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시즌3

아이슬란드

2019.3.21 목낮

자연, 날것과 가까워지면서 의외로 진지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돌아와서 본 영화 BOKEH를 통해 나의 경험 이해해보기.

거대한 자연 안에 살면서 그것을 잊고 그저 내 삶을 유지, 보존하고 싶다.
하나의 큰 뜻이 있어서 그것에 기대면 어떻게든 평안을 보장받을테니까…
그렇게 얻은 안식 안에서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릴 재미있는 일들을 한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 혼자 남겨진다면? 또는 그와 나 이렇게 둘 뿐 이라면?
좋은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며, 좋으려고 열심히 좋은 것을 찾아나서지만
결국은 자연도 나도 그도 그냥 그렇게 있을 뿐이라는 것.
아무리 천연빛깔의 풍경이라도, 신기한 광경이라도 그냥 존재할 뿐이라는 것.
무엇을 바라 애쓰는 것일까? 고민 한 점.
그렇지만 너는 멈추고 싶지 않지. 앞으로 나아가지. 그게 너의 숙명이니까.

마음챙김 먹기

2019.3.4 월저녁

어느 날엔가 부엌이 얼핏 내 일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식칼이 흉기가 아니라 손에 붙은 도구로 느껴졌다. 어떻게 장보고 어떻게 요리할까는 끝나지 않는 난제이지만,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중이다.

나는 왜인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다. 먹을거 사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먹으려고 만나는 모임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행복하고, 배가 고픈데 먹을게 없으면 정말 미칠것 같다. 배고파서 화나는 Hangry는 내 안에 감추고 싶은 악마 같은 거다.ㅎㅎ

그러다 갑작스레..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요리하고 먹는 행위를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를 발전시키기로 마음을 먹게되었다. 구체적인 목표들을 나열해보면, 1)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한다. 2)차근 차근 요리한다. 3)냉장고를 경영한다. 4)먹을만큼만 조리한다. 5)남은 음식은 새로운 반찬으로 전환하여 한 끼 더 먹는다. 6)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다. 7)정말 엄청 맛있는 요리를 삶에 틈틈이 선물처럼 넣어준다.(외식 인건가?) 8)요리를 정말 못하겠는 날을 위한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해둔다. 9)오늘의 차 또는 오늘의 커피를 준비한다. 10)천천히 먹는 시간을 즐긴다.(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시도한 나의 실험을 한 가지 소개해본다.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에너지가 털려서 너무 배가 고프고 그런데 먹는 것을 만들기 위한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다. 어떤 기분이냐면 라면을 후루룩 끓여먹고 싶은 기분, 오늘은 제발 외식하자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휘몰아치는 Hangry의 충동적인 상태를 극복해보기로 했다. _집에 들어와서 차분히 물을 끓였다. 홍차를 탔다. 4분 우려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쿠키를 딱 하나만 꺼냈다. 그렇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쿠키 하나를 여러번에 나눠 먹었다. 다행히도 진정이 되었다. _ 마음챙김 먹기는 내 앞에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음식이 나에게 일으키는 신체적 변화를 느끼고, 또 음식을 섭취하면서 그 식사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며 먹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영어 말하기 2

2019.2.15 금밤

드디어 영어 말하기 파트너 두 명이 생겼다. 감사한 일이다. 한땀 한땀 열심히 입 밖으로 영어를 내고 있다. 영어 말하기가 서툰 만큼 내 말이 생각지 않게 무례한 칼이 되어 나갈까봐 조심스럽다.

Movie, Holiday, Hobby 이런 것들~ 영어 회화 학원에서 해봤음직한 이야기들. 심지어 그때 만들었던 레파토리까지 그대로 생각날 지경이다. 그런데 진짜 사람을 앞에 두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며 말을 고르고 고르다보니 내가 어떤 의식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의도를 담고있는지 다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꼰대같이 보이고 싶지 않지만 대학생은 아닌 티를 내고 싶다 / 나는 한국의 신기한 문화를 알리고 싶지만 한국을 사실 잘 모른다 / 나는 미국과 한국을 자꾸 비교하고 싶어한다 / 나는 상대방의 삶의 배경을 알고싶다 /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 나는 사람을 자꾸 분류하려고 한다 (편견이 있는것 같다) /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싶다 / 나는 미국인의 마음과 한국인의 마음도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난 열심히 사는 미국 사람을 본다 / 나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무엇보다 편해져야할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 나는 힘들다 / 나는 내가 바보 같이 말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내가 이거보다 바보가 아니라고 알리고 싶다 / 말할 수 있어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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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물흐르듯

2019.1.30. 수밤

아부지는 회사를 떠나기 위해 애를 쓰시고, 동생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이 시간들, 나도 왠지 흘러가는 시간들을 의미있는 내용들로 채워야 할것 같아서 매 시간 시간에, 하루 하루에 의미 붙이기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방법은 아닌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을 흘러가는 물보듯 멍하니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비로소 행복할것 같다.

돌아오는 길

2019.1.1. 화오전

14시간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 13시간 비행을 하고 오니, 인천에서 출발했던 시간이 되었다. 남은 한 시간 반의 비행.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듯이 비행기를 타면서, ‘그만큼 가까운 거리라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착륙하면서 보이는 도시가 반짝 반짝한데 집집마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전등 장식을 했기 때문이다.  

집은 떠나기 전 그대로로 잘도 있다. 냉장고엔 금방 가져온 한국 반찬과 식재료들이 보내온 마음만큼이나 가득 들어찬다. 어둑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또 다시 둘만이 되었다. 밤에 짧게 자고, 낮에 길게 자는 시차에 내 몸이 적응 중이다.

대과거

2018.11.23. 금밤

돌아올 때,
신혼생활하던 녹두거리를 건너 뛰고
친정으로 왔더니..
학교 다니던 시절, 대과거로 돌아와버렸다.
시간여행하기 참 쉽다.

갇힌 방

2018.11.6. 화저녁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칠 때에는 방문 창문을 걸어 잠그고 조용히 그 안에 들어가 있는다.
아무리 세게 비바람이 몰아쳐온다고 해도 문을 잠그고 조용히 있으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잦아들어 햇빛이 비치고 산들바람도 불어오는 것 같으면, 창문을 열어볼까? 문을 열어볼까?
좋은 날씨 덕분에 방 안에 있어도 한층 여유가 있다. 나는 이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한다.

그동안 이 집에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니게.. 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니게..
그렇게 어정쩡하게 있었다.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한 것 같아서, 조금 더 두 발 두 팔을 펼쳐볼 수 있을까 방을 바꿔본다.
새 방에는 무엇이 찾아오나?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 속에서 창문과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열었다가 닫았다가 덜커덕 덜커덕 반복.

더 이상 비바람도 없고, 새 방도 찾은 나를 자유롭게 꺼내놓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딱 그만큼 갇힌 눈으로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의 목소리를 가진 새들의 방문처럼 어떤 의외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새가 창문을 열게하고, 새소리를 들으러 나가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걸어 나가고,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그렇게 새로운 움직임의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내 방에 들고 나가는 것들을 나를 해치는 무서운 것들로만 보지 않는다면,
내 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 식대로.. 갇힌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두고도 내 방에 들고 나가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환기도 잘되고, 웃음 소리가 있는 내 방을 그리며.

–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네 주인공이 자신만의 한계에 갇힌 방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휘루가 어느 날 새로운 시선으로 석무를 보자 집 안에 맛있는 음식과 꽃과 대화가 찾아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서 어떤 관계 변화가 오고 가는 지를 읽으면서,
각자 갇힌 방에서 좋은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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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주부

2018.10.28 일밤

남편은 불금에 학교 끝나고 돌아와서 맥주를 까던데..
나는 일요일 저녁밥을 열심히 하고나서 맥주를 까는 걸 보니, 나는 일요일에 퇴근하나보다.
주말이 평일보다 힘든게 사실이라우~ ㅋㅋㅋ
전국의 가정 주부님들 모두 힘내시길!
황박사님의 말에 의하면, 여자는 결혼하면  200만원/월, 아이를 한 명 낳아서 키우면 + 150만원/월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거라고 합니다(황상민의 심리상담소 E160. 취업하고 싶은데, 결혼부터 하라고요?).

J는 제이가 아닌가요?

2018.10.15. 월밤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았던 시즌3도 뭔가 시들시들 재미없어졌나요?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팔딱 팔딱 surviving and struggling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그렇게 많이 공부하면서..
전화로 상대방이 내 이름 석자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상상 할 수 있었을까?

내 J발음을 절대 알아듣지 못하는 이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사는 일.
차라리 차라리 못하면 못하는 거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차라리 차라리 다른 사람의 갖가지 다른 눈빛과 반응을 구분할 수 없는 무딘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까?

-내가 집에 있는 이유

허리케인 관찰일기(요약)

2018.9.24 월오후

허리케인 경험담을 길게 쭉쭉 쓰다가 힘들어서 짧게 요약해서 쓰는 글.


태풍이 온다고 하면 내가 있는 여기만은 지나가지 않기를, 나에게만은 제발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아파트의 튼튼한 샷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고, 고층에 살면 물이 넘쳐 들어올 일도 없다.
정전이 된다면 그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땅이랑 자연이랑 바로 닿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여기에 오니,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랑 헷갈려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처럼 바람 맞고 날아갈것 같이 무서운 자연 현상이 되어있었다. 솨아아하고 범상치 않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훙하고 불면, 전기가 깜빡 깜빡하다 깜깜한 정전이 오고야 만다.

허리케인이 오면 반드시 피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왜냐하면 허리케인이란, 태풍이란, 엄청난 물을 끌고 와서 뿌리고 거센 바람으로 닿는 것은 다 할퀴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자연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인간의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이 위험이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뉴스에나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재해, 재난이 올 때 할 수 있는 선택권은 1) 오기 전에는 대비 2) 왔을 때는 숨기(안전한 곳에 머무르기) 3) 피해를 입은 후에는 체계적인 복원 이것 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 1) 오기 전에 오냐 마냐 안절부절 2) 왔을 때 패닉 3) 피해를 입은 후에 신세 한탄과 남탓하기는 아무 소용이 없고 마음만 다치고, 지치는 일이다.

대비와 머무르기와 복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과처럼, 업무처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물론, 다들 걱정은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얼마나 마음만 쓰면서 하얗게 연소되고 마는지 아까운 내 에너지를 보았다.

정확한 지시에 따른 대비를 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곧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는 과감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숨어 있으면 안전했다.
마지막으로 물에 젖은 것들은 햇빛에 말리고, 피해가 심한 것은 교체한다. 뽑힌 나무는 다시 심고, 부러진 나무는 수거한다. 비가 많이 올 때 생기는 집의 결함은 신고하고 보수한다.

정말로 피해를 입는다면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피해를 걷어 내고, 보상을 받고, 다시 원래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순서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허리케인을 통해서 배우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순서대로 복원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물질적 피해는 복원되고 심리적 피해는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