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마음챙김 육아

20편. 책육아

아이를 위한 나만의 동화책 컬렉션을 만드는 일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동화책은 세상의 좋은 부분, 아름다운 부분, 멋진 부분을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열면, 세상도 열립니다.
아이는 세상이 궁금해서 책을 열고, 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책을 보고 싶어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책들로 시작합니다. 그래야 재미있거든요.
읽어주고 아이의 반응을 보면, 아이가 커 감에 따라 어떤 책을 원할 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책을 빌려보고, 그 책 중에 당신이나 당신의 자녀의 삶에 의미가 되는 중요한 책이 있다면 하나씩 사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순간을 동화책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됩니다.

육아에 지쳐있을 때는.. 관심 가는 동화책 하나를 들고 있으면, 아이도 옆에서 차분히 자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면 잠시 동화책 속으로 휴식에 빠져들 수 있어요.

당신은 취향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도 취향이 있어요.
그게 반짝 반짝 드러날거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좋아하는 걸 보면 기부니가 좋아지거든요.

세상에는 다양한 개성의 동화책 작가들이 많은데, 그 작가의 시리즈들을 따라가보세요.
한 작가가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 지도요.
그리고 그게 감동적이었다면, 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보세요.
그리고 바랍니다. 나의 아이도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 하나를 찾아가기를!

이게 저의 책육아예요.


19편. 낙엽이

2023년 2월에 로빈에게 상상 친구가 찾아왔으니,
2월이 가기 전에 글을 남긴다.

낙엽이는 어느날 문득 저녁 시간에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왔다.
빈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 많은 것들 중 왜 하필 낙엽일까?
로빈이가 산책을 하면서 열심히 줍고 들여다보았던 그 낙엽 중 하나일까?
낙엽은 사라지는 것인데,
사라지지만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
낙엽이는 의외로 귀엽게 냠냠 우리랑 같이 먹는다.

낙엽이가 로빈이의 마음 중 하나라면,
로빈이는 또 마음을 한 단계 키우는 중이겠다.

삶이 내 안에 나를 열심히 다독이고 가꾸는 과정이라면,
낙엽이를 만나는 것도 그 시작점과 가깝지 않을까?
내가 오로지 나만이 아닌,
내 안에 나.
그게 혹시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너는 로빈이니 낙엽을 친구로 두는 것도 참 너답다.

18편. 혼자 하고 싶어요

답 없이 우는 것은 끝났는 줄 알았는데
또 왔다.
멘탈이 털렸다가
다시 천천히 적응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하고 싶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 이게 수 많은 울음의 이유구나 했다.
책에 여러번 써 있어서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 진짜로 무슨 마음인지 알것 같았다.

잃어가는 것들로 울었던 로빈이는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다가 울고있다.
혼자서 한번 해보고 싶은데
아직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울고 있다.

삶은 앞으로도 영원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 때문에 여전히 울고 있다.
엉엉 울면 내려놓을 수 있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 정말 나아질까?
로빈이에게 말해주면서도,
나도 진짜일까? 생각한다.

진짜?
진짜!

진짜는 뭘까.

17편. 세상 속으로

차를 부르릉 운전해 올라가면서 모여있는 아이들 속에서 쭈뼛쭈뼛 서 있는 너를 본다.
한참 어린이집 적응기를 보내던 8월 또는 9월의 어느날.
아이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데, 어느 언저리에 서야할지 몰라하는 것 같은 너의 모습이
내 어떤 모습과 겹쳐 나혼자 더 안타까워지고,
얼른 차에서 내려 너를 데려간다.
너 또한 그 날을 기억하지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엄마가 왔지.”

그런데 그런 가슴 떨리는 변화의 날들도 이젠 과거가 되고,
시간은 흘러 우리는 또 새로운 삶의 모습에 점점 익숙해져 가네.

10월의 어느 날에는,
선생님 손잡고 어정쩡하게 안으로 들어가던 네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밝고 귀여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그 장면 하나가 엄마에게는 너무 큰 감동, 대견함이 되었다.  

예쁘기만 하던 로빈이가,
나날이 대견해지고 자랑스러워진다.
세상에 아주 천천히, 자주 두려워하며 나서고 있지만
너만의 속도를, 너만의 색깔을 그대로 가지고 가자.  

16편. 감정은 지나가는 거야

하루가 다르게 반짝 반짝 빛나게 커가는 로빈이.
세상이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를 알아가며
눈이 반짝이고 영혼이 무르익고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보인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작은 일에도 보는 사람 맘 아프게 서럽게 우는데,
‘지금 로빈이가 피곤해서 그래, 잠 자고 푹 쉬면 괜찮아질거야’
이렇게 말해주면
이해하는 아가가 되었다.

낮잠 푹 자고 일어난 아가에게
‘잘잤어? 로빈이가 아까 뭐하다가 속상해서 울다 잠들었지?’ 이야기해주면,
‘이제 괜찮아졌지’ 라고 대답하는 너가
너무나 놀랍다.
너를 통해 나도 다시 배우며, 내 어려운 감정들도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여본다.

15편. 잃어가는 것

돌아보면, 갓 태어난 아기는
아늑했던 엄마의 뱃속을 잃어, 탯줄을 잃어 그토록 엉엉 울었던 걸까?

답 없는 울음 속에 내던져지던 그 시간들이 어쩌자고 다시 돌아왔다.
나와 한 몸이던 로빈이가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록
로빈이게는 재미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무언가 속상하게 잃어가는 것이 있어 보인다.

의존과 독립의 사이에서. 엉엉 울면서.

두 살을 코앞에 두고 로빈이는 오랜 시간 의지했던 손가락 빨기를 내려놓는다.
로빈이에게 그 손가락은 아마 모유의 기억을 이어주었던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개발해야해.
그런데 그게 손가락 빨기 하나였던 로빈이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해 엉엉 울고있다.

로빈이를 다독이기 위해 내가 미리 개발해놓은 노래부르기, 이야기해주기, 맛있는 것 먹기, 안아주기 아무것도 통하지 않자 결국에는 나도 으앙 울음이 났다.
그리고 서로 천천히 진정이 되었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개발해야하기도 하지만,
그냥 다만 덮어놓고 같이 울어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로빈이를 앞에 두고
요즘은
점점 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무게를 무겁게 느낀다.

14편. 의자와 자자

로빈이의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을 통해서 로빈이의 세상을 이해한다.
나는 이제 두 살을 향해가는 아기에게 ‘휴식’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
바들바들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의 정신건강에 정말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우리 로빈이는 태어나서부터 널브러져 있는 법을 몰랐는데,
그래서 잠들었다가도 조금의 변화 징조가 보이면 바딱 바딱 일어나고,
일어나면 무언가를 향해가고,
마치 잠든 상태를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가만히 있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온통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 뿐인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보기 위해 깨어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후훗, 그런데 요즘은 로빈이가 세상을 좀 알것 같은지 때때로 바닥에 퍼져있는다.
로빈이가 바닥에 퍼져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로빈이가 계속 움직이다가 멈추거나 가만히 앉아 있고 싶을 때는 (앉는다는 의미로) “의자”라고 말하고, 누워서 쉬고 싶을 때는 “자자”라고 말한다.
로빈아! 요즘 사람들은 네가 “의자”라고 말하는 것을 ‘정좌 명상’으로 배우고,
네가 “자자”라고 말하는 것은 ‘사바아사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요가 자세란다.
이제 이 엄마가 너에게 호흡과 명상을 가르쳐줄게.
이게 바로 엄마만 해줄 수 있는 ㅋㅋㅋ 정신건강 조기교육이라는 거야.

13편. 네가 싫다고 말할 때

너는 내가 했으면 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내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우리의 육아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무겁게 했다.

너의 거절은 어쩌면 우리가 평생동안 피하고 싶었던 그 거절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을 만났을 때의 불편함, 마음 상함, 피하고 싶은 마음, 두려움.

그렇지만 이제는 피할 수가 없네, 너무나 소중한 너라서.
있는 힘껏 마주해볼게.
분명 감당하기에 버거운 감정들과 체력 소모, 지친 마음들이 뒤따를테지만,
엄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지.
용감하게 맞서거나 강하게 밀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있는 힘껏 견뎌볼게.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가면 네 마음 속에는 받아들임이라는 큰 공간이 생기겠지.
그건 네가 나 없이도 삶을 살아가게 될 때 정말 큰 자산이 될거야.

12편. 기차놀이

나는 어린시절에 가져본 적이 없지만, 로빈이에게는 기차놀이 장난감이 왔다.
이 장난감이 아가에게 무엇을 주는지 같이 본다.
눈만 뜨면 기차에게 달려가는 네가,
기차놀이로 시작하는 너의 어린시절이, 네 인생의 행로를 어떻게 움직이려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같이 본다.
엄마와 아빠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너와 같이 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원을 켜면 움직이는 기차를 보고 처음에는 무서워하면서 울더니..
이제는 전원을 켜달라며 기차의 움직임을 기대하네.
너의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었구나.

기차와 기차를 묶어두지 않고, 기대어 두는 너.
움직이는 기차에 뒤따르는 기차가 따라가도록 두지 않고, 밀려가게 두는 너.
기차 위에 기차를 올려두길 좋아하는 너.
기차가 운행을 시작하면 내 무릎으로 돌아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너.
그렇게 노는 너는 어떤 너인지 나는 궁금하다.

선로를 벗어나는 기차를 보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깔깔깔, 굴러갈듯이 웃는 너를 보며,
나는 따라 웃어야 할지?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할지? 애매한 얼굴로 너를 본다.

너의 아침을 시작하는 기차놀이 같은 것이 네 인생 전체에 있었으면 좋겠다. 반짝이는 기대로.

11편. 하나의 마음으로 또는 반절의 마음으로 하는 육아

DBT를 공부하면서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과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을 배웠다.

하나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매 순간, 현재(Here&Now)라는 딱 하나에 초점을 두고 물흐르듯이 따라가는 것이다. 반절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 모든 순간에 온전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그냥 깨어있기만 해도, 자세를 바로잡기만 해도, 참석만 해도, 반절의 마음으로 참여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이 두 가지가 힘든 육아를 버텨나가는 서로 다른 두개의 TIP임을 알고 있다.
외롭고 버거운 육아를 힘들어하면서 DBT 수업에 참여했을 때, 나에게 필요한 건 ‘반절의 마음으로 육아를 해도 된다’는 위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클수록, 양상이 달라지는 육아의 모습에 대해서
여전히 변치않고 좋은 마음챙김 지점이 되어주는 이야기이다.

육아가 괜찮고 행복하다 느껴질 때는 이럴 때다.
내가 아가의 마음을 알겠고, 아가도 편안한 상태여서 적당히 새로운 놀이를 같이 하면서 집중할 때, 세상에 나와 아기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 이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내 마음의 반쪽은 아가를 떠나서 어딘가 멀리멀리 배회를 하기도 한다. 내가 나 혼자 하고 싶은 것, 미래에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내가 해보고 싶은 활동, 내가 먹고 싶은 것 그리고 마시고 싶은 것 등. 아가가 나에게 의존적일수록 독박인 육아를 하고 있을수록 이 반절의 마음은 수용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떤 운 좋은 날, 육아를 하고 있으면서도 반절의 마음이 자유로이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하고 있을 때, 그때 나는 또 나다움을 다시 만나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아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반절의 마음이 허용되는 시간도 많아지겠지.
그때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에 충실하고, 미래에 허무하지 않도록 나를 채우고.

아, 육아 초기에 골라놨던 주제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정리하여 남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