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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관찰일기(요약)

2018.9.24 월오후

허리케인 경험담을 길게 쭉쭉 쓰다가 힘들어서 짧게 요약해서 쓰는 글.


태풍이 온다고 하면 내가 있는 여기만은 지나가지 않기를, 나에게만은 제발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아파트의 튼튼한 샷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고, 고층에 살면 물이 넘쳐 들어올 일도 없다.
정전이 된다면 그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땅이랑 자연이랑 바로 닿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여기에 오니,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랑 헷갈려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처럼 바람 맞고 날아갈것 같이 무서운 자연 현상이 되어있었다. 솨아아하고 범상치 않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훙하고 불면, 전기가 깜빡 깜빡하다 깜깜한 정전이 오고야 만다.

허리케인이 오면 반드시 피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왜냐하면 허리케인이란, 태풍이란, 엄청난 물을 끌고 와서 뿌리고 거센 바람으로 닿는 것은 다 할퀴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자연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인간의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이 위험이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뉴스에나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재해, 재난이 올 때 할 수 있는 선택권은 1) 오기 전에는 대비 2) 왔을 때는 숨기(안전한 곳에 머무르기) 3) 피해를 입은 후에는 체계적인 복원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1) 오기 전에 오냐 마냐 안절부절 2) 왔을 때 패닉 3) 피해를 입은 후에 신세 한탄과 남탓하기는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만 다치고, 지치는 일이다.

대비와 머무르기와 복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과처럼, 업무처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물론, 다들 걱정은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얼마나 마음만 쓰면서 하얗게 연소되고 마는지 아까운 내 에너지를 보았다.

정확한 지시에 따른 대비를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곧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과감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숨어 있으면 안전했다.
마지막으로 물에 젖은 것들은 햇빛에 말리고, 피해가 심한 것은 교체한다. 뽑힌 나무는 다시 심고, 부러진 나무는 수거한다. 비가 많이 올 때 생기는 집의 결함은 신고하고 보수한다.

정말로 피해를 입는다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피해를 걷어 내고, 보상을 받고, 다시 원래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순서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허리케인을 통해서 배우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순서대로 복원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물질적 피해는 복원되고 심리적 피해는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