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었다. 매스 처음 들고 수술실에 들어간 것처럼 내 상담은 위태위태 흘러가는데,
수퍼비전 받을 시간도 없고, 수퍼바이저 선생님은 어렵기만하고, 동료 선생님과 의논하기도 서먹서먹할 때 그런 위기의 마음을 달래보고자 이 책을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내담자도, 수퍼바이저도, 동료도 없이 혼자가 되어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상담 실제에 도움을 받은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소그룹 수퍼비전 > 개인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 동료사례 수퍼비전 > 셀프 수퍼비전
그리고 상담의 도구로써 나의 삶에 도움을 받는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개인상담 > 주 1회 개방 집단 상담 > 15시간 연속 집단 상담 > 셀프 수퍼비전 > 공개사례 수퍼비전
이번엔 셀프 수퍼비전 방법의 하나로 ‘나의 일대기’를 작성해보았다.
Stanton(199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연대표(time line)를 작성하는 것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생애주기 사건들과 시점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사건들을 체계화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과 원가족,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타임 라인’은 페이스북의 영향으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싸이월드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새로운 SNS가 있으면 시도해보느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사진과 추억들을 A4용지 한장에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한데 모아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다.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시간이 꽤나 필요한 일일줄 알았는데 년도 별로 중요한 사건만 쓰다보면 사실 금방 끝나버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프리스타일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기본적인 작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1.내가 태어난 날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년도를 쭈욱~ 같은 간격으로 기입한다.(기억을 돕기 위해 나이를 같이 기입해도 좋다.) 년도에 따라 기억이 잘 나는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어서 적을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 간격을 똑같이 표시하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그래야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난 때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때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은 꼭 년도가 아니더라도 임의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년도별로 작성했지만, 학기 별로 생각하는 게 유용하게 느껴져서 년도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작성했다.)
2. 나의 일대기에 주요하게 들어가야할 사건들은 “탄생, 죽음, 결혼, 별거, 이혼, 학교 변화, 취직, 승진, 해고, 은퇴, 이사, 건강 변화(질병, 수술), 이외에 득(gain)한 것, 실(loss)한 것, 특정한 변화, 기억에 남는 사건” 등이다.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적고, 이를 통해 파악한 가설들은 따로 적는게 좋을것 같다. 자유롭게 선으로 연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작성!)
3. 나의 일대기는 원가족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에 가족에 변화가 있을 때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도 유용할것 같다.(이는 Stanton이 제안한 두가지 유형의 개인 연대표 작성법을 함께 활용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이다. 내가 첫째라면, 내가 태어났을 때 가계도는 아빠, 엄마, 나로 구성되지만 동생이 태어나면 그 가계도에 동생이 추가되므로 다시 가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면 가계도에 내 파트너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밑으로 자녀가 가계도에 추가된다.)
그리하여 작성한 ‘나의 일대기’를 보면서 느낀점!
– 가끔 이불킥 하면서 떠올리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들은 사실 내가 굉장히 어렸을 때, 세상물정 모를 때, 한참 유치할 때 저지른 것들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그만 자책할 수 없을까?
– 학창 시절과 대학 초반에는 친구 관계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나는 매해 내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았던것 같다. 나에게 왔다가 이제는 사라져간 사람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중학교 2학년 때 월드컵, 고등학교 때 풍물 동아리, 대학교에 와서 농활: 나의 똘끼가 춤추는 순간이다. 분명 내 안에 무엇인가 꿈틀 거리는 것이 있는것 같다는….
– 대학 후반에서 지금까지는 스펙이 중요해진다. 어디에 속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게 되었는지? 차곡 차곡 경험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은.. 거의 최근이다. 길고 긴 인생에서 아직은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의 시간들은 그 당시에는 참 길고 치열했는데 어느새 쏜살같이 지나갔다.
–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기억과 사건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발생되어 있어, 일대기에 표기하고 나면 그 순간 갑자기 나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연대표(Time line)를 내담자에게 활용할 때의 중요한 Tip (Stanton, 1992)
1) 현재 문제를 다루는 데에 관련있는 중요한 정보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상담사가 현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나, 관계에 대한 가설 없이 또는 내담자에게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없이 타임라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많은 정보들의 홍수에 빠져들기 쉽다. 내담자도 연결고리 없는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2)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대한 방어를 풀고,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이 상담관계 내에서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린다. 타임라인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은 마치 벌거벗는 것처럼 취약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참고>
Morrissette(2012) 셀프 슈퍼비전, 이명우 장석진 이정화 조민아 김경집 최창조 양승민 공역
Stanton(1992) The time line and the “Why now?” question: A technique and rationale for therapy, training, organizational consultation and research.
*이 글은 참고한 책과 상담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을 환영합니다.
쌤 책상위에 있던 책이 생각난다. ㅎㅎ
난 봐야할 책은 많고… 깊게 이해하고 싶은데 반복해서 읽어도 모르겠고…
스트레스 많은 날은 정서에 스위치가 꺼진 사람처럼… 무감각하고.. ㅋㅋ
천천히도 좋으니깐 깊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싶은데..난 아직 멀었구나..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