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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갈비 김치찜

김치가 맛을 내고 등갈비가 비주얼을 담당하는 등갈비 김치찜

이사를 준비하면서 냉장고를 싹 다 비웠더니 양파랑 파 같은 기초 야채가 없어서 요리를 안했다.
새 부엌이 낯설기도 해서 외식을 자꾸 하던 차에~ 김치찌개라면 돼지고기만 사면 뚝딱 만들것 같아서 김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인마트 쇼핑을 갔는데 등갈비찜 돼지고기라고 이름붙여 너무나 손질이 잘 되어 있는 고기를 만났고, 등갈비를 넣어서 김치찌개를 하면 김치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집어왔다.

김치찜의 맛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김치이니, 내 요리 기술의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이 김치의 정체는 2월에 여기에 올때 9kg의 김치를 이모가 진공포장 해주셔서 싸왔는데, 그거를 한 팩씩 열심히 뜯어 먹다가 나중에 위기 상황에 찾아 쓰려고 냉동시켜놓은 김치다. 여기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이제 김치는 끝이 났고, 냉동했던 김치로 맛을 내어보자. 엄마랑 이모랑 외할머니는 매년 김장을 같이 하는데, 가족들이 시골에서 만나 1년 맛나게 먹을 김치를 정성스레 열심히 담근다는 그 문화만으로도 맛이 보장된다. (외할머니는 미국에도 새우젓이 있냐고 물어보셨고, 우리 엄마는 김치 가질러 다시 한국에 들렀다 가라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김치를 담가봐야겠다.)

일단 김치찜 레시피 한개를 슬쩍 훑어봤다. 나는 레시피를 따라하지 않고 훑어본 후 그 느낌을 마음 속에 저장해서 자체적으로 요리를 한다. 내가 주요하게 파악한 것은 김치찜 등갈비의 냄새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등갈비 양념을 만들라고도 했는데, 양념하는 거는..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 중 하나이고, 지속적으로 실패를 해온 부분이다. (왜냐하면 레시피의 재료가 다 없는 경우가 있고, 내가 계량을 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양념은 안 하기로 했다. (남편이 자극적인거 싫어하니까 심심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등갈비 냄새는 어찌 제거할까? 레시피에서 등갈비를 끓이면서 냄새제거 하라고 해서 나도 끓이면서 하기로 했다. 뭔가 끓는 물에 소독되는 것 같기도 하고, 고기가 한번 익으니 덜익을 염려도 없어서 마음이 또 편하다. 옛날에 닭다리 삼계탕을 했을 때 역한 냄새가 났다고 하니 엄마가 항상 고기를 잘 씻어보라고 해서, 등갈비도 먼저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보았다. 피도 빠지고 뭔가 희끄무리한 것들이 빠지니 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자작한 물에 고기를 퐁당퐁당 넣고 (내가 좋아하는) 후추를 잔뜩 넣고, 나중에는 뭔가 냄새를 없애는 화학 작용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남은 레드와인을 넣었다. 고기가 허애지면서 보랏빛을 띤다. 고기를 많이 익히면 질겨지는지 부드러워지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갈비탕이랑 김치찜은 오래 끓이는게 부드러운것 같다고 했다.) 아까 그 고기들 살짝 익혀서 건져놓고, 이번에는 김치를 볶으려고 한다. (김치찌개를 할 때도 김치를 기름에 볶다가 물을 넣고, 고기를 넣으니까 그렇게~)

나는 파기름과 볶은 양파가 주는 느낌을 좋아한다. 뭔가 무색무취의 기름에 파와 양파의 맛이 스며드는 느낌이 맛내기와 상관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파기름 만들어서 요리하는 레시피도 많은 것 같아서 볶음 요리를 할 때 심심하면 파를 볶는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언제 냄비가 달궈지는지 언제 파를 볶기 좋게 기름이 달궈지는지 아직 모름 ㅋㅋ) 적당히 파를 볶는다. 내가 김치찜을 하는 동안 남편은 샤워를 시작했는데 통풍구를 통해 냄새가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샤워를 하러 들어갈 때는 파 볶는 냄새가 쏴 나더니~ 샤워하고 나오니까 맛있는 김치찜 냄새가 났어’ 으흐흐 이런 냄새 묘사를 들으면 음식도 저절로 맛있어지는 느낌이다. 달구어진 기름에 파도 볶고 양파도 볶고 김치를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고기도 넣었다. 김치반 고기반이다. 간은 안했다. 그게 김치 요리가 주는 보너스니까. 깨소금은 괜히 넣어봤다 왠지 어울려서. 들깨가루도 넣을까 하다가 참았다.

보글 보글 끓기 시작하면 언제 먹어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맛을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직 돼지고기가 요리화 되지 않고 기름기름한 맛이 국물에서 나는 것 같다. 그래서 슬쩍 우울해진다. 이런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혹시 망한 것 아닐까? 미리 망한 것 같다고 요리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둔다. 더 오래 끓여볼까 하고 낮은 불로 낮췄다가 못 참겠어서 그냥 먹자하고 먹는 식이다. 김치찌개는 원래 두번째 끓일 때가 더 맛있다고 하니 식혔다가 또 다시 끓여 먹으면, 아니면 약한 불에 오래 끓이면 더 맛있겠다는 확신이 들지만.. 지금 그냥 먹어야겠다. 밥비벼 먹으면 대충 맛있을 거다. 옛날에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여주면 김에다 흰밥을 싸서 계란후라이랑 김치찌개 김치를 싸먹으면 꿀맛이라고 동생이랑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갑자기 그게 생각나서 김치찜이 익는 시간을 견딜겸 계란 후라이도 구웠다.

 

짜잔! 드디어 먹는 시간. 나는 음식이 잘되어서 더 먹고 싶은 맛인지를 시험하고 싶어서 국그릇에 고기 두점이랑 김치 조금만 넣어주고, 더 먹고 싶으면 더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레시피 페이지에서 썰을 풀어도 되겠다.) 이게 궁극의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김치찜이랑 그 안에서 잘 익은 돼지고기를 먹으니 참 좋다. 내일 점심에 또 먹어야지~ 그때는 더 맛있을 거야.

*레시피 페이지는 ‘주관적 레시피의 보완 및 맛내기 능력 향상’을 위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또 다른 요리 Tip을 환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