓰신다. 오동통하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국 가면 육젓 사고싶다(괜한 식재료 욕심). 한인마트에서도 새우젓을 팔기는 하는데~ 어디에서 온 새우젓인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난 그냥 미국 마트에서 파는 피시 소스(fish sauce)를 젓갈 대신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냄새를 맡아보면 감칠감칠 꿈꿈한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생선을 기초로 만든 감칠맛 내는 소스로 추정된다(맛 내고 싶을 때 아무때나 쓰고 있음). 다른 소스류에 비해 꽤 가격이 있고 양이 적은 편이라 적당히 아껴넣었다.

3. 물고추, 마늘, 생강, 쪽파, 부추가 김치 속으로 들어가는데… 물고추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여기서 고추 찾기는 아직 진행중인데, 한국만큼 다양한 고추가 있지 않다. 가까운 마트에는 할라피뇨 계열의 고추들과 파프리카나 피망 계열로 보이는 고추들이 주로 있는데, 한국의 고추와 어떻게 대체해서 사용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한국 음식은 청고추~ 홍고추~ 청양고추~가 중요한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따라가야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미국 마트에서 고추같이 생긴애들은 조금씩 다 골라서 사놨었는데~ 물고추를 못만들겠으니… 그냥 가지고 있는 고추를 다 잘게 썰어서 물에 담근 고추+물을 사용했다.ㅋㅋㅋ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은 마늘과 생강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여기는 마늘과 생강이 귀하기에~ 나는 내가 넣어도 안 아까운만큼의 양을 넣었다. 쪽파 없어서 부추만 썰어 팍팍 넣고 속을 만들었다.

4. 그 다음 멸치액젓, 고추가루, 찹쌀풀, 물, 사이다가 들어가는데… 고추가루 넣고~ 찹쌀풀은 감자전분 봉투 뜯어놓은게 있어서 감자전분을 물에 타서 만들었다. 그리고 사이다 대신 집에 있는 탄산수 후루룩 넣고. 뭔가 넣으라고 하는 거 하나도 안 넣었지만 기본 아이디어? 철학? 같은 거를 따라가려고 하는 창의 김치가 탄생 중이다. 마지막으로 설탕 조금 넣어가며 열무랑 버무리는 건데 매실 엑기스 넣고 조심 조심 버무렸다. 김치 버무릴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모든 재료가 만나 어우러지는 느낌~ 뭔가 1+1인데 제3의 새로운 것이 탄생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다. 너무 신난 나머지 버무리는 거 사진 찍으라고 시켜놓고 ㅋㅋ 이제 김치를 통에 담는다. 하루 밖에다 내어놓고 3일 정도 있다가 먹는다. 샐러드는 샐러드인데 심지어 날이 갈 수록 맛이 있어지는 샐러드가 냉장고 안에 있다니! 넘나 마음이 뿌듯하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완전 김치 느낌은 아니지만~ 샐러드 같은 상큼함에 김치를 먹고 있다는 느낌적 느낌을 준다. 맛도 맛있다~! 이거 다 먹으면, 또 배추 닮은 채소를 사다가 샐러드처럼 김치를 버무려 먹어야지. 김치 안 사도 되겠다.^^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달린다

2018.8.15. 수낮

마음이 달린다. 마음만 달린다.
숨을 가다듬기 위해 멈추지만 또 달린다.
여기가 낮일 때도 달리고, 거기가 낮일 때도 달린다.
깨어 있어도 달리고, 꿈 속에서도 달린다.
멈추면 죄책감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하루를 늦게 열고 빨리 닫는다. 그래서 하루가 짧다.
TV에 눈을 올려놓거나, 팟캐스트에 귀를 올려놓고
러닝머신이 저절로 뛰어주듯 달린다.
아무런 효율도 없이 홀로 방전중이다.

셀프 수퍼비전 – 나의 일대기 작성하기

그럴 때가 있었다. 매스 처음 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처럼 내 상담은 위태위태 흘러가는데,
수퍼비전 받을 시간도 없고,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어렵기만하고, 동료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서먹서먹할 때 그런 위기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담자도, 수퍼바이저도, 동료도 없이 혼자가 되어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상담 실제에 도움을 받은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소그룹 수퍼비전 > 개인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 동료사례 수퍼비전 > 셀프 수퍼비전
그리고 상담의 도구로써 나의 삶에 도움을 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개인상담 > 주 1회 개방 집단 상담 > 15시간 연속 집단 상담 > 셀프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이번엔 셀프 수퍼비전 방법의 하나로 ‘나의 일대기’를 작성해보았다.
Stanton(199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연대표(time line)를 작성하는 것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애주기 사건들과 시점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사건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과 원가족,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타임 라인’은 페이스북의 영향으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싸이월드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새로운 SNS가 있으면 시도해보느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사진과 추억들을 A4용지 한장에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한데 모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꽤나 필요한 일일줄 알았는데 년도 별로 중요한 사건만 쓰다보면 사실 금방 끝나버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프리스타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인 작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1.내가 태어난 날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년도를 쭈욱~ 같은 간격으로 기입한다.(기억을 돕기 위해 나이를 같이 기입해도 좋다.) 년도에 따라 기억이 잘 나는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어서 적을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 간격을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그래야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난 때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은 꼭 년도가 아니더라도 임의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년도별로 작성했지만, 학기 별로 생각하는 게 유용하게 느껴져서 년도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작성했다.)
2. 나의 일대기에 주요하게 들어가야할 사건들은 “탄생, 죽음, 결혼, 별거, 이혼, 학교 변화, 취직, 승진, 해고, 은퇴, 이사, 건강 변화(질병, 수술), 이외에 득(gain)한 것, 실(loss)한 것, 특정한 변화,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이다.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적고, 이를 통해 파악한 가설들은 따로 적는게 좋을것 같다. 자유롭게 선으로 연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작성!)
3. 나의 일대기는 원가족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에 가족에 변화가 있을 때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유용할것 같다.(이는 Stanton이 제안한 두가지 유형의 개인 연대표 작성법을 함께 활용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이다. 내가 첫째라면, 내가 태어났을 때 가계도는 아빠, 엄마, 나로 구성되지만 동생이 태어나면 그 가계도에 동생이 추가되므로 다시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면 가계도에 내 파트너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밑으로 자녀가 가계도에 추가된다.)

그리하여 작성한 ‘나의 일대기’를 보면서 느낀점!
– 가끔 이불킥 하면서 떠올리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은 사실 내가 굉장히 어렸을 때, 세상물정 모를 때, 한참 유치할 때 저지른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그만 자책할 수 없을까?
– 학창 시절과 대학 초반에는 친구 관계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는 매해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았던것 같다. 나에게 왔다가 이제는 사라져간 사람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중학교 2학년 때 월드컵, 고등학교 때 풍물 동아리, 대학교에 와서 농활: 나의 똘끼가 춤추는 순간이다. 분명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 거리는 것이 있는것 같다는….
– 대학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스펙이 중요해진다. 어디에 속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게 되었는지? 차곡 차곡 경험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은.. 거의 최근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은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의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참 길고 치열했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갔다.
–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기억과 사건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발생되어 있어, 일대기에 표기하고 나면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연대표(Time line)를 내담자에게 활용할 때의 중요한 Tip (Stanton, 1992)
1) 현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관련있는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상담사가 현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관계에 대한 가설 없이 또는 내담자에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없이 타임라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들기 쉽다. 내담자도 연결고리 없는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2)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대한 방어를 풀고,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이 상담관계 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 타임라인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마치 벌거벗는 것처럼 취약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이명우 장석진 이정화 조민아 김경집 최창조 양승민 공역
Stanton(1992) The time line and the “Why now?” question: A technique and rationale for therapy, training, organizational consultation and research.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빈 자리

2018.8.7. 화낮

카톡 한 번이면, 영상통화 한 번이면 금세 연결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떠나고 나니
내가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확장해서 생각해도 누구도 없다.

침대에서 방, 방에서 집, 집 밖으로 채플힐을 지나 노스캐롤나이나 주
미국 대륙을 건너서 공간을 확장해보지만 닿을 수 없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누구와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조증 상태

2018.7.29. 일낮

커피 마시고 잠 안오는 날 밤에 했던 생각들,
오랜만에 공부하면 자극 받아 머리에 파바박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내 생체리듬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조증의 상태일 수 있으니..
이때 필 받아서 일을 벌여 놓으면 생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저조한 상태가 되었을 때 따라가기 힘들어서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그래도 빛나는 생각들은 적어놔 볼게. 사라지면 아까우니까.
생체리듬이 한바퀴를 돌아와 다시 힘이 생기면 시도해볼 수 있잖아?
그렇게 몇번의 조증 상태를 반복하다보면 퇴적층처럼 층층이 꾸준히 쌓여가는 것도 있으리라.

미움받을 용기

2018.7.21 토밤

누가 화를 내면 기가 팍 죽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의 마음이 좋은 상태에 있기를! 노력했던 것 같다. (방긋 방긋 웃어댔다.)
그렇게 눈치를 보다보니 ‘화’라는 최대치 감정뿐 아니라 ‘무표정’, ‘무관심’ 같은 작은 감정 신호에 까지 민감해져버렸다.
내 얼굴에서 표정은 점점 없어졌다.

오늘 여기와서 두 번째로 ‘Don’t be scary(or serious), It is fun(you can smile).’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서 웃어보였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평범한 문장들마저도 나에게는 부정적 의미로 와서 꽂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십번 그 상황, 그 멘트를 곱씹은 후에야 머리 속으로만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부정이 아니었다’는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칼을 맞은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아픔이 차오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한 두번에 끝날 일이 아니고 내 삶 전체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항상 좋은 상태에 있기를 꿈꾸면서, 좋은 상태가 아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인상을 쓰고 울상을 짓는것’

어떻게 벗어나야할 수 있을지 모르면서도
이 내 마음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