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라일락 향기

2018.5.7 월밤

스멀 스멀 들어와서는 강하게 마비시키는
달콤한 라일락 향기가 먼저 온다.

아직은 잎이 달리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향기가 날만한 것은 보라색 꽃이기에
다가갔더니 아무 향이 나지 않는다.
아직 시작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곧 라일락이 포도나무처럼 후두두 열린다.
잎이 없는 나무에 덩쿨을 휘휘 감고
주렁주렁 라일락이 열린다.
향기의 주인일 수 밖에 없게 열린다.
곳곳에 보라 나무가 서있다.

너무나 당연한 향기가 좋은 남자가 있다.
향기를 맡고, 그 정체를 찾고, 보라나무를 발견했을 그가 기특한 여자가 있다.

언제 라일락의 덩쿨은 힘차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잎이 싹트기도 전에 꽃을 피웠을까?
싱그러운 봄이 왔는데, 이제 라일락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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