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나의 최애 DBT의 상담사 이정윤 입니다. [녹음 시간]
이 팟캐스트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DBT)의 기법과 원리를 함께 나누고 연습하는 방송입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여러분들의 일상에 받아들임, 수용의 시간이 얼마나 찾아왔나요? 삶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에 빠지고, 행동하는 와중에 이 팟캐스트를 청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진지하게, 열심히 모드로 받아들임, 수용 연습을 이어나가볼까해요. 연습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끼적일만한 메모장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받아들일 대상은 “평소에 고민을 많이하고,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어떤 일” 입니다. 어려운 것, 복잡한 것, 싫은 것,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고, 미루고 싶고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오늘은 내가 컨디션이 좋고, 혹시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제가 준비한 ‘진정한 받아들임 연습’을 해보고 싶다면, 그 어려운 것이 내 안에 천천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시게 될겁니다. 준비되셨나요? 시작하겠습니다.
- 가장 먼저 “평소에 고민을 많이하고,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어떤 일”을 마음 속에 떠올리고, 그 것을 떠올렸을 때 나에게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를 지켜봅니다.
- 이 불편한 현실은 “이미 일어나 버렸고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이 현실”에는 많은 원인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나의 경험들이 지금 이렇게까지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여러 다른 사건들이 영향을 주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지나온 시간과 “지금 고민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둘러보면서 “이런식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 이제 여기에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 전체를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당신의 마음과 몸, 정신 모두를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나를 받아들입니다. 심호흡을 세번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현재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받아들인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 긴장감, 거부감이 몸에서 느껴진다면 그 느껴지는 부위를 풀어주려고 해보세요. 호흡을 계속해서 느껴봅니다. 어깨를 펴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해보기도 하고, 꽉쥔 손을 부드럽게 펴보기도 합니다.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반쯤 띄워보기도 합니다. 기도가 필요하면 기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수용하기 위한 편안한 장소를 찾고, 나를 편안하게 하는 감각을 찾습니다. 보기 좋은 것, 좋아하는 향기, 위안을 주는 촉감, 좋아하는 음악이나 소리, 위안을 주는 음식 이런 것들이요. 눈을 감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머리 속에 만들어내셔도 좋습니다. 온마음, 온방법을 사용해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 이제 여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 일”을 받아들였다고 가정하면 당신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 몇가지 적어보세요. * 그리고 이제는 마치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을 벌써 받아들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적어놓은 행동들을 한 번 해보세요. 분명 못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연습이니까 마치 이미 다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그때의 내 모습, 나의 행동을 해버립니다.
- 이제 당신의 마음 속에는 자리가 조금 생겨서..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가정한채로 “그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자신을 도울 수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하는게 당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마주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
- 지금 이 과정을 하면서 생기는 몸의 감각을 느껴보세요.
- 당신 안에 실망감, 슬픔, 내가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들이 생겨나는 것도 보세요.
- 삶은 이렇게 고통이 있는 와중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나요?
저는 아기를 재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때, 이 연습을 했었습니다. 아기가 자지 못하고 울면 속상하고,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두렵고 또 누적되는 피로로 피곤하고 지친 상태가 되었습니다. 지친 상태에서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스스로를 가혹하게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기가 쉬웠습니다. 그런데 아기는 아직 잠드는 것이 어렵고, 아기가 울면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당연하고, 너무 힘들더라도 결국에는 재워야 끝이나는 일이었습니다. 바꿀 수 없는 사실이죠. 그리고 이때에 무너지는 나의 모습에는 여러가지 상황과 원인, 저의 특성들이 연관 되어있었습니다. 더 무너질 수는 없으니 정신을 붙잡고 최선을 다해 ‘아기가 쉽게 잠들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여봅니다. 끌어안아보려고 하고, 숨을 쉬어보려고 하고, 미소를 얼굴에 띄워보려고도 합니다. 아기가 어렵게 잠드는 현실은 변하지 않지만, 이를 마주하는 저의 태도가 바뀝니다.
여러분이 고민하시는 일의 내용이 무엇이든 본인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때때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피하고 싶거나,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좌절과 고통 속에 더 깊이 빠져버릴 수는 없기에 “지금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태도를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수용, 받아들임을 통해서요. 당신에게 어떤 역사가 있던,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어떤 내용이건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났을 때 생기는 여백, 여유의 공간에 당신의 가능성, 당신의 잠재력이 스며들겁니다.
이 연습은 Marsha Linehan DBT 워크북 2판 344페이지(고통감내기술 11b 유인물)에 있는 Radical acceptance 연습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저는 Radical acceptance를 “진정한 수용”으로 이해하고, 그 표현을 사용하였는데요. Radical acceptance, 진정한 수용을 더 깊이있게 체험하고 싶으신 분은 타라브렉의 책 “받아들임”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각 장마다 시리즈로 제공하는 수용 연습을 이어서 하시면 점점 확장되는 수용의 개념을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