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기네스가 하는 말

2019.4.28. 일밤

오늘 저녁 영화를 보고 나서 Irish pub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의 한 순간을 불러왔다.
오랜만에 내 앞으로 온전한 맥주 한잔이 주어진 날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기 전에 Anything to drink? 음료를 뭐로 하겠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언제나 생맥주 한 잔 뙇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떤 날은 하루를 아직 많이 살아야 해서
어떤 날은 이미 비싼 음식을 많이 시켜서
그냥 물을 달라고~ 계속 리필되는 탄산음료(Soda)를 달라고~ 비교적 저렴한 sweet tea를 달라고 한다.

오늘은 이미 저녁이고, 일요일이고, 정말 먹고 싶어서
검정색 기네스 생맥주를 한 잔 시켜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홀짝 홀짝 마셨다.
목재로 인테리어를 하는 아일랜드 펍에 앉아 기네스를 시키고 으깬 감자와 함께 나오는 아일랜드 음식을 시키면 내가 불러올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그때(2011년 어느 여름날) 나는 정말 겁 없이 많이 걸었다. 새로운 곳이라면 악착같이 가보려고 했었다. 그때 내 안에는 어떤 것이 들어있었던 걸까? 과거의 내 안에 들어있던 것을 오늘 마주하니 여전히 강렬하게 마음이 울린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그게 욕심이라고, 비현실적이라고, 그렇게 살 수만은 없는 거라고,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이야기들이 참 많기도 많다.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 살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사는 감동이 있다. 이 순간이 점점 자주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지만서도..
오늘도 여전히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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