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시즌3

좋아하는 것

2019.11.12 화저녁

“여보 왜 살아?” 라고 질문하니,
“로빈이랑 놀려고” 라는 대답.
그렇게 나보고 놀자고 놀자고 하더니, 이제는 로빈이랑도 놀려나보다.

드문 드문 이곳에 찾아오면서,
나는 내 마음가는 대로 살겠다고 말하러 오는것 같다.

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걸을 때 들리는 풀벌레 소리.
할거야 많지만, 다 때려치고 재즈 선율에 맞추어 스르륵 잠자기.
춥고 어두워, 담요를 둘둘쓰고 차를 마신다, MY CHILL MIX를 듣는다.

내가 하는 것이 상담이라고 하면서,
사실을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다만 원하는 것이다.

존중

2019.10.16. 수밤

존중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존중을 이야기하는 것이 혹시나 지구온난화에 녹아버리는 빙하같은 것이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좌절스럽고 무너지는 마음으로.
너무 약하고 공격받을 구석이 많은 그런 복슬복슬한 마음 덩어리.
그런데 존중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이 앞에, 그리고 그 앞에 있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존중받아야할 나의 소중한 무언가를
일생 동안 지키고 빛내다가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이 이 약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도대체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나는 그 아픔과 고통의 부분을 찾아내고, 고치고, 그래서 존중을 지켜내고 싶다.

함께해요.

금빛 나무

2019.9.23. 월밤

해가 짧아져서
잠에서 깨면 어둑하고, 저녁 먹고 산책을 나가면 점점 껌껌해 진다.
그래서 태양이 뜨고 지며 나무에 비추는 빛을 볼 일이 많아졌다.
나뭇잎들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그렇게 금빛으로 반짝이다가 단풍이 되는것인가.

마음이 송골송골

2019.8.27. 화밤

내 마음이 나 스스로를 받아준다고 느낄 때,
딱딱했던 마음이 폭신폭신 해지면서 눈물과 성분이 비슷할것으로 느껴지는 액체가 송골송골 스며드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 순간은 ‘울컥한다’, ‘눈물이 맺히려한다’로 설명할 수 없는
받아줌으로 인한, 끈적한 액체의 순간이다.

나는 눈물의 의미에 민감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어느 때, 나는 숨겨있던 내가 발각된것 같을 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요? 나는 그렇게도 드러나고 싶었었나봐요. 우아앙’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빛나는 이들이 왜 빛을 감춘채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빛이 허를 찌르듯이 갑자기 발각되면 울음이 터져나오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매 순간 나의 말랑 말랑한 감정과 몸뚱아리가 촉촉하게 액체를 머금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담아내기

2019.8.20. 화오후

요즘 글을 덜 쓰게 되었다.
왜 그럴까하며,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
상담을 이어가고 있는데, 상담에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일인것 같다.
50분, 누군가의 마음을 열심히 담고있다가 돌아서면
내 내부가 가득차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그 가득차버린 것을 끌어안고 드러누워
한 사람의 마음이 스르르 날아가기를, 소화되어 꿀꺽 삼켜지기를, 승화되어 한층 좋은 곳으로 떠나가기를, 그래서 결국 잠잠해지고, 다시 비어지기를 기다린다.
열심히 비워놓은 내 마음의 공간이 금세 가득차 버릴 때에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것처럼 허무함도 온다.
아마도 내 마음도 담길 곳이 필요한것 같다.

나와 너 사이

2019.7.12 금낮

나와 너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겁나게 외롭다.
외롭고 싶지 않아서 너에게 한껏 들러붙었다가 또는 내 맘대로 너를 부리다가 그랬던것 같다.
균형 맞춘 양팔저울 위에 너와 나를 똑같이 중요하게 올려놓는 것이 그리도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너는 내가 아닌걸, 나는 네가 아닌걸.
날 선 다름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기우뚱 기우뚱 하는 것이
애잔한게 아니라 즐거울 수는 없을까?

Jazz적 삶

2019.6.20. 목오후

Jazz가 탄생한 뉴올리언스 여행을 다녀와서 쓰는 글.

루이 암스트롱이 말하길, ‘If you have to ask what jazz is, you’ll never know.’ 만일 당신이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어야 한다면, 당신은 재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입니다.

그래서 남편과 내가 말하길, ‘We don’t ask, we already know.’ ㅎㅎㅎ 우리는 안 물어본다네~~~ 우리는 이미 재즈가 뭔지 알것 같아. 뿜뿜뿜뿜~~ 댄스 댄스~

Duke Ellington이 말하길, ‘He(Louis Armstrong) was born poor, died rich, and never hurt anyone along the way.’ 그는 가난하게 태어나 부자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아무도 상처주지 않았다.

다시, 루이 암스트롱이 노래하길 ‘I hear babies crying. I watch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n.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나는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그들이 크는 걸 보죠. 그들은 내가 지금껏 배운거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겠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그 아름다운 세상, 나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검정 기네스가 하는 말

2019.4.28. 일밤

오늘 저녁 영화를 보고 나서 Irish pub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의 한 순간을 불러왔다.
오랜만에 내 앞으로 온전한 맥주 한잔이 주어진 날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기 전에 Anything to drink? 음료를 뭐로 하겠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언제나 생맥주 한 잔 뙇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떤 날은 하루를 아직 많이 살아야 해서
어떤 날은 이미 비싼 음식을 많이 시켜서
그냥 물을 달라고~ 계속 리필되는 탄산음료(Soda)를 달라고~ 비교적 저렴한 sweet tea를 달라고 한다.

오늘은 이미 저녁이고, 일요일이고, 정말 먹고 싶어서
검정색 기네스 생맥주를 한 잔 시켜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홀짝 홀짝 마셨다.
목재로 인테리어를 하는 아일랜드 펍에 앉아 기네스를 시키고 으깬 감자와 함께 나오는 아일랜드 음식을 시키면 내가 불러올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그때(2011년 어느 여름날) 나는 정말 겁 없이 많이 걸었다. 새로운 곳이라면 악착같이 가보려고 했었다. 그때 내 안에는 어떤 것이 들어있었던 걸까? 과거의 내 안에 들어있던 것을 오늘 마주하니 여전히 강렬하게 마음이 울린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그게 욕심이라고, 비현실적이라고, 그렇게 살 수만은 없는 거라고,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이야기들이 참 많기도 많다.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 살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사는 감동이 있다. 이 순간이 점점 자주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지만서도..
오늘도 여전히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공부 벌레

2019.4.6 토밤

오랜만에 상담 공부했다. 상담 공부 할려고 마음잡고 앉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서,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아서 자꾸 미루게 된다. 그래도 하고나면 제일 보람차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상담 공부다.

그 밖에는 역사공부랑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역사 공부~ 재미지다. 한국사로 대한민국 땅에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 순서대로 지금으로 다가오는 것도 재미있고,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다가 뻗어나가 중국사도 궁금하고, 유럽사도 궁금하고, 몽골사도 궁금하고, 미국사도 궁금해지는 그런 확산적 호기심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어는 괜히 미워하고 있었는데, 두 친구를 만나면서 더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 통하며 만나고 싶은 마음에 영어 표현 하나라도 더 잘 알고 싶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Big Book Sale 중고 시장을 해서 갔다가 노래하는 뒷마당 새들을 그림까지 곁들여 총정리 해둔 1964년 책을 2달러에 구해왔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LP판(?)도 첨부되어있다. (너무 득템) 내가 숲속에서 발견한 여러 새들이 책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새도 공부해볼까? 생각한다.

아 이렇게 오랜만에 글 쓰고 나니 정말 잉여롭게 잘 살고 있는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멍때리며 쓸쓸해하며 내 앞날을 걱정하며 감정이 쉴새없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시간이었다. 블로그에 무슨 글을 써야할지도 모르겠었다. 카톡에 아무나 붙잡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했다. 동생한테는 ‘누나는 여기에 와서도 공부만해, 완전 공부 벌레야’ 하면서 찡얼댔다. 근데 나 정말 공부하는 거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조사하고, 정리하고, 조사하고, 정리하고. 무엇을 바라 나는 이렇게 자꾸 조사하는 것일까? 동생의 처방전은 게임: 스타듀밸리(Stardewvalley), I like it.

아이슬란드

2019.3.21 목낮

자연, 날것과 가까워지면서 의외로 진지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돌아와서 본 영화 BOKEH를 통해 나의 경험 이해해보기.

거대한 자연 안에 살면서 그것을 잊고 그저 내 삶을 유지, 보존하고 싶다.
하나의 큰 뜻이 있어서 그것에 기대면 어떻게든 평안을 보장받을테니까…
그렇게 얻은 안식 안에서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릴 재미있는 일들을 한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 혼자 남겨진다면? 또는 그와 나 이렇게 둘 뿐 이라면?
좋은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며, 좋으려고 열심히 좋은 것을 찾아나서지만
결국은 자연도 나도 그도 그냥 그렇게 있을 뿐이라는 것.
아무리 천연빛깔의 풍경이라도, 신기한 광경이라도 그냥 존재할 뿐이라는 것.
무엇을 바라 애쓰는 것일까? 고민 한 점.
그렇지만 너는 멈추고 싶지 않지. 앞으로 나아가지. 그게 너의 숙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