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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의자와 자자

로빈이의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을 통해서 로빈이의 세상을 이해한다.
나는 이제 두 살을 향해가는 아기에게 ‘휴식’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
바들바들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의 정신건강에 정말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우리 로빈이는 태어나서부터 널브러져 있는 법을 몰랐는데,
그래서 잠들었다가도 조금의 변화 징조가 보이면 바딱 바딱 일어나고,
일어나면 무언가를 향해가고,
마치 잠든 상태를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가만히 있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온통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 뿐인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보기 위해 깨어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후훗, 그런데 요즘은 로빈이가 세상을 좀 알것 같은지 때때로 바닥에 퍼져있는다.
로빈이가 바닥에 퍼져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로빈이가 계속 움직이다가 멈추거나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을 때는 (앉는다는 의미로) “의자”라고 말하고, 누워서 쉬고 싶을 때는 “자자”라고 말한다.
로빈아! 요즘 사람들은 네가 “의자”라고 말하는 것을 ‘정좌 명상’으로 배우고,
네가 “자자”라고 말하는 것은 ‘사바아사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요가 자세란다.
이제 이 엄마가 너에게 호흡과 명상을 가르쳐줄게.
이게 바로 엄마만 해줄 수 있는 ㅋㅋㅋ 정신건강 조기교육이라는 거야.

12편. 기차놀이

나는 어린시절에 가져본 적이 없지만, 로빈이에게는 기차놀이 장난감이 왔다.
이 장난감이 아가에게 무엇을 주는지 같이 본다.
눈만 뜨면 기차에게 달려가는 네가,
기차놀이로 시작하는 너의 어린시절이, 네 인생의 행로를 어떻게 움직이려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같이 본다.
엄마와 아빠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너와 같이 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원을 켜면 움직이는 기차를 보고 처음에는 무서워하면서 울더니..
이제는 전원을 켜달라며 기차의 움직임을 기대하네.
너의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었구나.

기차와 기차를 묶어두지 않고, 기대어 두는 너.
움직이는 기차에 뒤따르는 기차가 따라가도록 두지 않고, 밀려가게 두는 너.
기차 위에 기차를 올려두길 좋아하는 너.
기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내 무릎으로 돌아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너.
그렇게 노는 너는 어떤 너인지 나는 궁금하다.

선로를 벗어나는 기차를 보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깔깔깔, 굴러갈듯이 웃는 너를 보며,
나는 따라 웃어야 할지?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할지? 애매한 얼굴로 너를 본다.

너의 아침을 시작하는 기차놀이 같은 것이 네 인생 전체에 있었으면 좋겠다. 반짝이는 기대로.

11편. 하나의 마음으로 또는 반절의 마음으로 하는 육아

DBT를 공부하면서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과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매 순간, 현재(Here&Now)라는 딱 하나에 초점을 두고 물흐르듯이 따라가는 것이다.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 모든 순간에 온전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그냥 깨어있기만 해도, 자세를 바로잡기만 해도, 참석만 해도, 반절의 마음으로 참여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이 두 가지가 힘든 육아를 버텨나가는 서로 다른 두개의 TIP임을 알고 있다.
외롭고 버거운 육아를 힘들어하면서 DBT 수업에 참여했을 때, 나에게 필요한 건 ‘반절의 마음으로 육아를 해도 된다’는 위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클수록, 양상이 달라지는 육아의 모습에 대해서
여전히 변치않고 좋은 마음챙김 지점이 되어주는 이야기이다.

육아가 괜찮고 행복하다 느껴질 때는 이럴 때다.
내가 아가의 마음을 알겠고, 아가도 편안한 상태여서 적당히 새로운 놀이를 같이 하면서 집중할 때, 세상에 나와 아기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 이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내 마음의 반쪽은 아가를 떠나서 어딘가 멀리멀리 배회를 하기도 한다. 내가 나 혼자 하고 싶은 것, 미래에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내가 해보고 싶은 활동, 내가 먹고 싶은 것 그리고 마시고 싶은 것 등. 아가가 나에게 의존적일수록 독박인 육아를 하고 있을수록 이 반절의 마음은 수용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떤 운 좋은 날, 육아를 하고 있으면서도 반절의 마음이 자유로이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하고 있을 때, 그때 나는 또 나다움을 다시 만나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아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반절의 마음이 허용되는 시간도 많아지겠지.
그때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에 충실하고, 미래에 허무하지 않도록 나를 채우고.

아, 육아 초기에 골라놨던 주제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정리하여 남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