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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 2편 ‘듣고 반응하는 기술’

Shari Manning(2011)의 Validation 개념을 설명하는 글입니다.
DBT에서 사용하는 주요 대인관계 기술로 Validation을 배웠는데, 한국어로 직역하기에는 마땅한 개념이 없는것 같아서 줄글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제안이나 의견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부자연스러운 표현도 알려주세요.)

Validation은
소중한 사람과 보다 효과적으로 원하는 바를 주고 받기 위해서, 활용하면 좋을것 같은 ‘듣고 반응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이 컴퓨터와 같이 정확하고 깔끔하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이 하는 1)말을 듣고 2)그 안에 ‘1번, 2번, 3번, 4번, 5번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구나!’ 하고 하나씩 점을 찍듯이 체크하고, 3)알게된 것을 상대에게 나의 언어로 ‘1번, 2번, 3번, 4번, 5번 이라는 말이지?’ 하고 의사소통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마음 하나, 하나에 가 닿았다가 ->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오롯이 느끼고 -> 그 마음이 나에게 다시 들어와 자리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와~! 쓰고 보니 굉장히 존중받는 방식의 대화이고, 매우 젠틀젠틀 교양교양 하여서 엄청난 집중력과 평정심을 탑재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대화방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Validation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첫째는 우리의 마음이 컴퓨터와 같이 정확하고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 모든 과정이 흔들리는 감정 상태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내 앞에 상대는 1~5번 마음이 모두 섞인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로 앉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1번, 2번, 3번, 4번, 5번을 가려냈다고 해도 상대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잘못 파악했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경험하고 있는 1번, 2번, 3번, 4번, 5번이 내 상황에서는 딱히 와닿지도 않고 이해도 안되어서 상대가 느끼는 대로 똑같이 느끼기도 어렵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니 둘 다 감정이 동요하기 시작하고 1번, 2번, 3번, 4번, 5번은 더 파악하기 어려운 의미가 되어 흔들리고 있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같이 경험해보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차근 차근 이야기 했는데… 상대방 마음은 또 나 같지가 않아서 내가 말한대로 상대방 마음에 가 닿는 것이 아니다.

우엥~ 어떻게 해? 이대로 포기하고 말것인가? No.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대화, 효과적인 대인관계로 가는 길이니! 1000번이고 반복 연습하라고, 인생 내내 반복하라고, 특히 나랑 상대방의 상태가 좋을 때 많이 시도해보라고 제안한다. 비록 이 Validation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두 이 기술을 활용하여 행복하고 효과적인 대인관계를 누리고 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밝힌 Validation 과정을 따라가보자.

1단계: 들을 때, 흘려 듣지 않으며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과 틀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도 그 틀 안에 넣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나의 그 고유한 틀을 치워 놓고 들어본다.(그 생각을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 틀린 것, 마땅한 것, 마땅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지 말고, ‘항상 그래’, ‘절대 안 그래’, ‘아무도 안 그래’, ‘모두가 그래’라는 말을 지양하라고 한다.)

2단계: 최대한 정확하게 들은 내용을 반영한다.
단추를 하나 하나 채우듯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차근 차근 하나씩 듣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따라가서 경험하고, 내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상대방의 말을 내 거울에 비추어 다시 되돌려준다.

3단계: 말한 것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읽어준다.
이 과정은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리고, 너가 생각한 것이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이다. 아기가 울고 있을 때, ‘배가 고프니?’, ‘기저귀가 젖었니?’, ‘너무 덥니?’, ‘너무 춥니?’, ‘어디가 아프니?’, ‘졸리니?’ 등등 아기의 불편함을 찾아주기 위해 부모는 여러 가설을 확인한다. 부모가 생각한 것은 틀릴 수 있지만, 아기가 자신의 불편함을 기어코 꺼내 놓을 수 있도록 계속 아기 울음의 숨은 뜻을 읽어 조율하는 것처럼.

4단계: 상대방의 마음을 더 큰 맥락(특히, 살아온 배경)안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상대의 마음, 생각, 행동이 조금은.. 또는 너무 많이? 이상해보일지라도, 그 사람에게만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마음, 생각, 행동일 수 밖에 없음을 아는 것이다.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5단계: 상대방의 경험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경험’안에서 본다.
책에서 제안하는 ‘우리는 모두 너 같이 느낄 때가 있지’, ‘누구나 그 상황에서라면 너 같이 느낄 거야’, ‘너도 알잖아 그게 얼마나 당연한 반응이란걸’ 이런 표현들은 그냥 듣기만 해도 얼마나 마음을 녹이는 지… 우리는 모두 자신이 요상해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괜찮고 싶다.

6단계: 궁극의 진정성(radical genuineness)을 보여준다.
궁극의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수업에서는 균등함(equality)과 존중(respect)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상대방을 아랫사람, 윗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와 같은 선 위에 올려두고 보는 것,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들이 진귀하다는 마음으로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것.

참고: Loving someone with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Shari Manning, 2011의 chapter 3과 이를 바탕으로 한 DBT 수업을 바탕으로 내 언어와 문장으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글임.

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 1편 ‘멈추는 기술’

효과적인 대인관계의 기술이라니, 참으로 아메리카적인 표현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머리를 울리게 하는 대인관계 갈등은 효과적인 Tip으로 한큐에 해결하는 게 맞는것 같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하니 외어서 -> 실험해보고 -> 효과가 느껴지면 -> 계속 연습하면 될거다.

오늘의 주제는 ‘부정적 감정과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가는 대화의 순간에 Time-out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남편이랑 내가 격돌하는 순간은 남편의 (둥글둥글 해결하는)P성향과 나의 (각잡고 해결하는)J성향이 만날 때이다. 너무 극명하게 다른 부분이라, 상대방의 생각을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화가 나고 아주 공격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게 된다. 타임 아웃이 정말 필요하다.

이거 DBT 상담 기술 수업에서 배워온 건데~ 공유합니다.

<Time-out 활용 방법>

  1. 인식 단계:
    – 긴장이 증가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인식한다.
    – (조절 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특정 시간 동안의 time out을 요청한다. ** 관계를 절단 내거나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2. Time을 사용하는 단계:
    – 감정을 가라 앉히고(숨을 쉬어 본다,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활용)
    – 내 감정을 돌아보기도,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보기도하고
    –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지닌다.
  3. 돌아오는 단계:
    – 다시 만나는 시간을 합의하여 타인의 입장을 받아주는 방식(validate)으로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한다. ** Time-out 시간은 벌주는 시간이 아니며, 반드시 돌아오는 순간이 합의되어야 한다.

처음에 이 기술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내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타임 아웃을 상대방을 벌주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강사는 농구의 작전 타임에 비유하여 이 기술을 설명해주었는데 게임이 잘 안풀리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이완하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도모하기 위해 작전 타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까지 스포츠 경기의 작전 타임을 혼나는 시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농구에서 ‘너 똑바로 안해?’라고 혼난다던지.. 아이스하키에서 반칙했으니 ‘너 나가 있어’ 라던지.. 그 시간들이 긴장하여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는 몸상태를 calm down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토론하는 단계라는 걸 몰랐다. 조금 충격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나는 Time-out 시간을 그렇게 활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치열한 갈등상황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계를 절단내고 싶다는 분노에 휩싸여서 내 공간으로 숨어들어가버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여러분도 몰랐다면 다시 생각해보시라~ 치열한 갈등 뒤에 혼자 있는 시간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다.

위에 제시한 세 단계를 외워두었다가 즉각적으로 활용해보면 좋을것 같다. 1) 먼저 부정적인 감정이 만땅으로 쌓이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도저히 지금은 내가 내 상태가 아니니 조금 이 열을 식히고,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가지자’고 말한다. 보통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으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야겠다. 2) 일단 숨을 깊게 쉰다. 숨을 깊게 쉬는 것은 내가 만병통치약처럼 요즘에 시도때도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차를 마시고, 걸으러 나가고, 씻고, 집안일을 하고, TV를 보고, 창문 밖을 내다보고, 십자수를 하고 별의별 방법을 다해서 감정이 평정상태로 돌아오도록 한다. 그렇지만 너무 멀리가면 안된다. 꼭 돌아와야 하니까.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그는 도대체 왜 그럴까?’, ‘그래도 싸우기보단 잘 해결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들을 해야하는데 넘넘 어려운것 ㅜ.ㅜ 자꾸 하다보면 잘 되겠지… 3) 그리고 다시 만나자!! return, return, return.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넘 무섭고, 머리 빠개지게 해결점을 모색해야하는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돌아간다. 끝.  헥헥.. 쓰기만 했는데도 감정의 강도가 커서 힘들다 ㅜ.ㅜ

인용 출처: https://www.dbtfamilyskills.com/blog-head-heart–hands/how-to-use-timeouts-effectiv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