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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아기의 작은 세상

육아에 있어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아기에게 작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아기의 세상은 아직 아주 작다.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진다. 아기는 한 자리에만 있더니, 조금씩 꿈틀꿈틀 움직여 놀이매트에서 놀더니, 자꾸 더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한다. 설 수 있게 되면서는 아기 세상의 높이도 높아졌다.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안 구석구석에 아기의 작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면 구역, 독서 구역, 놀이 구역, 먹기 구역.

빨간색 작은 책장을 사서 동화책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태어나서 책에 관심을 가지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래도 또 어느새 커서(현재 292days)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흘긋흘긋 보고, 아주 단순한 책 몇개는 좋아하고 즐기기도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얻었는데, 그러다보니 책을 종류별로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원래있던 가구의 틈새에 작은 독서 구역을 2개 더 만들 수 있었다. 빨간색 작은 책장에는 온갖 소중한 책, 여러 난이도의 책, 지금은 너무 이르지만 언젠가 커서는 즐길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는 책들이 조용히 로빈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로빈이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교육적인 책들은 지금 내 책상 발밑 공간에, 현재 로빈이가 열심히 물고 뜯으며 재미있게 즐기는 작은 책들(보통 촉감책이나, 동물 소리, 색깔, 숫자, 개념 책 들이다.)은 거실 티비장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로빈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책들을 곁에 두는데 성공한것 같다.

로빈이는 분리수면 중이다(할많하않). 신박한 중고 크립을 장만해서, 비싼 꽈배기형 수제 범퍼를 장착하고(희한한 지출2), 침대시트를 최근에 예쁘고 오가닉한 것으로 바꾸었더니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현재 남편의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공간과 로빈이의 수면 공간이 분리되진 못했지만, 나름의 파티션과 스케쥴에 따른 공간 이동으로 커버를 해본다. 로빈이가 스스로의 침대를 어떤 공간으로 느낄지 참으로 궁금하다(왜 잘자는지? 왜 못자는지?와 관련해서도).

로빈이는 두 개의 놀이 구역을 가지고 있다. 각 구역의 스타일이 조금 다르고, 나는 한 공간에서 오래 노는 지루함을 커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 구성은 매트 하나에, 장난감 바구니 하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형태의 여러 장난감들로 되어있다. 굴러다니는 장난감들을 바구니에 넣어놓으면, 바구니를 탐색하고 장난감을 선택하는 시간도 의미있게 활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로빈이가 한 단계, 한 단계 클 때마다 장난감의 수준(너무 시시해지지는 않았는지? -> 보통 같은 장난감을 다르게 노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을 확인하고, 배치를 바꾸어 호기심을 자극해본다.

로빈이가 커가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목재 하이체어를 축하금을 받아서 샀다. 내가 로빈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먹기 구역은 가족 식사를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욕심이 살짝 지나쳐서 로빈이와 엄마 아빠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느라 진이 빠지지만 (이유식 + 우리 음식 동시 준비) 그래도 먹는 시간을 즐기는 로빈이로 크고 있다.

현실은.. 이 작은 세상들을 꾸려나가는 게 참 힘이 든다. 온 마음을 다해서 모든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역시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정성이 너무 많이 든다. 로빈이가 좋아하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때, 마치 읽어달라는 듯이 책을 가져올 때, 이전에는 관심 없던 장난감에 다시 관심 가질 때, 장난감 가지고 혼자서도 잘 놀때, 잠자리에서 푹 잠든 천사같은 얼굴을 볼때, 매일이 새로운 세상의 식재료를 오물 오물 잘도 즐길때, 나도 이 작은 세상의 일부가 되어 크게 웃는다.

글을 아무렇게나 막 쓴 것을 이해해주세요. 그렇지만 너무나도 하고 싶은 나의 육아 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