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마음챙김 육아

16편. 감정은 지나가는 거야

하루가 다르게 반짝 반짝 빛나게 커가는 로빈이.
세상이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를 알아가며
눈이 반짝이고 영혼이 무르익고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보인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작은 일에도 보는 사람 맘 아프게 서럽게 우는데,
‘지금 로빈이가 피곤해서 그래, 잠 자고 푹 쉬면 괜찮아질거야’
이렇게 말해주면
이해하는 아가가 되었다.

낮잠 푹 자고 일어난 아가에게
‘잘잤어? 로빈이가 아까 뭐하다가 속상해서 울다 잠들었지?’ 이야기해주면,
‘이제 괜찮아졌지’ 라고 대답하는 너가
너무나 놀랍다.
너를 통해 나도 다시 배우며, 내 어려운 감정들도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여본다.

15편. 잃어가는 것

돌아보면, 갓 태어난 아기는
아늑했던 엄마의 뱃속을 잃어, 탯줄을 잃어 그토록 엉엉 울었던 걸까?

답 없는 울음 속에 내던져지던 그 시간들이 어쩌자고 다시 돌아왔다.
나와 한 몸이던 로빈이가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록
로빈이게는 재미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무언가 속상하게 잃어가는 것이 있어 보인다.

의존과 독립의 사이에서. 엉엉 울면서.

두 살을 코앞에 두고 로빈이는 오랜 시간 의지했던 손가락 빨기를 내려놓는다.
로빈이에게 그 손가락은 아마 모유의 기억을 이어주었던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개발해야해.
그런데 그게 손가락 빨기 하나였던 로빈이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해 엉엉 울고있다.

로빈이를 다독이기 위해 내가 미리 개발해놓은 노래부르기, 이야기해주기, 맛있는 것 먹기, 안아주기 아무것도 통하지 않자 결국에는 나도 으앙 울음이 났다.
그리고 서로 천천히 진정이 되었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개발해야하기도 하지만,
그냥 다만 덮어놓고 같이 울어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로빈이를 앞에 두고
요즘은
점점 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무게를 무겁게 느낀다.

14편. 의자와 자자

로빈이의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을 통해서 로빈이의 세상을 이해한다.
나는 이제 두 살을 향해가는 아기에게 ‘휴식’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
바들바들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의 정신건강에 정말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우리 로빈이는 태어나서부터 널브러져 있는 법을 몰랐는데,
그래서 잠들었다가도 조금의 변화 징조가 보이면 바딱 바딱 일어나고,
일어나면 무언가를 향해가고,
마치 잠든 상태를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가만히 있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온통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 뿐인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보기 위해 깨어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후훗, 그런데 요즘은 로빈이가 세상을 좀 알것 같은지 때때로 바닥에 퍼져있는다.
로빈이가 바닥에 퍼져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로빈이가 계속 움직이다가 멈추거나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을 때는 (앉는다는 의미로) “의자”라고 말하고, 누워서 쉬고 싶을 때는 “자자”라고 말한다.
로빈아! 요즘 사람들은 네가 “의자”라고 말하는 것을 ‘정좌 명상’으로 배우고,
네가 “자자”라고 말하는 것은 ‘사바아사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요가 자세란다.
이제 이 엄마가 너에게 호흡과 명상을 가르쳐줄게.
이게 바로 엄마만 해줄 수 있는 ㅋㅋㅋ 정신건강 조기교육이라는 거야.

13편. 네가 싫다고 말할 때

너는 내가 했으면 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내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우리의 육아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무겁게 했다.

너의 거절은 어쩌면 우리가 평생동안 피하고 싶었던 그 거절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을 만났을 때의 불편함, 마음 상함, 피하고 싶은 마음, 두려움.

그렇지만 이제는 피할 수가 없네, 너무나 소중한 너라서.
있는 힘껏 마주해볼게.
분명 감당하기에 버거운 감정들과 체력 소모, 지친 마음들이 뒤따를테지만,
엄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지.
용감하게 맞서거나 강하게 밀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있는 힘껏 견뎌볼게.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가면 네 마음 속에는 받아들임이라는 큰 공간이 생기겠지.
그건 네가 나 없이도 삶을 살아가게 될 때 정말 큰 자산이 될거야.

12편. 기차놀이

나는 어린시절에 가져본 적이 없지만, 로빈이에게는 기차놀이 장난감이 왔다.
이 장난감이 아가에게 무엇을 주는지 같이 본다.
눈만 뜨면 기차에게 달려가는 네가,
기차놀이로 시작하는 너의 어린시절이, 네 인생의 행로를 어떻게 움직이려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같이 본다.
엄마와 아빠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너와 같이 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원을 켜면 움직이는 기차를 보고 처음에는 무서워하면서 울더니..
이제는 전원을 켜달라며 기차의 움직임을 기대하네.
너의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었구나.

기차와 기차를 묶어두지 않고, 기대어 두는 너.
움직이는 기차에 뒤따르는 기차가 따라가도록 두지 않고, 밀려가게 두는 너.
기차 위에 기차를 올려두길 좋아하는 너.
기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내 무릎으로 돌아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너.
그렇게 노는 너는 어떤 너인지 나는 궁금하다.

선로를 벗어나는 기차를 보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깔깔깔, 굴러갈듯이 웃는 너를 보며,
나는 따라 웃어야 할지?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할지? 애매한 얼굴로 너를 본다.

너의 아침을 시작하는 기차놀이 같은 것이 네 인생 전체에 있었으면 좋겠다. 반짝이는 기대로.

11편. 하나의 마음으로 또는 반절의 마음으로 하는 육아

DBT를 공부하면서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과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매 순간, 현재(Here&Now)라는 딱 하나에 초점을 두고 물흐르듯이 따라가는 것이다.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 모든 순간에 온전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그냥 깨어있기만 해도, 자세를 바로잡기만 해도, 참석만 해도, 반절의 마음으로 참여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이 두 가지가 힘든 육아를 버텨나가는 서로 다른 두개의 TIP임을 알고 있다.
외롭고 버거운 육아를 힘들어하면서 DBT 수업에 참여했을 때, 나에게 필요한 건 ‘반절의 마음으로 육아를 해도 된다’는 위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클수록, 양상이 달라지는 육아의 모습에 대해서
여전히 변치않고 좋은 마음챙김 지점이 되어주는 이야기이다.

육아가 괜찮고 행복하다 느껴질 때는 이럴 때다.
내가 아가의 마음을 알겠고, 아가도 편안한 상태여서 적당히 새로운 놀이를 같이 하면서 집중할 때, 세상에 나와 아기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 이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내 마음의 반쪽은 아가를 떠나서 어딘가 멀리멀리 배회를 하기도 한다. 내가 나 혼자 하고 싶은 것, 미래에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내가 해보고 싶은 활동, 내가 먹고 싶은 것 그리고 마시고 싶은 것 등. 아가가 나에게 의존적일수록 독박인 육아를 하고 있을수록 이 반절의 마음은 수용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떤 운 좋은 날, 육아를 하고 있으면서도 반절의 마음이 자유로이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하고 있을 때, 그때 나는 또 나다움을 다시 만나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아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반절의 마음이 허용되는 시간도 많아지겠지.
그때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에 충실하고, 미래에 허무하지 않도록 나를 채우고.

아, 육아 초기에 골라놨던 주제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정리하여 남기기로 한다.

10편. 조심조심 육아

아가에게서 나를 본다.
아가는 있는 그대로 또 하나의 새로운 아기일테지만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 본다.

아기가 넘어짐없이, 실수 없이, 상처없이 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서도
여러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쳐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일단 나는 가능한 많은 사고와 변수를 막아보고 싶다.
나는 그렇게 준비하고 조심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우리 아기도 조심조심 시도한다. 여러번 관찰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조심조심 크는 아가가 고마우면서도, 앞으로 이렇게 조심조심 사는 것이 얼마나 아가에게 마음 졸이는 일일까 생각하며 마음이 흔들흔들하다.

로빈이에게 똑똑 두드려서 딱딱한것은 부딪히면 아프고, 부드러운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온갖 물건을 두드리며 다니는 그 꼴이 아주 귀엽다. 내 생각과 마음이 온갖 경우의 수를 두드리듯, 로빈이는 온갖 물건을 두드려본다.

너의 앞날이 안전하기를, 너의 앞날이 건강하기를, 그러면서도 두려워하는 시간은 짧기를.

9편. 너의 존재 의미

더 이상의 자유는 없다.
네가 잠들고나면 나는 시간이 정해진 자유시간을 가지지만, 해가 뜨면 어김없이 네 앞에 서야하니까. 쉼표도 취소도 일시정지도 없다. 너는 아침이 되면 깨어나 울면서 엄마아빠를 찾으니까.

잠깐 볼일을 보고 돌아오면, 네가 나를 본다.
마치 잃어버린 그림자를 다시 찾은 것처럼 문을 열자마자 너를 발견한다. 내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영원이고 기다릴. 이제 없어서는 안될. 돌아오면 꼭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너.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뭉클한다.

8편. 아기의 작은 세상

육아에 있어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아기에게 작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아기의 세상은 아직 아주 작다.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진다. 아기는 한 자리에만 있더니, 조금씩 꿈틀꿈틀 움직여 놀이매트에서 놀더니, 자꾸 더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한다. 설 수 있게 되면서는 아기 세상의 높이도 높아졌다.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안 구석구석에 아기의 작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면 구역, 독서 구역, 놀이 구역, 먹기 구역.

빨간색 작은 책장을 사서 동화책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태어나서 책에 관심을 가지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래도 또 어느새 커서(현재 292days)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흘긋흘긋 보고, 아주 단순한 책 몇개는 좋아하고 즐기기도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얻었는데, 그러다보니 책을 종류별로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원래있던 가구의 틈새에 작은 독서 구역을 2개 더 만들 수 있었다. 빨간색 작은 책장에는 온갖 소중한 책, 여러 난이도의 책, 지금은 너무 이르지만 언젠가 커서는 즐길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는 책들이 조용히 로빈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로빈이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교육적인 책들은 지금 내 책상 발밑 공간에, 현재 로빈이가 열심히 물고 뜯으며 재미있게 즐기는 작은 책들(보통 촉감책이나, 동물 소리, 색깔, 숫자, 개념 책 들이다.)은 거실 티비장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로빈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책들을 곁에 두는데 성공한것 같다.

로빈이는 분리수면 중이다(할많하않). 신박한 중고 크립을 장만해서, 비싼 꽈배기형 수제 범퍼를 장착하고(희한한 지출2), 침대시트를 최근에 예쁘고 오가닉한 것으로 바꾸었더니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현재 남편의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공간과 로빈이의 수면 공간이 분리되진 못했지만, 나름의 파티션과 스케쥴에 따른 공간 이동으로 커버를 해본다. 로빈이가 스스로의 침대를 어떤 공간으로 느낄지 참으로 궁금하다(왜 잘자는지? 왜 못자는지?와 관련해서도).

로빈이는 두 개의 놀이 구역을 가지고 있다. 각 구역의 스타일이 조금 다르고, 나는 한 공간에서 오래 노는 지루함을 커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 구성은 매트 하나에, 장난감 바구니 하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순한 형태의 여러 장난감들로 되어있다. 굴러다니는 장난감들을 바구니에 넣어놓으면, 바구니를 탐색하고 장난감을 선택하는 시간도 의미있게 활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로빈이가 한 단계, 한 단계 클 때마다 장난감의 수준(너무 시시해지지는 않았는지? -> 보통 같은 장난감을 다르게 노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을 확인하고, 배치를 바꾸어 호기심을 자극해본다.

로빈이가 커가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목재 하이체어를 축하금을 받아서 샀다. 내가 로빈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먹기 구역은 가족 식사를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욕심이 살짝 지나쳐서 로빈이와 엄마 아빠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느라 진이 빠지지만 (이유식 + 우리 음식 동시 준비) 그래도 먹는 시간을 즐기는 로빈이로 크고 있다.

현실은.. 이 작은 세상들을 꾸려나가는 게 참 힘이 든다. 온 마음을 다해서 모든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역시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정성이 너무 많이 든다. 로빈이가 좋아하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때, 마치 읽어달라는 듯이 책을 가져올 때, 이전에는 관심 없던 장난감에 다시 관심 가질 때, 장난감 가지고 혼자서도 잘 놀때, 잠자리에서 푹 잠든 천사같은 얼굴을 볼때, 매일이 새로운 세상의 식재료를 오물 오물 잘도 즐길때, 나도 이 작은 세상의 일부가 되어 크게 웃는다.

글을 아무렇게나 막 쓴 것을 이해해주세요. 그렇지만 너무나도 하고 싶은 나의 육아 이야기였어요.

7편. 고군분투

한없이 피곤한 육아의 세계로 빠져들어가 버리지 않기 위해서 아무말이라도 써야겠다.
내 모든 에너지, 내 모든 무기를 다 꺼내었다.
이렇게 치열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치열하게 사는 법 밖에 몰라 이렇게나 치열하다.
단 한 번만 이렇게 하겠다.
다른 방법을 모르니 이렇게라도 해야한다.
이렇게나 작고 소중하고 모르는게 많은 아기라면,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살아남을것 같다.
온 에너지를 끌어모아 하나를 하고, 까무러치는 일상의 반복.
초보, 첫아이, 첫육아, 첫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