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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세상 속으로

차를 부르릉 운전해 올라가면서 모여있는 아이들 속에서 쭈뼛쭈뼛 서 있는 너를 본다.
한참 어린이집 적응기를 보내던 8월 또는 9월의 어느날.
아이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데, 어느 언저리에 서야할지 몰라하는 것 같은 너의 모습이
내 어떤 모습과 겹쳐 나혼자 더 안타까워지고,
얼른 차에서 내려 너를 데려간다.
너 또한 그 날을 기억하지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엄마가 왔지.”

그런데 그런 가슴 떨리는 변화의 날들도 이젠 과거가 되고,
시간은 흘러 우리는 또 새로운 삶의 모습에 점점 익숙해져 가네.

10월의 어느 날에는,
선생님 손잡고 어정쩡하게 안으로 들어가던 네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밝고 귀여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그 장면 하나가 엄마에게는 너무 큰 감동, 대견함이 되었다.  

예쁘기만 하던 로빈이가,
나날이 대견해지고 자랑스러워진다.
세상에 아주 천천히, 자주 두려워하며 나서고 있지만
너만의 속도를, 너만의 색깔을 그대로 가지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