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퇴원한 후, 폭풍처럼 지나가는 몇 일 동안 나는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이런 메모를 남겼다.
‘눈물이 젖처럼 흘러나오고, 웃음이 방귀처럼 뿡뿡거린다 – 출산 후 감정상태에 대해서’
임산부나 산모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가 ‘호르몬 때문이다’ 이다. 내 생각이나 의지대로 조절되는 것이 없고, 뭔가 몸 속의 화학작용에 의해서 내 몸이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 호르몬이 참 신기하고 고맙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비현실적으로 부족한 수면시간을 가지고도 아기가 울면 벌떡 벌떡 일어날 수가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가에게 젖을 주고 나 또한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우면, 잠은 오지 않고 하루 온종일의 힘듦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우는 울음이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절망이 담겨있었다. 온종일 아기를 키우는 데에만 시간을 쓰다보니 내 마음이 담길 때가 없었다는, 내 마음에 가득 든 감정과 생각과 고민이 너무나 많아 터지듯 새어나오는 울음이었다. 그렇게 울면서 내 안에 터져있던 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자취를 감추어나갔다. 그러면서 겨우 겨우 잠이 찾아왔다.
그런데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힘듦 후에는 하이(High)한 상태가 찾아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게 웃어댔다. 남편이 실없이 던진 자조적인 말들이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을텐데 마구 웃어댔다. 조금만 푹푹 내 맘을 건드려도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다. 힘들지만 웃으라고, 그래서 바닥까지 가지는 말라고 그렇게 여러번 끌어올려졌다.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의 몸 위에 올려진다. 그때까지의 고통을 모두 잊으라고, 아기가 올려지는 순간 아마도 행복과 기쁨, 영광의 호르몬이 뿜뿜 하는가 보다. 열심히 후기 찾으면서 걱정했던 회음부 꼬매기로 부터 멀어질 수 있도록 나의 아기가 나에게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