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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가 상담을 찾아왔을 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종종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내담자와 어떻게 상담을 진행해야할까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하는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변화가 느리고, 내담자가 상담에 어떤 동기와 이해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또 내담자의 부모가 매우 불안해하거나 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의 책을 바탕으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내담자의 뇌발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의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3) 이것을 내담자의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1. 경계선 지능과의 만남

경계선 지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편이라서, 보호자가 직접 상담 시작에 앞서 ‘우리 아이는 경계선 지능이예요.’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사는 보통 내담자가 상담사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거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에서 뭔가 삐걱거림이 느껴질 때 내담자가 경계선 지능이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경계선 지능’이라는 표현은 내담자가 심각한 수준의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진행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라는 표현을 아주 애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계선 지능은 DSM-4에서는 경계선지적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 IQ 70~85에 해당)이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DSM-5에서는 특별한 진단명 없이 신경발달장애의 하위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의 스펙트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DSM-5의 지적장애는 1)지적기능의 결함(추리력, 문제해결력, 계획세우기, 추상적 사고, 판단력, 학습능력)과 2)적응기능의 결함(개념적 분야, 사회적 분야, 실용적 분야)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상담사는 진단을 하지는 않더라도 DSM-5 지적장애 진단기준을 참고로 하여 결함의 세부 항목에 대해 체크하여 내담자가 어떤 분야에 특히 어려움이 있는지 정도를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DSM-5의 지적장애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다. 경도 mild(IQ 50,55 ~ 70), 중등도 moderate(IQ 35,40 ~ 50,55), 중증도 severe(IQ 20,25 ~ 35,40), 최중증도 profound(IQ 20~25이하). 경계선 지능은 경도 지적장애보다는 높은 지적 발달 수준이며, IQ는 70~84 사이이고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적장애 기준은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급-IQ 34 이하, 2급-IQ 35~49, 3급-IQ 50~70. 지적장애의 모습은 개인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내담자나 평가자는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로운 정보를 활용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능검사(IQ)가 가장 주요한 진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담에 찾아온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는 우리나라에서 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학업, 일상생활 및 다양한 영역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찾게 된다.

2. 경계선 지능 내담자의 어려움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다음과 같은 주호소 문제를 가지고 찾아온다.
‘우리 아이의 성적이 낮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네요.’
‘친구를 잘 못 사귑니다. 또래들이랑 왠지 수준이 안맞는 것 같고, 혼자 떨어져있거나 동생들이랑 놀려고 해요. 친구들도 OO와 노는 것이 재미없는지 같이 놀지 않으려고 해요.’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눈치 없는 행동을 해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받아보라고 합니다.’

이런 내담자를 만나면, 여기저기에서 치이고 치여서 썰물에 떠밀리듯 상담센터까지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한편으로 상담마저도 쉽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 진행은 어렵겠지만 아마도 심리상담이 마지노선이기에 꼭 개입이 필요한 내담자 유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경계선 지능의 안타까움을 적어보면, 경계선 내담자를 만나는 것에 동기부여가 조금 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사회적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의 장점은 대체로 순진하고 착하며, 성실하고, 정이 많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 아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생활할 때 그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규칙을 따르고, 생활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 의해 친구에가 다가갈 수 없지만, 너무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볼 때, 분명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잘해보려는 내담자를 볼 때 “당분간 이 아이의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와의 상담

책을 통해 정리한 상담의 키워드는 ‘기다림, 칭찬과 격려, 정확한 행동 지도, 일상생활 지도’였다.
숙제 챙기는 법,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 몸을 청결히하는 법, 대인관계 예절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상담일까? 선생님들은 때로 내가 지금 상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셨지만, 결국은 기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담에 동원할 수 있는 총~기술은 다음과 같다.
1) 교육의 목표를 일상생활에 둔다. 생활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위생, 예절, 연령 수준에 맞는 가사일 돕기, 여가 및 취미활동, 친구와 시간 보내기)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친다.
2) 또래보다 2년 정도 어리다고 생각하고 그 정신적 수준에 맞추어 훈육한다. 정확하고 간결한 행동지도 및 반복 학습으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3)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여러방면에서의 좌절 경험으로 자존감이 낮아져있기 때문에 특히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4) 대인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
– 친구 사귀는 방법 알려주기(친구에게 좋은 인상 주기 -> 친구와 재미있게 놀기 -> 친구와 갈등 대처하기 등의 단계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발달해나감)
– 자기표현 할 수 있도록 하기(자기소개 하기, 주제에 대해 의견 말하기, 친구와 다른 생각을 말하기, 알고 있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기/큰 소리로 말하기, 작은 소리로 말하기,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기, 천천히 말하기, 순서에 맞추어 말하기 등을 연습할 수 있음)
– 역할놀이로 연습하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연습하기
– 다양한 사회적 경험 및 체험활동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5) 진로 탐색을 위한 전략: 탁월한 업적을 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평범한 사회인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 탐색을 미리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보호자 상담과 연계

센터에서 경계선 지능을 가진 내담자의 상담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이상적인 상담 과정을 그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상담사-내담자-보호자의 관계형성이 잘되어 내담자와 보호자가 상담에 꾸준히 온다. 보호자가 심리검사와 상담사의 평가를 통해 내담자가 느리게 학습하는 아이라는, 천천히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전과 다른 양육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이 부분이 상담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담자의 정확한 발달 수준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저항은 보호자가 내담자를 상담에 데려오지 않는 것으로 이어져 상담 개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하였다.) 상담 초기에 지능검사를 비롯한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진행으로 내담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점검한다. (명료한 숫자로 결과가 나오고 내담자의 무의식적인 부분까지도 설명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보호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상담사가 느린 내담자의 속도에 따라 천천히 반복하고, 내담자의 생활 전반을 두루 살피는 아주 폭이 넓고도 먼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흔들림 없이 꾸준히 상담한다. (분명 상담 진행의 어려움을 계속 호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다.) 상담 진행 과정과 병행하여, 내담자 가족체계, 지지체계를 재구성한다(양육 분담, 대안적 지지체계 찾기, 경제 수준을 고려한 지원 서비스 연계 등). 약물 복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병원 연계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금의 상담이 끝난 후 어떤 기관에서 더 장기적인 개입이 가능할지 함께 탐색한다(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상담 센터를 찾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담이 병원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경계선 지능 내담자는 상담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교육, 대인관계, 진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맞는 교육적, 사회적 환경에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쓰고 보니 너무나 이상적인것… 물론, 상담사가 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이상적인 기준을 향해서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봐왔기 때문에 이러한 그림을 그릴 수는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보호자와의 협력, 너무 거창한것 같기도 하지만.. 책의 표현을 빌려서 다음과 같이 보호자를 설득해보고 싶다.
‘OO가 결함이나 장애가 있어서 고쳐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세상에 단 하나인 독특한 OO로 클 수 있도록 보호자님과 상담사인 제가 협력해보면 어떨까요? 다른 경계선 지능 아이는 어떻게 나아졌더라~ 하면서 이런 저런 치료기관을 전전하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서 다음으로 나아가 봅시다. OO만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OO만이 가진  힘과 저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맞춤 전략을 함께 찾아가보는게 어떠세요?’

<참고>
Book: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 -느린 학습자의 이해와 교육- (2015) 박찬선, 장세희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 (2014) 이청송
DSM-5 진단 기준: 신경발달장애 >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