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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육아의 무서움

열심히 아기를 돌보다가 센치해지는 밤이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작게는 ‘오늘밤 아기를 어떻게 재우나?’ 에서부터
크게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우리 아이’까지.

그동안 내가 예측할 수 있는 하루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 감당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애써왔는데..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것 같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무섭다고 못하겠다고 물러설 곳이 없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있다. 내가 멈추어 버리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의 아기는 그 다음이 없다.
창가 너머로 해가 지고, 바쁘게 준비한 저녁을 먹다가 흘긋 바라본 아기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통해서 갑작스럽게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하얀 도화지를 바라보는 마음, 아무런 때가 묻지 않은 아기에게..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영향을 끼치고야 말 나의 행동들. 그게 무섭게 느껴졌다.

생명의 존엄함을 느낀다. 좁은 산도를 열심히 통과해 나온 아기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울고 빨며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무럭 무럭 크면서, 그 다음, 그 다음 발달 단계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하나의 생명도 함부로 죽어서는 안되고, 무시받아서는 안되며, 그리고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다.

장난감 상자에 써 있는 문구가 나의 두려운 마음을 위로한다.
‘아기는 완벽함을 원하지 않는다. 아기는 단지 당신(나, 부모, 양육자)을 원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을 열심히 길러내고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