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시즌3

J는 제이가 아닌가요?

2018.10.15. 월밤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았던 시즌3도 뭔가 시들시들 재미없어졌나요?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팔딱 팔딱 surviving and struggling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그렇게 많이 공부하면서..
전화로 상대방이 내 이름 석자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상상 할 수 있었을까?

내 J발음을 절대 알아듣지 못하는 이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사는 일.
차라리 차라리 못하면 못하는 거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차라리 차라리 다른 사람의 갖가지 다른 눈빛과 반응을 구분할 수 없는 무딘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내가 집에 있는 이유

허리케인 관찰일기(요약)

2018.9.24 월오후

허리케인 경험담을 길게 쭉쭉 쓰다가 힘들어서 짧게 요약해서 쓰는 글.


태풍이 온다고 하면 내가 있는 여기만은 지나가지 않기를, 나에게만은 제발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아파트의 튼튼한 샷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고, 고층에 살면 물이 넘쳐 들어올 일도 없다.
정전이 된다면 그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땅이랑 자연이랑 바로 닿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여기에 오니,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랑 헷갈려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처럼 바람 맞고 날아갈것 같이 무서운 자연 현상이 되어있었다. 솨아아하고 범상치 않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훙하고 불면, 전기가 깜빡 깜빡하다 깜깜한 정전이 오고야 만다.

허리케인이 오면 반드시 피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왜냐하면 허리케인이란, 태풍이란, 엄청난 물을 끌고 와서 뿌리고 거센 바람으로 닿는 것은 다 할퀴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자연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인간의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이 위험이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뉴스에나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재해, 재난이 올 때 할 수 있는 선택권은 1) 오기 전에는 대비 2) 왔을 때는 숨기(안전한 곳에 머무르기) 3) 피해를 입은 후에는 체계적인 복원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1) 오기 전에 오냐 마냐 안절부절 2) 왔을 때 패닉 3) 피해를 입은 후에 신세 한탄과 남탓하기는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만 다치고, 지치는 일이다.

대비와 머무르기와 복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과처럼, 업무처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물론, 다들 걱정은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얼마나 마음만 쓰면서 하얗게 연소되고 마는지 아까운 내 에너지를 보았다.

정확한 지시에 따른 대비를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곧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과감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숨어 있으면 안전했다.
마지막으로 물에 젖은 것들은 햇빛에 말리고, 피해가 심한 것은 교체한다. 뽑힌 나무는 다시 심고, 부러진 나무는 수거한다. 비가 많이 올 때 생기는 집의 결함은 신고하고 보수한다.

정말로 피해를 입는다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피해를 걷어 내고, 보상을 받고, 다시 원래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순서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허리케인을 통해서 배우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순서대로 복원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물질적 피해는 복원되고 심리적 피해는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

마음에 대한 비유

2018.9.12. 수밤

마음에 대한 비유는 바다 말고도 많으며, 생각에 대한 비유도 파도 외에도 많다.
by 존 카밧진(2012).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요가 명상을 할 때, 선생님이 들려주는 연상 중에 좋아하는 연상이 있다.
바닥에 누워서 땅을 느끼고 그 땅을 통해 내가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들어가 지구와 연결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 그리고 명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누워 있는 내 몸 위로 공기를 느끼고, 공간을 느끼고, 방, 도시, 점점 나아가 저 하늘 위까지 확장해 그 아래에 내가 있음을 느끼는 것.

마보 앱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칼세이건과 딸의 대화'(‘Lessons of Immortality and Mortality From My Father, Carl Sagan’)도 인상깊게 들었는데, 그 대화에는 별이 나온다.

몇일 전 밤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서는 나만의 비유를 만들어 보았다.

피곤하여 잠들려는 순간에 창문으로 별들이 잔뜩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비행기인줄 알았는데 너무 많아서 보니까 별들이었다. 별들이 별인지 아닌지, 얼마나 많은지 지켜보는 중에 한쪽에서는 번쩍 번쩍 번개가 친다. 요즘 낮과 밤 사이 기온차가 심해서 번개를 뿌리는 구름이 자주 생겼다 없어졌다 하고 있는 중에… 내가 지나는 지역에도 번개가 계속 치고 있었다. 천둥과 함께 땅까지 내려오는 번개는 깜짝 깜짝 무서웠는데, 구름 사이에서 그냥 자꾸 치는 번개는 무심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번쩍 거리고 있었다.

번개가 온도의 불안정함 때문에 요란하게 번쩍 거리는 중에도 별들은 그 자리에 평온하게 떠있다.
별 아래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든, 허리케인이 오든, 내 마음이 업앤다운을 하든, 침대에서 잠 못이루며 잡생각이 부풀려가든,
별들은 평온하게 그 자리에 떠있다.

예측 불가능한 기상변화를 두려워하며, 여러 감정이 오가는 하루를 보낸 후, 침대에서 생각하느라 잠못자고 있다면, 저 위 위 위 위에 평온하게 떠있는 별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까?

나이아가라

2018.9.12. 수낮

퍽퍽한 삶에 초코칩 처럼 여행 일정을 박아 넣는데, 다음 여행은 나이아가라 였다.
택일을 하면서 결혼 2주년을 염두에 뒀었는데 부랴부랴 떠나느라 까맣게 잊고있었다.
그래서 아차!한 순간, 결혼 2주년에 세계 3대폭포 중 하나를 선물받은 여인으로 탈바꿈했다는…

가기 전에 또 불안으로 징징대다가 그냥 나이아가라를 만난 순간 홀린듯이 16,000보를 싸돌아다녔다.
폭포를 여기서도 보고, 저기서도 보고 열심히 구경하다보니
폭포는 언제나 내곁에 있어 마치 집 앞 분수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여행은 무엇일까? 복잡한 생각이 머리 속에 왔다갔다 하지만, 초코칩인것 만은 분명하다.
다음 초코칩을 계획해야지.

Make your list, check it twice, then throw it away. 계획하고, 두 번 확인하고, 그 계획을 버린다.
by Kottler, J.A.(1997) Travel that can change your life.

마음이 달린다

2018.8.15. 수낮

마음이 달린다. 마음만 달린다.
숨을 가다듬기 위해 멈추지만 또 달린다.
여기가 낮일 때도 달리고, 거기가 낮일 때도 달린다.
깨어 있어도 달리고, 꿈 속에서도 달린다.
멈추면 죄책감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하루를 늦게 열고 빨리 닫는다. 그래서 하루가 짧다.
TV에 눈을 올려놓거나, 팟캐스트에 귀를 올려놓고
러닝머신이 저절로 뛰어주듯 달린다.
아무런 효율도 없이 홀로 방전중이다.

빈 자리

2018.8.7. 화낮

카톡 한 번이면, 영상통화 한 번이면 금세 연결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떠나고 나니
내가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확장해서 생각해도 누구도 없다.

침대에서 방, 방에서 집, 집 밖으로 채플힐을 지나 노스캐롤나이나 주
미국 대륙을 건너서 공간을 확장해보지만 닿을 수 없는 사람들.

나는 어떻게 누구와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조증 상태

2018.7.29. 일낮

커피 마시고 잠 안오는 날 밤에 했던 생각들,
오랜만에 공부하면 자극 받아 머리에 파바박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내 생체리듬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조증의 상태일 수 있으니..
이때 필 받아서 일을 벌여 놓으면 생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가거나 저조한 상태가 되었을 때 따라가기 힘들어서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그래도 빛나는 생각들은 적어놔 볼게. 사라지면 아까우니까.
생체리듬이 한바퀴를 돌아와 다시 힘이 생기면 시도해볼 수 있잖아?
그렇게 몇번의 조증 상태를 반복하다보면 퇴적층처럼 층층이 꾸준히 쌓여가는 것도 있으리라.

미움받을 용기

2018.7.21 토밤

누가 화를 내면 기가 팍 죽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의 마음이 좋은 상태에 있기를! 노력했던 것 같다. (방긋 방긋 웃어댔다.)
그렇게 눈치를 보다보니 ‘화’라는 최대치 감정뿐 아니라 ‘무표정’, ‘무관심’ 같은 작은 감정 신호에 까지 민감해져버렸다.
내 얼굴에서 표정은 점점 없어졌다.

오늘 여기와서 두 번째로 ‘Don’t be scary(or serious), It is fun(you can smile).’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서 웃어보였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평범한 문장들마저도 나에게는 부정적 의미로 와서 꽂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십번 그 상황, 그 멘트를 곱씹은 후에야 머리 속으로만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부정이 아니었다’는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칼을 맞은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아픔이 차오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한 두번에 끝날 일이 아니고 내 삶 전체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항상 좋은 상태에 있기를 꿈꾸면서, 좋은 상태가 아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인상을 쓰고 울상을 짓는것’

어떻게 벗어나야할 수 있을지 모르면서도
이 내 마음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다.

최상급

2018.7.10 화낮

채플힐 생활을 최상급(the best)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은 사진
나머지 날들은 그냥 그렇게 평범하다네~!!

모험

2018.6.30 토밤

몇일 전부터 밤마다 울기 시작한 새소리는 압력 밥솥이 밥짓는 소리다.
밥솥이 저렇게 울고나면 따끈한 쌀밥을 토해냈는데, 이 여름밤들이 지나면 무엇이 올까?

먼 바다, 사막, 우주를 배경으로 자연과 맞서고 홀로 투쟁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어보고 있는 가운데…
사실 나는 아늑하고 안전한 집 안에 삶의 편리함을 주는 물건들을 차곡 차곡 사 모으면서
모험을 하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거나, 안전함에 머물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갈등이 없을텐데
왜 이렇게 어중간한 자리에 마음을 가져다놓고 꿀렁꿀렁 하고 있는 것일까?

-조용한 밤, 털어놓아야 맘이 시원할 것 같아 써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