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13화. 평가하지 않는 태도
여러분 오늘은 마음이 무겁고, 불편할 때 떠올리면 좋을 평가하지 않는 태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DBT 기술 메뉴판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볼게요. 마음챙김 기술, 감정조절 기술, 대인관계 효율성 기술, 고통감내 기술 네가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고통감내 기술로 심리적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여러 전략을 개발해보았고, 마음챙김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지혜로운 마음을 연습하였습니다. 또 지난 시간까지는 대인관계 효율성 기술을 관계의 지향점, 상대방, 나 세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연습하였습니다.
DBT에서는 변화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기술들을 연습한 후에, 자꾸 다시 현재로 돌아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챙김을 준비운동처럼 반복합니다. 그동안의 DBT 기술 연습 여정을 열심히 따라오셨다면, 지금쯤 멈추어 서서 준비운동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을 거예요.
지금, 현재 여기로 와서 심호흡을 할게요. 세번의 심호흡으로 이 땅, 지구에 착지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유일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그대로 숨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양한 DBT 기술이 왔다갔고, 나에게 어려운 상황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삶은 늘 다이나믹하게 흘러가네요. 이 삶을 조금 더 기꺼이 힘들이지 않고 안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이 불편하고, 삶이 어렵게 느껴질 때,
당신은 분명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것 입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이래서 안된다, 이것이 부족하다.
저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그래서 안된다, 이것이 부족하다.
우리는 어떤 서로 다른 것을 구별하기 위해서, 그리고 주어진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서
‘이것은 이게 맞다’는 판단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오랜 경험을 통해 발전시켜온 당신의 판단력으로
성취를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왔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과 관련해서는 이런 판단력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자명하게 맞다고 느껴지는 일이 왜 불편한 결과를 초래할까요?
당신의 취향과 가치 추구로 열심히 지켜온 ‘이게 맞다’는 판단은
사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일 뿐입니다.
실제는 그냥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입니다.
‘이게 맞다’는 생각으로 나의 마음을 틀에 가두고 있었다면,
이 생각의 틀을 한꺼풀 벗겨낼 때, 삶이 조금씩 가벼워질 것입니다.
DBT는 비평가적인 태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잔디밭에 깔린 담요 같은 것.
깔려지는 대로 촤르르 깔려서 그 위에 떨어지는 비, 햇빛, 낙엽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
비가 어떻다고, 햇빛이 어떻다고, 낙엽이 어떻다고 평가하지 않고
그냥 올려지는 대로 받아내는 것.
저는 상담에서 이를 “상대방과 나를 같은 선 상에 둔다”고 많이 표현합니다.
마음이 힘들어질 때는 늘 내가 상대보다 몇단계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있거나, 상대방을 위에 올려놓고 조급해하고 있을 때 인것 같습니다.
DBT의 비평가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Pat Schneider의 The patience of ordinary things, 일상적인 것들의 인내심 입니다.
그건 사랑일까요, 아닐까요?
컵이 어떻게 차를 담고 있는지,
의자가 어떻게 단단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지,
바닥이 어떻게 신발의 밑창과 발가락을 받아내고 있는지,
발바닥이 어떻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있는지,
나는 일상적인 것들의 인내심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어떻게 옷들이 옷장에서 정중하게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비누가 받침 위에서 조용히 말라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건이 등에 묻은 물기를 빨아들이는지,
그리고 사랑스런 계단의 반복.
그리고 무엇이 창문보다 더 너그러울 수 있을까요?
마치겠습니다.
저는 나와 세상에 모든 것들은 그 고유의 형태로 존재할 뿐이고,
맞거나 틀림이 없음을 믿으며 상담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