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었다. singer-songwriter.
음감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느낌 아니까~ 그때 그 느낌 담아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 꿈을 엄마가 되어 작게나마 이룰 수 있다니!
자장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원래가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노래 가사를 외우지 않고 내 맘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어느날, 나의 기분이나 생각과 맞닿아 있는 가사 한구절이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그러면 맥락에 상관없이.. 내가 방금한 생각과 같은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그 노래를 줄줄 불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날, 남편이 어떤 노래의 앞구절을 흥얼흥얼 거리면 나는 연관 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는 그 뒷구절을 자동적으로 따라 불러보는 것이다.
한 날은 엄마가 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지치고 지쳐 노동요 느낌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냥 내 생각과 마음을 아무 음에다가 붙여서 마구 불러대는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아가야 오늘 하루는 어땠니? 엄마는 이러 이런게 힘든데, 너는 왜 그럴까?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그래도 잘 해줄게, 재워줄게, 잘자라 안녕 안녕’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아무 음에다 붙여서 오래 오래 부르고 나면 마음이 뻥뚫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일상이 아기 재우기인 시간들에서 자장가를 부르며, 오래된 자장가의 가사를 마음 속에 깊이 새겨보는 시간들이 왔다. 반짝 반짝 작은별, 이 노래의 영어 가사는 정말 우리 아기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같았다.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 내가 너의 의미를 어찌다 알겠니? 저 세상 높이 높이의, 하늘의 다이아몬드 같은, 반짝 반짝 빛나는 작은 별, 내가 너의 의미를 어찌다 알겠니?’ 그 즈음, 나는 다이아몬드를 박아놓은 듯한 아기의 눈을 보면서, 이 생명체의 알수 없는 신비로움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남편과 나의 애정하는 곡인 What a wonderful world를 열창하는 날도 있었다. 영어 가사를 한 번 외어보기로~ 여러번 여러번 다시 부르면서, 정말 우리 아이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목놓아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클래식 자장가의 선율에 맞추어서도 내맘대로 개사를 했다.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기양도 모두 자는데~’ 여기 다음 가사는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로빈이는 어떻게 잠드나요? 자아알 자거라’ 이렇게 내 마음을 담는다. 어느날은 아기를 재우다보니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이 노래가 떠올라버렸다. 그래서 ‘로빈이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살금 살금 로빈이가~ 살금 살금 로빈이가~’ 이렇게 돌림노래처럼 반복해 부르면서 아기를 살금 살금 재운다.
육아를 하면서, 최초 노래 기억에 저장되어있는 듯한 동요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그 노래를 잊고 산지 몇십년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노래를 불렀을 당시 최초의 즐거움, 최초의 흥겨움이 같이 저장되어있지는 않을까? 힘든 육아 속으로 노래의 여유가, 위로가, 흥겨움이 스며들어간다.
.. 요즘 너무 힘들고 지쳐서 글도 생각나는대로 막썼다;; 그렇지만 남기고 싶은 중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